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했다. 계약을 마친 날 바로 청소를 하고, 급하게 도배 시공도 맡겼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깨끗해 보였던 집이었지만, 전 주인이 남기고 간 흔적 속에는 고쳐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들이 꽤 많았다. 며칠 뒤, 몹시 추운 겨울날에 이사를 했다. 정신없이 짐을 옮겼고, 그 이후로도 집은 계속 정리 중이다. 벌써 2주가 지났지만 아직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지는 못했다.
사야 할 것들도 많았다. 소파와 TV, 책상, 수납 선반들. 공간마다 필요한 물건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좁아서 미뤄두었던 건조기도 결국 자리를 만들어 올렸다. 고치고, 설치하고, 다시 배치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 하루를 채웠고, 그만큼 고민도 자연스럽게 늘어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건 소파였다. 가격도 부담스러웠고, 과연 내가 얼마나 자주, 잘 사용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휑한 거실을 그대로 둘 수도 없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고가의 선택지들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아마도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소비라 더 두려웠던 것 같다. 재질, 크기, 배치, 사용감.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아질수록 결정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 결국 비교적 저렴하고, 따뜻해 보이는 모듈형 소파를 선택했다.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그 덕분에 후회도 덜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소파가 도착한 뒤, 재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듈 방식 특유의 일체감 없는 느낌도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이미 구매했고, 반품이나 환불이 쉽지 않아 애써 정을 붙이려 소파 커버를 바로 빨았다. 그래도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리뷰에서 보지 못했었던 생각보다 편하지 않다는 말을 들은 순간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후회와 자책이 동시에 밀려왔다. 처분을 고민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들은 말 하나가 마음에 남았다. 어차피 어떤 선택을 했어도 후회했을 것 같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예민한 편이다. 그동안은 익숙하고, 감당할 수 있는 선택만 해왔다. 그런데 집을 마련하면서부터
완벽함과 비용 사이에서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경험도 없이, 마치 이미 다 아는 사람처럼 선택하려 했던 것 같다. 소파에 얼마나 앉게 될지도 알 수 없었고, 처음에는 아예 다른 방식의 거실을 상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했다. 모든 선택을 철저히 계산해가며 할 수는 없다. 그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마찬가지다. 작은 물건들은 사고, 써보고, 다시 반품하는 일을 반복했다. 직접 사용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나는 어쩌면 경험하지 않고도 만렙이 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 모든 과정을 지나며 받아들이게 되었다. 두려움도, 망설임도, 후회와 자책도. 이 경험들은 끝이 아니다. 단순한 손해나 실패로만 남지도 않는다. 이 모든 과정은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이번에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