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한 작은 여행
여름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밤공기가 차다.
유난히 길고 더웠던 탓인지, 조금만 온도가 내려가도 금세 쌀쌀해진다.
거리의 옷차림도 제각각이다.
반팔 반바지로 달리는 여름인,
얇은 패딩을 꺼내 입은 가을인,
그리고 털신을 신은 겨울인까지.
아쉽긴 하지만, 나는 짧은 가을이 즐겁다.
평소엔 옷을 거의 사지 않던 내가 이번엔 유난히 옷 욕심이 났다.
짙은 니트와 코트를 눈여겨 보고 구매를 했다.
새로운 옷을 입고 깔끔하게 단장한 내 모습이 괜히 좋았다.
모처럼 어머니와 함께 쇼핑을 했다. 참 드문 일이다.
기억에 남는 곳이었던 홍대로 향했다.
서울에서 수십 년을 사셨지만, 어머니는 홍대는 처음이라며 신기해하셨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쇼핑을 했다.
서로의 취향을 묻고, 챙기고, 양보하며 오랜만에 함께 웃었다.
예쁜 옷을 사고, 조용한 큰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오늘 하루가 참 값지고 보람찼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아가려던 길, 아쉬운 마음에 캐리커처를 그리러 갔다.
예전에 동생들과 왔던 곳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포인트를 잡아 귀엽게 그려주는 그곳에서
어머니와 하나의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웨이팅이 있었지만, 어머니는 작은 투정도 없이 기다리셨다.
그리고 그림을 받자 환하게 웃으셨다.
귀엽게 그려진 본인의 모습이 마음에 드셨는지
여러 번 꺼내 보며 즐거워하셨다.
날씨를 핑계 삼아 시작된 쇼핑
생각보다 알차고, 풍성한 하루가 되었다.
가을 덕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