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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May 03. 2024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의 보편성

"자기가 바라지 않는 바를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말의 보편성


네이버 지식인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변 가운데에서 따옴


 [질문]

공자의 기소불욕물시어인이 감정의 보편성을 띤다고 말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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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질문이 너무 추상적입니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자세한 질문을 올리시면 답변해 드리기가 좀 나았을 건데요.


이 말[기소불욕물시어인]이 모든 인간의 감정이 보편적이라는 전제 아래에서 제시된 말씀인가를 묻는 것으로 여기고 몇 자 적어봅니다.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나 예수님의 "너희가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황금률]" 등은 일단은 인간의 심리가 보편적이라는 관점을 가정하고 그것을 기초로 제시된 말이기는 합니다. 

공자님이나 예수님이 그러한 말을 할 당시에는 보편성에 관한 자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고도의 윤리적 의식으로 충만한 성인들로서는 그 말의 그 타당성을 직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으리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 

사실 더욱 엄격한 윤리적 입장에서는 약간의 부언(附言)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나는 윤리에 관해 나름대로의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동일율[同一律]]과 [분당율[分當律]]이라는 보충적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이에 의하면 위의 명제들은 동일률로서 아직 분당률을 적용하기 이전에 적용하는 말입니다. 

동일율이란 [본질의 유개념[類槪念]이 동일한 사물에 관한 대우는 동일해야 한다.]고 표현됩니다. 강이낭이당이랑이가 다 같은 사람[이]이라면 사람이라는 동일 측면에 관한 대우를 똑같이 해야 된다는 의미. 


분당율이란 [본질의 유개념이 동일하더라도 그 종개념(種槪念)이 다르면 그 다른 의미에 관한 대우는 그에 해당하는 만큼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이낭이당이랑이가 다 같은 사람이지만 그들은 각각 그 색깔이 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종차(種差: 여기에서는 색깔의 차이)에 해당하는 만큼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임금을 지불합니다. 임금이란 일을 한 대가이므로 일한 사람들에게는 [동일률의 원칙에 따라서] 모두 임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런데 직종에 따라서 일의 내용은 다릅니다. 그러므로 그에 따라서[즉 분당률에 의한 종차에 따라서] 임금지불에는 차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다만 그 차등이 남녀라든가 노소라든가 사장과의 인척여부라든가[이러한 차이는 본질적인 차이가 아님] 등 작업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차이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기소불욕물시어인]이나 [황금률]은 이러한 종차[분당률에 따른]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동일한 존재자라는 동일률 차원에서만 고려하고 있으므로 다소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을 신분이나 재력ㆍ지능ㆍ신체적 우월성ㆍ동류의식 등등에 의해 불공평하고 불평등하게 대우하지 말고 평등하게 대우하기를 권고한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답변이 질문 요지와 다르다면 점 더 구체적인 질문을 보충해 주세요, 내가 그에 적합한 답변을 할 능력이 된다면 답변 수정해 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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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의견] 

질문이 구체적이지 못했는데 충분한 답변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는

'[기소불욕물시어인]이나 [황금률]은 이러한 종차[분당률에 따른]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동일한 존재자라는 동일률 차원에서만 고려하고 있으므로 다소 미흡하다'라는 말에 대해... 사실 완전한 말이 있을까요? 


공자의 인은 조건적이고 차별적이라는 면에서 그 당시에는 합당한 '분당률'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자의 기소불욕물시어인 그 말 자체에는 그러한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각각의 차이가 있어서, '내가 싫어하는 것을 그 사람이 좋아한다면?' 이라는 반론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일일이 따진다면, 이 세상에 명언이나 경구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예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기소불욕물시어인을 '분당율'을 고려해서 표현하려면 한 문장이 아닌 한권의 책을 써도 모자랄 것입니다.


미흡한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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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자 의견]  

흠………… 처음 질문 때에 드러나지 않은(?) 수준 있는 도덕적 판단력을 지니고 계시는데 놀랐습니다. [종종 그러한 분이 계시는군요] 


요사이는 [지식 인]에서의 질문자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여서 질문의 수준을 가늠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질문에 사용한 용어나 개념들을 보고 짐작해 그 수준에 맞는 답을 쓰게 되더군요.

 

각설하고………… 

내가 기소불욕물시어인이 분당율을 고려하지 않은 다소 미흡한 말이라고 한 이유는 질문자님의 질문에 [보편성]이라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소불욕물시어인이나 황금률 그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는(?) 명언입니다. 그런데 질문에서는 그것이 보편적인 말인가 아닌가를 묻고 있습니다. 


이때 이 말이 100% 보편적인 말이라고 답한다면 누군가가 분당율[물론 이 말은 내가 붙인 이름이며 내 이론의 이 부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이런 용어를 쓸 사람은 없겠지만]에 입각해 볼 때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보편적이라고 지적한 답이 잘못일 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결함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분당률의 설명을 부가한 것입니다. 즉 이 이론을 덧붙인 것은 100% 완벽한 답변에 가깝게 하기 위해서였던 것이지요. 


공자님이나 예수님이 분당율에 관해 알고 있었는가, 아닌가? 그리고 알고 있었다고 했을 때 이 명언을 달리 표현하기 위해서 책 한권이 필요했을까 아닐까를 추측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예를 들어 황금률이 그러하듯이 “만인이 각자 원하는 바대로 대우하라[긍정문].“거나 공자님의 말씀이 그러하듯이 ”남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면 [이를 그들에게] 베풀지 말라[부정적 금지문].“라고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것은 그분들이 한 말에서 [자기 본성과의 대비]를 제외시킨 말입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표현을 버리고 위에서처럼 동일율만을 사용한 것은, 범인(凡人)들은 자기 이외의 사람들, 곧 타인들의 본성을 직각적으로 파악하고 적용하는 것에 서툴 것으로 여기고

"타인이 바라는 바를 자신의 본성에 미루어 판단하도록 유도하여 쉽게 올바른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의도에서였을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동일율이나 분당율이라는 원칙도 내가 도덕의 준거원리[원래의 도덕률을 적용하기 쉽게 4가지 형태로 나누어 고찰ㆍ적용하기 위한 방편적 원리]라고 부르는 4가지 원리 가운데의 하나인 균일율(均一律)이라고 부르는 원리의 하위 개념입니다. 


그리고 균일율이라는 것은 [외연 질: 外延 質]에 적용하는 것으로써 내포 질[內包 質: 모두 내가 사용하는 용어임]에 적용하는 합목적률과는 달리 자기 자신의 본질을 기준으로 하여 대인관계에 사용할 수 있는 도덕률의 하나입니다. [합목적률은 무조건적으로 행위 대상의 본질을 기준으로 함]. 


여기에서는 진술의 제약 여건 상 더 자세한 말을 할 수 없네요.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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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의견]  

비판의 의도보다는 설명의 보충을 위한 의도이셨다는 거군요. 저는 만약 비판의 의도였다면 굳이 그런 비판이 필요한가..를 말하려고 했습니다.


댓글에서 적으신 대로

당시 원시유교의 현실적 특성상 '자기본성'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사실 타인의 감정을 직접 느낄 수 없는 현실에서 '각자 원하는 대로 파악하는 것'은 결국 모두 자신이 바탕이 되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이 있는 답변과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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