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 속에서 필요한 여유
오랜만에 아침 공기가 선선하다. 성큼 다가온 가을이 반갑다. 발걸음도 가벼워 자전거를 타러 나섰는데, 길에서 낯선 자전거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전기 자전거였다. 순간 호기심이 스쳤다.
대만은 거리마다 자전거가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전기 자전거는 낯설면서도 흔한 풍경이었다. 여행 중에 한 번 체험해 보았다. 페달을 밟는 순간, 내 힘에 맞춰 자전거가 부드럽게 달려 나갔다. 적은 힘에도 속도가 붙으니, 바람을 가르는 쾌감이 짜릿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종종 떠올리던 자전거, 마침 눈앞에 전기 자전거가 있었다. 그때의 맛을 다시 느끼며 개천가를 달렸다. 길가에 핀 분홍빛 꽃, 얼굴을 스치는 바람, 물 위를 떠다니는 오리 가족. 운이 좋으면 두루미까지 만날 수 있었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었다.
우리는 늘 바쁘다. 바쁘지 않아도 바쁘다. 원하는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 그것 자체로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는 데조차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힘은 여유로움에서 나온다. 푹 쉬어야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에서 그는 행복과 고통이 삶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라고 했다. 둘 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중요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기쁨을 강조했다. 이는 오늘날 유행하는 ‘소확행’의 의미와도 닮아 있다.
행복과 고통에 대해 고찰해 보면, 우리는 과연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반문해 볼 만하다. 우리는 늘 고통받는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바쁨으로 도망치고, 내려놓음으로 잊어버리고, 또 쾌락으로 덮어버리는 모습이 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이루는 순간, 도착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다시 출발선에 서 버린다. 주변의 감사함은 당연하게 여기며, 작은 행복에는 감흥조차 느끼지 못해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 결국 이것은 행복과 고통, 둘 다 외면하는 길이다.
우리에겐 쉼이 필요하다. 쉼을 통해 여유를 찾고, 여유에서 행복을 누리는 따뜻한 마음과 고통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나온다. 그렇다고 꼭 거창한 여행이나 긴 수면만이 쉼은 아니다. 사람마다 쉼은 다르다. 나에게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주변을 바라보는 일,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만끽하는 순간이 곧 쉼이다.
자전거의 핸들을 잡듯이, 나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방치하지도, 몰아붙이지도 않는 것이다. 그것은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내가 나 자신이 되려는 노력이다. 물론 넘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넘어짐 속에는 신의 선물이 숨어 있다. 그것은 결국 나를 바꾸는 토대가 된다.
나는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다시 핸들을 잡는 과정에서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