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진실을 피하기 위해
잃어버린 나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남자는 너무 오랫동안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말들 속에 갇혀 살았다.
특히 두 문장은
남자의 삶을 기둥처럼 짓눌렀다.
사람은 착해야 한다.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남자는 착한 아이였다.
도덕적이어야 했고,
옳은 사람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 ‘착함’은
남자가 세상에 붙들려 있는 또 하나의 감옥이었다.
숨이 막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남자 안에서 오래 참고 눌러온 무언가가
뚝하고 끊어졌다.
남자는 속으로 말했다.
씨발.
남자는 내 멋대로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동안 눌러온 욕망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남자는 스스로를 마주할 용기보다
먼저 터져 나온 억울함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 맞추며 살지 않을 것이다.
아무에게도 영향받지 않기 위해
도망치듯 독립했다.
경제 활동도 최소화해
회사도 그만두고 알바를 택했다.
밤낮은 뒤흔들리고,
하루의 구조는 완전히 무너졌다.
먹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마음가짐도
전부 내 마음대로 했다.
남자의 주변 사람들은
걱정이라는 명목으로 간섭하다가
한두 명씩 떠나갔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도덕도 버렸고,
규칙도 버렸고,
남의 시선도 벗어던졌다.
풀려난 망아지처럼
남자는 본능으로만 움직였다.
아니, 노골적으로 쾌락에 매달렸다.
참아온 것을 누린다는 명분.
그러나 실은
나를 마주하는 일을 피하기 위한 것이
진짜 이유였다.
그 쾌락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모든 도피는 남자를 구해주지 못했다.
막막했다.
누구의 조언도, 어떤 지식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도망쳐도,
숨겨도,
무엇을 해도
내 안의 구멍은 메워지지 않았다.
남자는 사실 알고 있었다.
결국 이 문제는 스스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러기에는
힘이 없었다.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남자는
더 깊이, 더 멀리 도망친다.
남자는
단 하나의 진실을 외면하기 위해
갈 수 있는 모든 곳으로 도망친다.
술
담배
도박
게임
음란물
일
관계
이성
섹스
잠
여행
거창해 보이는 모든 곳과
숨길수 있는 모든 곳.
그렇게 안이든 밖이든 도망친다.
그 모든 피난처는
달콤했고,
너무 받아들이기 쉬웠다.
내면의 고통만 잠시라도 덮을 수 있다면,
조금 더 무너져도 괜찮으니
지금만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그것들은 남자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남자는 중독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모조리 없앴다.
고요는 두려웠고,
침묵은 공포였다.
남자는 항상 무언가에 몰두했고,
빠져들었고,
자기 자신을 느끼지 않기 위해 살았다.
그것은 짜릿했고,
해방감 같았고,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난 듯했다.
하지만
쾌락의 끝에는
언제나 공허가 있었다.
절정으로 올라간 만큼
같은 무게로 떨어지는 허무.
그때
남자는 끔찍한 자기혐오와 마주한다.
도망쳤지만
결국 자신으로부터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
아무리 달아나도
내 안의 상처,
내가 외면한 진실,
내가 알고 있는 옳고 그름은
늘 나를 따라왔다.
그리고 그것들은
남자를 무차별적으로 깎아내리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도망친다.
수십 번, 수백 번.
그러다
도망칠 곳조차 더 이상 남지 않은 순간이 온다.
벽이다.
막다른 길이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는 섬광처럼 깨닫는다.
아버지가 왜 그렇게 술을 마셨는지.
왜 그렇게 도망쳤는지.
그것은
나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도망치는 방식조차
이미 그를 닮아 있었다.
물러설 수 없을 때까지 물러서고,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고 난 끝에야
남자는
아주 조금
스스로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위대한 결심도 아니다.
그저
흔들리는 나를
눈 똑바로 뜨고 마주하는 것.
그것이
살기 위한 투쟁이며,
스스로를 되찾기 위한
가장 처절한 몸부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