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매력

끝이자 시작. 반전이 있는 시간, 새벽.

by 세라비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자랑하는 건 아니다. 나는 저녁형 인간과 아침형 인간은 그저 스타일이 다를 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이다. 오히려 한참 무언가를 하다가 일정 시각만 지나면 거짓말처럼 졸려오는 것이 한스럽게 여겨진 적도 많다. 그날 할 일을 못 끝내고 다음 날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나는 보통 오후 10시면 잠에 들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어떻게 보면 과도한 아침형 인간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렇다는 사실이 싫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미라클 모닝을 자연스럽게 매일 실천할 수 있다. 굳이 알람을 듣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어서 좋고, 일어나서 아침까지 한참 남았다는 사실을 만끽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그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 바로 새벽이다. 나는 새벽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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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영어로는 dawn. 새와 벽이라는 음절이 뭔가 한자어스럽기는 하지만 순우리말이다. 동쪽의 순우리말인 "새"와 밝다의 옛말인 "박" (나중에 벽으로 바뀜) 이 합쳐진 단어. 동쪽에서 해가 뜨려고 하는 그 시간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좁게 보면 오전 3~6시 전후. 넓게 보면 자정부터 아침 전까지 시간을 새벽이라고 한단다.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이면서 역설적이게도 밝음이 다가오는 시간. 새벽은 그 자체로 묘한 시간이다. 어두움의 극한에서 빛이 찾아오는 것이 마치 터널의 끝과 같다고 할까.


나는 아니지만, 새벽에는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다. 충전하는 시간이다. 어제라는 하루를 열심히 보낸 사람들이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어제의 끝이면서 오늘의 시작이다. 어제이기도 하면서 오늘이기도 한 때, 모순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존재가 바로 새벽이다. 어떻게 보면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니어서 어정쩡할 수도 있지만 그 어정쩡함이 바로 새벽의 매력이 아닐까. 수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는 시간, 조용하면서도 수많은 스토리가, 어쩌면 현실을 넘어서기도 하는 이야기가 새벽에 끝없이 펼쳐진다.


새벽은 하루 중 가장 차가운 시간이기도 하다. 보통 해가 지면 기온이 계속 내려가서 새벽에 최저기온을 찍는다. 그리고 해가 뜨면 기온은 다시 올라간다. 사람들의 열기도 마찬가지다. 밝은 때 활기차고 해가 지면 잠잠해진다. 새벽이 되면 다시 열기가 돌기 시작한다. 가장 힘없는 시간이면서 가장 에너지가 많이 축적된 시간이 바로 새벽이다.


새벽은 이중적이다. 하지만 새벽은 솔직하다. 이 역시 얼핏 보면 말이 안 되는 얘기이지만 사실이다. 사람이 하루 중 가장 자기 방어를 못 하는 시간. 그만큼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게 되는 시간이 바로 새벽이다. 사람들이 야근은 많이 하지만, 규정 시간보다 몇 시간 일찍 출근은 야근만큼 자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직업, 업무와는 별개인 "자아"를 마주하기 좋은 시간. 역시 새벽이다.




가장 많이 잠들어 있는 시간. 그래서 그만큼 마주하기 힘든 시간이 새벽이지만, 사실 새벽은 정말 흔한 시간이다. 지구가 자전하는 한 하루에 한 번은 꼭 찾아오기 때문이다. 1년이 365일이면 365번, 366일이면 366번 새벽은 찾아온다. 정확히 낮이나 밤만큼 새벽도 당당히 등장한다.


미라클 모닝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 기적을 가져다주는 시간이 바로 새벽이다. 내게 새벽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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