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된 명상
나는 차분한 공간에 들어서면 저절로 호흡을 고르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제대로 명상을 배운 적은 없다. 책이나 영상에서 본 단편적인 방법들을 흉내 내다가 잊고, 또 어느 날 다시 해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명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예전 옥탑방에서 살던 겨울날, 영하 15도의 추위 속에 보일러가 고장 난 적이 있었다. 며칠 동안 원인을 모르고 지내던 나는 아침마다 코끝이 얼어붙어 있는 걸 발견하곤 했다. 단열 뾱뾱이를 붙이고, 가스버너로 물을 끓이고, 패딩을 입은 채 잠들어 보기도 했지만 소용은 없었다. 그나마 나았던 방법은 난방 텐트였지만, 외풍까지 막아주진 못했다.
그런 혹한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호흡뿐이었다. 숨에 집중하면 신기하게도 몸속 어딘가에서 열이 일어났고, 서서히 따스해졌다. 추위를 견디기 위한 몸부림이 결국 명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명상을 처음 체험했다. 나중에서야 그게 명상인 줄 알았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숨을 고르는 순간도 좋지만, 여행지에서 경험한 명상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특히 대만의 한 찻집이 기억에 남는다. 손님이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간, 공기마저 차분히 가라앉아 있던 그곳에서 나는 향이 좋은 우롱차를 주문했다.
첫 모금을 들이켜는 순간, 모든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롯이 존재한다는 감각만 남았다. 은은한 불처럼 차의 따스함이 몸 안으로 퍼지며 자연스레 호흡도 깊어졌다. 처음엔 가슴에서만 오가던 숨이 점차 배 깊숙이까지 내려가며 부드럽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저 앉아 멍하니 있으니 머릿속은 시원해지고, 비워진 듯한 여백이 찾아왔다. 눈을 반쯤 감고 숨결을 따라가다 보니, 그 비워냄은 어느새 따뜻한 전기가 온몸을 순환하는 듯한 감각으로 번졌다.
그 몇십 분이 지나고 나서야 사람들의 움직임이 희미하게 들어왔지만, 나는 여전히 고요 속에 머물러 있었다. 몸과 마음이 한 번 리셋된 듯, 제대로 휴식한 후의 충만함이 찾아왔다.
가끔 지치고 쉼이 필요할 때 나는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넷플릭스를 틀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한 휴식은 결국 차 한 잔과 함께 찾아온다. 따스한 찻잔을 손에 쥐고, 숨을 고르며 앉아 있는 그 단순한 순간 속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