경제적 자유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 금융, 자본주의... 듣기만 해도 거리감 느껴지는 단어들. 그래도 친해져야 하는 단어들. 어떻게 꾸준히 친해질 수 있을지 곰곰 생각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경제라는 어려운 주제를 기존에 좋아하는 것 2가지와 결합하는 것이다.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대화할 때 즐거운 친구들이었고, 나머지는 책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우리집을 아지트로 삼아 비정기적으로 모이는 낭만가 친구들은 술 한 잔 없이도 밤새 떠드는 이야기쟁이들이다. 그 깊이가 깊든 얇든 마구잡이로 떠들며 낭만과 예술, 행복한 삶에 대해 상상하며 떠들었다. 이 시간들은 여전히 그리워하는 우리의 큰 즐거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에게 자본주의 공부에 대한 필요성과 고민을 털어놨다. 내 말을 가만히 듣던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나씩 꺼냈다.
조금 더 멀리 보았을 때,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지금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아니. 배가 고픈 상태에서는 음악을 온전히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다. 의식주부터 확실하게 해결하는 게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자본주의 공부가 필요하는 것에 모두가 동의해주었다. 이렇게 불안한 낭만가들의 경제 독서 모임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 “배고프지 않고 온전히 음악을 듣는 여유를 갖는 것.”
그때부터 매달 모였다. 부자들의 자기관리부터 일상의 경제, 돈의 역사 등 다양한 책을 읽고 떠들었다. 모두가 친숙하지 않은 분야라 어려운 책을 고를 때면 글자로 겨우 활자를 만지고 와서 하나도 이해를 못했다면 머쓱하게 웃는 날들도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책의 한 문장이라도 삶에 적용하고 공유했기에 스스로 만든 한 줌의 지혜를 쥐었기 때문이다.
혼자라면 갖지 않을 각자의 자산 상황을 파악하는 시간을 갖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비전보드를 그려 공유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엉터리로 보일 지혜라도 월간책밭의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크게 박수를 쳐주었다. 그렇게 몇 차례 해나가면서 나름대로 모임 노하우도 생기고, 나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조금씩 금융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깊어졌다.
그렇게 2020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5년 동안 ‘금융 무지’라는 황무지에 친구들과 함께 경제 도서를 하나씩 심었다. (그래서 독서모임 이름이 ‘월간책밭’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집을 마련한 친구들도 꽤 있다. 조금씩 다른 각자의 경험과 상황도 아낌없이 공유하면서 안전한 책수다 시간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은 친구들도 늘었다.
요즘에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떻게 공부했어요?”
질문을 조금 바꾸고 싶다. “어떻게 지속적으로 공부했어요?”라고.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지 환경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배우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웃으려고 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 같다. 시작하려면 일단 재밌어야 하고, 재밌어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에 무지랭이인 낭만가끼리의 수다도 돈공부의 시작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시작하기 좋은 경제 도서 추천
1.로버트 기요사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송희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김얀, <오늘부터 돈독하게>
4.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