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푹 쉬었다. 몸이 불편하니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이 올라왔고, 무기력해졌다. 그러다 보니 삶 자체가 어딘가 리셋된 느낌도 들었다. 마음속 내면아이들은 항상 내 편이다. 푹 쉬고 다시 운동을 하면 된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현실의 몸은 허리와 골반이 저리고 불편했고, 탈수도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오늘은 작년에 다녔던 필라테스 상담을 받으러 갔다. 선생님을 만나자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대화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고관절과 내재근 쪽이 많이 뭉쳐 있어 근육을 잘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숏츠를 보고 따라 운동하다가 오히려 더 악화된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선생님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은 자기 PR의 시대라 오래전부터 영상도 올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체형 교정이나 몸 관리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모두에게 맞는 운동은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영상을 쉽게 올리지 않는다고 했다.
선생님은 내 몸 상태를 영상으로 찍어주시며 당분간 알려준 스트레칭을 매일 하라고 추천해 주셨다. 감사했다. PT는 비싸지만 나에게 맞는 운동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이었다. 혼자서 찾아가며 운동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리고 다른 운동이나 심지어 러닝까지도 당분간 멈추라고 하셨다. 몸이 많이 뭉쳐 있으니 그것을 먼저 풀면서 천천히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 말을 잘 들어야겠다.
요즘 들어 몸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프고 나서야 이런 걸 깨닫는 것이 서럽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 역시 내 몸에 참 무심했다. 무언가를 이루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몸 관리가 필요하다. 워커홀릭이나 강사들이 유독 몸 관리를 강조했던 이유도 이제야 조금 몸으로 이해가 된다.
한편 최근 동생과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도 많았다. 동생은 우리가 지금 프리랜서이고 시간도 많기 때문에 남들이 잘 가보지 않는 영역에 와 있는 상태라고 했다. 우리는 사업이나 돈을 삶의 중심 목적에 두고 있지는 않다. 어딘가에 얽매이거나 소속되는 것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내가 원하는 것은 성장이고, 동생은 즐거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돌아보면 지난 10년 동안 나의 변화는 꽤 컸다. 사업과 세상, 영성, 심리, 인간관계와 감정의 흐름을 관찰하며 많은 경험을 했다. 무너지고 또 무너지는 과정도 반복되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지고 가족만이 남았다.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결국 내 삶은 내가 꾸려나가야 한다. 그런데 외부에서 보이는 삶의 구조나 자격증, 경력, 내세울 만한 것들은 너무 빈약하게 느껴진다. 분명 나는 성장하고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도 말이다. 요즘 자주 보는 유튜브나 스레드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닉네임 아래에 수많은 경력을 적어 놓는다. 사주 상담가, 점성술가, 휴먼디자인 전문가, MBTI 상담가, 사업가, IT 전문가, AI 연구자, 의사, 한의사 등. 나는 쓸 말이 없다. 그저 나 자신을 관찰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을 쓴다고만 적어두었다.
나는 분명 어딘가에 몰두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이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형태로 쌓인 것은 거의 없다. 내면아이를 만나고 마음을 정화하고 명상을 하는 시간들은 꾸준히 있었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일은 여전히 조금 창피하고 쑥스럽다. 그래서인지 지나온 시간들이 어딘가 사라지거나 무의미해지는 것 같은 두려움이 들 때도 있다. 한편으로는 특별해지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까 봐 두렵기도 하다.
가끔 홀로 적막 속에서 글로 자신과 대화를 할 때면 초월적인 존재는 그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너의 길을 가라고.
누군가와 비교하지 말라고.
부러워하지도 말고, 위대해지려고 애쓰지도 말라고.
돈을 벌기 위해 애쓰지도 말라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라고.
그래서 그냥 쓴다. 지금 느껴지는 것들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쓴다.
무언가 완성되었거나 어떤 경지에 이르러 편해졌다는 이야기는 아마 대부분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 상태는 없는 것 같다. 많이 얻기도 하고, 내려놓기도 하고, 다시 흐트러지기도 한다. 유혹을 받기도 하고, 다시 자유로워지기도 한다. 그런 과정이 끝없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붙들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그냥 또 산다. 그리고 그냥 또 쓴다. 잘할 때도 쓰고, 잘 못할 때도 쓴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싫어하지만, 또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다.
나는 안정된 삶을 꿈꾸면서도 도전적인 삶을 바라기도 한다. 그 괴리감 속에서 어딘가에 정착하려고 무언가를 찾는다. 하지만 그 무언가는 또 나와 어딘가 맞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평범하기는 싫지만 특별함 속에 갇힌 외로움과 단절감 역시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어딘가에 탑승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내려오게 된다. 어쩌면 이것 자체가 내 삶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내 길이 만들어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깊이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동료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머릿속 한편에서는 그게 가능하겠냐고 말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스레드를 보다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글이 계속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결국 익명의 온라인에서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정도로 끝나는 것 같다.
그리고 가끔은 그게 조금 공허하다.
그래도 괜찮다. 마음 한구석에서 이상한 마음이 떠오른다.
이렇게 느낀 것도 쓰자.
내가 관찰한 것들, 사유한 것들을 드러내자.
홀로 있는 시간이
혼자라고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
그건
쓰는 시간이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다.
그 시간에는
어떤 인간관계도, 어떤 소속감도 없는 단절감과 공허함이
축복처럼 느껴진다.
외부에서 드러나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
어떤 권위도
어떤 지식도
그 어떤 것으로도 억누를 수 없는
내가 나를 마주하는 진실한 시간.
내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시간.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값진 시간이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게 하는
오롯이 깨어 있는 나의 모습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