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돌보는 우리

내면아이의 위로

by 시더루츠

나는 가끔 내면아이를 만나 교류하며 감정을 주고받곤 한다. 처음엔 어둡고 침울했던 아이였지만, 내가 자주 들여다보고 사랑을 건네자, 이제는 내가 나타나면 덥석 안겨오기도 하고, 환한 얼굴로 반겨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과 의혹으로 지쳐 아무 힘도, 의욕도 없던 날이 있었다. 그날 명상 중 자연스레 내면아이를 만났는데, 사실 나는 돌봐줄 기력조차 없어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면아이가 먼저 다가와 나를 안아주며 위로해 주었다.


어떤 책이나 영상에서도 본 적 없는 경험이었다. 흔히 어른이 된 내가 내면아이를 보살피고 돌봐야 한다고 말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나는 당황했지만 동시에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내면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알아, 넌 좋은 사람이야. 늘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잖아.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 나는 널 믿어.”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그 말은 곧장 내 마음에 와닿았다. 어느새 그 작은 존재가 나를 다독이고 있었다. 어쩌면 진짜 치유는 ‘내가 내면아이를 돌보는 것’과 동시에 ‘내면아이에게 위로받는 것’, 그 상호적인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면아이를 아껴주며 치유받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번 경험은 그와는 다른, 새로운 배움이었다. 그 후 이런저런 일이 생기면서 나는 내면아이에게 “너무 자주 볼 수는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아이는 침울해했지만, 다독이며 이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잠시 슬픈 얼굴로 돌아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났을 때,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즘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림을 보여달라고 하자, 머릿속에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별빛이 흐르는 밤, 무지개가 떠 있었다.

“밤에 무지개가 있네?” 내가 묻자, 아이는 뾰로통한 얼굴로 대답했다.

“예쁘잖아.”

그리고 그 무지개 아래, 나와 함께 있는 아이의 모습이 있었다. 아름다웠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내면아이는 나처럼 슬퍼하고, 회복하며, 나와 함께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각자의 시간 속에서도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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