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있었던 한 여인의 남편을 향한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고 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아서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 옮겨 봄
https://blog.naver.com/charmdae/220470483043
원이 엄마 테마파크 조감도
1998년 4월 안동대학교 박물관에서는 경상북도 안동시 정상동 택지 개발 계획에 따라 고성이씨 집안의 이름 모를 무덤을 발굴하였는데 조선시대 미라와 함께 당시의 복식이 묻혀 있었다. 무덤에서는 단단한 회곽(灰槨)안에서 나뭇결이 생생히 살아 있는 외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덤에서는 주인공의 외로움을 달래 주려는 듯 여러 유물들이 함께 묻혀 있었다. 부인이 먼저 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쓴 한글 편지, 아우의 죽음을 애도하며 적어 내린 형이 쓴 만시(輓詩), 아버지와 평소에 주고받았던 각종 서신들…….
아버지와 주고받은 편지는 13통인데, 모두 여러 겹으로 접힌 채 하나의 주머니 안에 들어 있었다. 이 편지를 확인하여 보니 대부분이 “아들 응태에게 보낸다(寄子應台, 子應台寄書)”는 내용이 있어 무덤의 주인공이 이응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응태가 죽은 해는 부인이 쓴 한글 편지의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라는 내용에서 당시 병술년이 1586년임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통해 무덤의 주인은 키 180㎝ 정도의 건장한 남자로 고성이씨(固城李氏) 집안의 이응태(李應台, 1556~1586)라는 인물이며 31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음을 알 수 있었다.
복식류는 70여 점이 출토되었다. 이들은 주로 이응태가 평소에 입던 것인데 부인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와 아들의 것으로 짐작되는 적삼도 있었다. 이러한 복식들의 종류와 형태, 구성적 특징, 바느질 방법은 16세기 후반의 의생활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응태 묘는 장례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상례 및 장례와 관련된 풍속사 연구의 기초 자료가 된다.
2. 각종 서신들을 통해 부활한 이응태
발굴 당시에는 누구의 무덤인지 알 수 없었고, 고성이씨 집안의 족보에도 이응태와 관련해서는 생몰 연대와 무덤의 위치가 미상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무덤에서 나온 주인공 이응태의 아내인 원이 엄마의 한글 편지와 형이 쓴 만시(輓詩), 평소 아버지와 주고받았던 각종 편지들을 통해 무덤의 주인공이 밝혀졌다.
태어난 해는 형이 쓴 만시 가운데 “아우와 함께 어버이를 모신 지가 지금까지 31년인데(共汝奉旨甘 于今三十一)”라는 내용을 통해 묘의 주인인 이응태가 31살의 한창 나이에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31살의 나이를 역산한 결과 1556년에 태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이응태의 묘에서 발굴된 유품 중 남편의 머리맡에서 나온 미투리는 이들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짐작하게 했다. 미투리를 싸고 있던 한지가 훼손되어 내용을 모두 알 수는 없었으나, “이 신 신어 보지도 못하고……” 라는 내용으로 보아 병석에 누운 남편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신을 삼았으나 신어 보지도 못하고 죽자 미투리를 남편과 함께 묻어 준 것으로 짐작된다.
이응태의 묘에서 발굴된 유품 중 남편의 머리맡에서 나온 미투리는 이들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짐작하게 했다. 조선시대 부녀자들은 자신이 다 갚을 수 없는 은혜에 보답하거나 무엇을 간절히 기원할 때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신을 만들고, 이로써 자신의 정성과 소망을 표현했던 전례가 있다.
원이 엄마가 남편에게 짜 준 미투리
미투리를 싸고 있던 한지가 훼손되어 내용을 모두 알 수는 없었으나, “이 신 신어 보지도 못하고……” 라는 내용으로 보아 병석에 누운 남편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신을 삼았으나 신어 보지도 못하고 죽자 미투리를 남편과 함께 묻어 준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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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위와 엎에 빼곡하게 적은 원이 엄마의 편지
원문의 옛 한글 표기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네요.
자내 샹해 날려 닐오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죽쟈 시더니
당신 언제나 나에게 이르기를 둘이 머리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엇디야 나 두고 자내 몬져 가시 날고 식며 뉘 긔걸야 엇디 야 살라 야
어찌하여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고 자내 날 향 믈 엇디 가지며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 자내 향 믈 엇디 가지던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양 자내려 내 닐오 누어셔
매일 당신더러 내 말하기를 함께 누워서
이보소 도 우리 티 서 에엿 녀겨 랑리
여보 남들도 우리 같이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도 우리 가 야 자내려 니더니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당신더러 말했더니
엇디 그런 이 각디 아녀 나 리고 몬져 가시고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자내 여고 아려 내 살 셰 업니 수이 자내 가고져 니 날 려 가소
당신을 여의고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으니 빨리 당신한테 가고자 하니 나를 데려가 주세요
자내 향 믈 니∨줄리 업니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으니,
아려 셜운 디 이 업니 이내 안 어듸다가 두고
아무려 서러운 뜻 한이 없으니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식 리고 자내 그려 살려뇨 노이다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합니다.
이내 유무 보시고 내 메 셰∨와 니소 내 메 이 보신 말 셰 듣고져 야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내 꿈에 이 보신 말 자세히 듣고자 하여
이리 서 년뇌 셰 보시고 날려 니소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자내 내 식 나거든 보고 사롤 일고 그리 가시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식 나거든 누 아바∨라 시고
밴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려 들 내 안 가 이런 텬디 온 이리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천지에 슬픈 일이 또 있겠습니까?
이응태 부인 언간[내면]
[내면 위쪽 여백]
하 아래 이실가 자내 갓 그리 가 겨실 거니와
하늘 아래 또 있을까요? 당신은 한갖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려 내 안티 셜울가 그지그지 이 업서 다 몯 서 대강만 뎍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유무 셰 보시고 내 메 셰 와 뵈고 셰 니소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 믈 자내 보려 믿고 인뇌이다 몰 뵈쇼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보여 주세요
[내면 오른쪽 여백]
하 그지그지 업서 이만 뎍뇌이다.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내면 오른쪽 여백]
병슐 뉴월 초날 지븨셔
병술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아내 올림
[출처] 이응태와 그의 아내인 원이 엄마의 부부애|작성자 참대 charmd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