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름은, 남자

by 시더루츠

나는 이제 안다.
내가 말해온 ‘남자’는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 남자는
나였고,
나의 아버지였고,
내 곁의 형제였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남자였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태어나
각자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상처를 숨기고,
같은 두려움을 견디고,
같은 외로움을 품고 살아간다.


우리는 모두
강해지려 했고,
버티려 했고,
지켜내려 했다.


그러나 결국 알게 된다.
강함은 힘으로 버티는 데서 생기지 않고,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과정에서
조용히 자라난다는 것을.


우리는 오래 싸워왔다.
세상과, 관계와, 역할과, 기대와.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싸웠다.


그러나 이제
나는 전장을 바꾸었다.
세상과 싸우는 싸움이 아니라,
나에게 돌아오는 싸움으로.


그 자리에서
나는 나를 되찾았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은 더 이상 두려운 장소가 아니었다.
그냥 내가 살아가는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


나는 남자로 태어났고,
남자로 살아가고 있으며,
남자로서 계속 성장할 것이다.


그 남자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계속 변하고, 계속 배워가고,
조금씩 깊어지는 존재다.


나는 나를 이해하게 되었고,
이제 다른 남자들을 이해한다.

남자는 외롭지 않았다.
단지 그 외로움을
말할 언어가 없었을 뿐이다.


이제 나는 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저마다의 방식으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대 이름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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