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지 않은 푸른색

#2023년 5월의 기록

by 샌디렐라

며칠 새 올라간 온도에 계절이 달라짐을 느낀 나는 출근길에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일순간 내 눈은 파란 하늘과 길게 늘어진 초록빛 나뭇잎으로 가득 찼다. 분명 다음 계절이 오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순간 하늘과 나무의 색이 같아 보였다.

'참 푸르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하늘과 나무는 분명히 다른 색인데, 나는 하늘도, 나무도 참 푸르다고 느꼈다.

(전재준도 아닌데 말이다. (넷플릭스[더글로리] 참조))


어릴 적 어른들이 산과 들을 보며 푸르다고 할 때,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무는 초록색인데 왜 푸르다고 하지? 푸르다는 건 파란색 아닌가?'


십수 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나는 푸른색의 의미를 깨달았다.


마음이 맑아지고 광활해지는 색.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색.

바람만 살랑거려도 그 힘이 느껴지는 색.


그게 바로 푸른색이었다.

오죽하면 우리네 젊은 시절을 '청춘(靑春)'이라 부를까.


푸른색은 눈으로 보는 색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색이었다.

그래서인지 새 계절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라본 오늘의 하늘과 나무는 그 어느 때보다 푸르렀다.

오늘이 금요일이 아니었다면 다르게 보였을까.

주말이 지나고 난 월요일에도 하늘과 나무가 푸른색인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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