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주는 메시지

직관이 이끄는 길 위에서

by 시더루츠

가끔 머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데, 마음 한쪽에서 불쑥 밀려오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것을 직관이라 부른다. 흔히 감이라고도 말한다.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은 느낌, 무엇을 해야 할 것 같은 예감.


나는 여행을 다닐 때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큰 틀만 정해두고, 자유롭게 다닌다. 그러다 보면 직관이 이끄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떠나기 전부터 명상이나 정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히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텔에서 쉬다 넷플릭스를 켰다. 무심코 틀어놓은 영화는 어린이 쿵후 영화 <가라테 키드>였다. 수련 장면에 도교 문양이 스치듯 나오자, 문득 도교 사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길을 나섰다. 며칠 뒤, 구글맵으로 음식점을 찾다가 우연히 숙소 근처에 있는 태극권 도장을 발견했다. 신기하게도 내가 원하던 1주일 코스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것을 발견한 시기도 금요일이었고, 덕분에 다음 주부터 바로 다닐 수 있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아침, 사원에서 명상을 마치고 나오는데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내려놔도 좋다.”

나는 여행 중에 장기 프로젝트를 붙잡고 있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내려놓으라는 신호처럼 다가왔다.

사원을 나온 뒤,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새우죽이 생각나 천천히 걸어가던 길에 죽은 닭을 보았다.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음식점에 들어서자 직원이 환하게 맞아주었고, 나는 죽 대신 홍콩식 완탕면을 주문했다. 그리고 따뜻한 우롱차를 시켰다. 잠시 후 건네받은 찻잔을 보자 웃음이 났다. 거기에는 활기차게 그려진 닭이 있었다. 조금 전 길가에서 본 죽은 닭과 묘하게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죽고 새롭게 태어난 것 같았다.


삶은 이렇게 작은 우연으로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때로는 내려놓으라 말하면서도, 때가 되면 다시 활기를 되찾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식으로.


나는 이것이 삶이 전하는 메시지라 믿는다.
다만 그전에, 삶을 먼저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유 있는 틈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그 틈이 결국 나를 필요한 곳으로, 적시적소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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