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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딴방 Apr 20. 2022

35살,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졌다

눈치보는 순간 방향성을 잃게 된다

지금도 나는 눈치를 본다.


아이의 눈치, 남편의 눈치, 시어머니 눈치, 엄마 눈치, 회사 동료의 눈치, 사회의 눈치, 얼굴도 모르는 구독자 눈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에는 직업인으로서 빼앗기는 시간이 너무 많다. 하루 8시간 업무를 끝내면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데 이마저도 끝내고 나면 나는 녹초가 된다. 이 세가지 영역에 물리적인 시간을 많이 빼앗기다보니 나는 남아있는 시간에 멍때리며 쉬기 바빴다. 그것마저도 고작 하루 한 두시간이면 많은거다. 그 시간들을 늘리기 위해 밤을 새운 적도 있었고, 새벽 2-3시에 잠든 적도 많았다.


최근 몇 년을 이렇게 살다보니 나는 매우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먼저 무언가를 시작해보려 하지 않았고, 도전하려 하지 않았다. 마음 속에는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화산 폭발하기 몇 초 전 용암처럼 꿈틀대고 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를 못했다. 그래서 시작한 유튜브도 사실은 정성껏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고 숙제처럼 밀린 영상을 올리는 용도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성과도 없고 성과가 없으니 재미가 없어졌다.


생각해보니 내 안에는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눈치를 보는 것이다.

내가 세상 밖으로 한 발작 앞으로 걸어 나갔을 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어떻게 평가할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 이를 맞서고 앞으로 나의 색깔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용기가 없어져버렸다.


지금 유튜브에서 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모두가 자기 내면의 두려움과 싸워 세상 밖으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도 누군가의 눈치를 보던 순간들이 있었겠지. 그러나 결국에는 그것과 맞서 싸우거나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외면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서보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을테고.


35살이라는 숫자가 주는 중압감이랄까, 물론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에는 더할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나이 마흔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 중압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혹은 내가 이제 더이상은 못 참을만큼 답답해서인지는 몰라도, 눈치를 보는 순간 내 인생은 갈피를 못 잡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게 될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이렇게 살기가 싫다.


나의 색다른 마흔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이제 무언가라도 시작을 해보려한다.

나의 색깔을 다시 찾고,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눈치를 보게 되는 순간, 눈치싸움에서 진다. 그냥 저질러야 한다, 내가 가고 싶은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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