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선택한다.

스스로를

by 시더루츠

삶은 여전히 바빴고

문제는 계속 생겼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나를 흔들어댔다.


그러나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변함없는 일상 속에서
단 하나만은 확실하게 달라져 있었다.


이제 나는
남이 정해준 삶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듯이,
나를 지켜주던 가면과 목표가 무너졌을 때의 충격은 컸다.
방향성을 상실한 듯했지만
그럼에도 ‘나로 살아간다’는 선택만은
놓지 않으려 버티고 있었다.


과거에는
사회가 정해준 기준선을 지키는 것이
안전했고, 평범함이 안정감을 주었다.
그 속에서 나는 늘 피신하듯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가이드라인도,
누군가가 정해주는 목표도,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모두 희미해져 있었다.


그 공백은
예상보다 훨씬 큰 불안을 불러왔다.


미래에 대한 불안.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내가 가는 길이 과연 최선일까?”
“이 선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끝없는 질문들이 밀려왔고,

과거의 억눌림도 계속 올라왔다.
나로 살지 못했던 시간들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
억울함, 보상받고 싶은 마음,
뒤늦게 밀려오는 분노까지.


현재의 나는
그 두 흐름 사이에서
살얼음 위를 걷듯 버거웠다.


원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 것도
분명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확실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선택하면
놓치는 것이 생긴다는 아쉬움.
여전히 흔들리는 기준들.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지는 것이 두려웠다.


내가 선택한 길에서 생길 모든 결과,
그 책임의 무게는
누구에게도 떠넘길 수 없었다.

타인을 탓할 수도 없었고,
세상을 욕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선택하지 않고 머물러 있을 수도 없었다.


다행히도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제는
내가 선택해야 했고,
내가 선택하지 않아야 했고,

그리고 그 모든 결과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

목에 칼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도,
이것만큼은
나의 다음 여정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부모님 세대의 삶을 떠올렸다.

생존이 전부였던 시대.
정신없이 배우고 일하느라 선택의 여유가 없었고,
그러다 자리가 잡히면 결혼을 했고,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아이를 키우고,
그렇게 살다 보니
은퇴할 나이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진 삶이라고 믿고 싶었겠지만
실제로는
그럴 여유조차 없었던 시대였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도
또 다른 형태의 도망일 수 있다고.
나 또한 다른 길들로
수십수백번 도망갔던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가장 고귀한 삶의 형태인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가장 두려워한다.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 통증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길,
누구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 길.


이제 나는 그 대가를
조금씩 치르고 있었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진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나의 삶을 스스로 창조해 나가는 일이었다.


지키고,
키우고,
확장하는 삶.


나는 아직 서툴렀고,
불안했고,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럼에도
이 과정만큼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그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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