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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기 Nov 29. 2024

1. 이것은 전쟁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



지중해 동쪽 가자지구의 또 다른 이름. 



2007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경계를 따라 높은 장벽을 세웠다. 2006년 가자지구 총선에서 승리한 하마스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이유였다. 철조망과 시멘트 장벽은 21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 지구에 고립시켰다. 이스라엘은 전기와 연료는 물론, 식량과 약품의 출입까지 통제했다. 가자지구에 공급된 물의 97%는 식수로 적합하지 않을만큼 오염돼 있었으며, 전기 공급은 하루에 단 12시간 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게 16년 간 이스라엘의 반인도적 통제가 이어지던 중,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의 집권당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의 탄압에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단 “강력한 메시지이자 단결의 표시”였다. 이틀 뒤, 이스라엘의 보복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폭격하고 1조 3000억 원을 들여 만든 6m 높이의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 10월 9일 이래로 가자지구에선 매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학교와 병원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습에 더해 가자지구으로 구호품 반입을 제한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더없이 심각한 인도적 재앙다. 



이제 이스라엘은 보폭을 넓혀 레바논과 예멘에 이어 이란에도 무차별적인 공격을 강행하고 있다. ‘5차 중동 전쟁’ 확전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여전히 이 일련의 사건들을 ‘전쟁’으로 정의한다. ‘전쟁’은 대등한 관계의 둘 이상의 국가나 집단 사이에 발생하는 무력 충돌을 의미한다. 현재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행하고 있는 폭력을 면밀히 살펴보면, 쟁점의 중심에 있는 두 행위자—이스라엘과 가자—는 결코 대등한 관계에 있지 않다.



먼저 압도적인 사상자 수가 이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지난 1년 동안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습에 의해 사망한 가자지구 시민들의 집계된 수는 약 4만 5000여 명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 사망자 중 44%가 아동이며, 26%가 여성이었다. 무고한 시민들이 연일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에 의해 집계된 이스라엘군의 사망자 수는 총 1천 139명이다.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는 이스라엘군 사망자 수의 40배를 웃돈다. 이런 극심한 격차를 두고도
 이 참극을 대등한 세력 간의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군사력 차이도 상당하다. 이스라엘은 약 63만 명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하마스는 최대 3만 명에 그친다. 하마스와 비교할 것도 없이, 이스라엘은 방위비 지출에만 234억 달러를 쏟는, 전 세계 9위의 무기 수출대국이다. 게다가 미국이 매년 38억 달러(약 5조 1,100억 원)에 달하는 군사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두 국가의 전력 차이는 극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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