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지만 위대한 인간

우주의 티끌 개인. 개인 속 저마다의 우주.

by 세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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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가득한 거리. 보기만 해도 바글바글하다. 하지만 위 이미지 속 사람의 숫자를 대충 어림잡아 봐도 글쎄, 500명은 될까? 사실 이런 이미지보다 더 확실하게 많은 사람을 확인하려면 출퇴근길 악명 높은 환승역에 가면 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붐비는 환승역의 하루 이용객이 수십만 명은 된다고 하니까.

그 수십만이라는 숫자조차 사실은 대단한 숫자가 아니다. 수도권의 인구가 2,600만 명. 대한민국 전체 인구는 그 약 2배. 그리고 전 세계 인구는 그 100배가 훨씬 넘는 80억 이상이다. 조금 황당하게 말하자면, 그 모든 사람들로부터 1원씩만 받아도 평생 편하게 살 수 있다. 그만큼 엄청난 숫자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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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구라는 행성 사진만 보면 80억 인구가 산다는 사실이 전혀 와닿지가 않는다. 도시화되고 황폐해진 환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사람 자체만 놓고 생각하는 것이다. 80억이라는 사람들을 모조리 모아서 구 모양으로 만든다고 해도 지구에 비하면 작은 점에 불과할 것이다. 굳이 우주라는 무한한 범위까지 확장하지 않아도 사람은 그만큼 미미한 존재이다.

아니, 세상에서 제일 큰 생물 80억 마리를 모아 놔도, 글쎄. 그게 지구보다 크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설사 지구보다 크다고 하더라도 그뿐. 우주라는 범위로 가져다 놓고 보면 역시 세포, 분자, 원자보다 작은 존재가 되겠지.


시간이라는 것을 놓고 봐도 그렇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100년 남짓.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겪을 수 있는 모든 사건을 다 겪는다. 하지만 지구가 존재해 온 기간만 해도 인간 수명의 수천만 배가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영겁이라는 기간을 생각해 보면 한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쉽게 와닿지 않을까.


그래서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 대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나약하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그건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것이 아니다.

바깥에서 본 인간은 나약하고 하찮고 미미한 존재이겠지만, 그 인간 하나하나. 즉,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티끌만도 못한 사람 내면에는 자신만의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꿈, 희로애락 등 온갖 감정, 세상에 대한 인식, 생각 체계, 등등. 이 모든 내면의 조합은 80억 인구가 모두 다르게 갖고 있다. 그리고 그 크기는 가늠할 수 없다. 지구라는 행성이 아무리 커도 크기와 질량은 측정이 가능하다. 태양도 마찬가지고, 우주도 어느 정도는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 사이즈를 잴 수 없다. 그 내면으로부터 나타난 외형(外形)은 여전히 하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마음은 절대 함부로 측정할 수도, 속단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대자연 앞에서는 정말 무기력하기만 한 개인은 사실 결코 하찮지 않다. 저마다의 세계, 우주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자연재해만 와도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그 내면은 충분히 위대하고 장엄할 수 있다. 재미있는 모순이다. 평생을 가꿔온 우주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무서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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