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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05. 2024

[기분(氣分)]이란 무엇인가?

기분은 감정의 한 가지인가? 아니면 감정이 기분의 한 가지인가?

기분은 감정의 한 가지가 아니라 감정이 기분이다. 


 

기분(氣分)의 뜻

필자는 외계의 물질을 의식하는 기관으로서의 감관(感官)에 의해 포착되는 감각(感覺)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감정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그 밖에 감성에서 연유하는 반응들을 굳이 구별하여 부를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그들을 두루 [감정]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기분이란 무엇이며 어디에 속하는 감정인가?   

  

[감정 연구가]들을 비롯해 일반인들은 [정념]과 [기분]은 같은 개념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들 기분이 정동과 같은 점이 얼마간 있기는 하지만 이 두 개념은 서로 나란히 서 있는 종속(從屬) 개념이거나 적어도 기분이 감정{정동}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거꾸로 정념[심리적 정동 이른바 정서]이 기분의 특별한 상태라고 지적하려 한다. [기분]은 [감정]이라는 말과 똑같은 말이며 오히려 기분 가운데 정취를 비롯한 정녈들의 감정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의식의 흐름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이른바 “의식의 흐름”―처럼 의식에 의존하여 발생하는 감정도 끊임 없이 흐르는데 이렇게 이어지는 생존에 대해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이 기분이다.  

    

곧 기분이란 정세가 특별한 상황이라고 의식되지 않아 높낮이가 거의 없이 편편하게 이어진 채 흐르는 감정이며 이에 견주어 특별한 정세에 의해서 흥분의 진폭이 크게 일어나는 것이 바로 {정동〙이다. 연속적인 감정 상태가 긍정적으로 유지되면 “[기분]이 좋다.”고 표현하며 부정적으로 유지되면 “{기분}이 나쁘다.”고 말한다.      

기분은 [정동]이 아니라, [정동]이 기분의 하나

생명체에서 정세의 파악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이어지며 그에 따르는 감정적 반응도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이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감정의 정세 파악으로 촉발되는 감정이 바로 기분이다. 일반적인 상태에서 정념은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 감정은 의식에 따라 일어나고 의식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면 정념이 때때로 끊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의식에 뒤따라 끊임없이 이어져야 할 감정은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기분이다. 이처럼 기분은 감정의 바탕이다. 정세에 따른 반응으로 천천히 또는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정동으로서의 정념이다. 감정의 바탕으로서의 기분은 기상 현상인 안개와 같다. 안개는 땅 위에 낮게 깔린 구름이다.    

  

안개와 구름은 똑같은 현상으로 그 차이는 공중에 높이 떴는가 낮게 깔렸는가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기분과 정념도 마찬가지이다. 안개가 그렇듯이 심성의 밑바닥에 낮게 깔린 감정이 기분이고 그 다음에 단순 정세에 따른 정취가 의미 정세에 따라 구름처럼 번개와 벼락이 치면서 요동하는 기분인 정동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음의 바탕에는 자아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인 자기애, 곧 자기 존중의 의식인 자존심이 깔려있다. 이 자존심은 비록〘몰각〙상태이긴 하지만 지속적인 의식의 흐름에 따라 심성의 가장 낮은 바닥에 깔린 채 흐르며 의식이 끊어지지 않는 한 자존심에 딸려있는 기분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자아의 정세가 계속 긍정적이면 “좋음”의 기분이 계속 흘러 이어지며 이때 자아는 “기분이 좋다.”는 느낌에 빠진다.      


그러다가 정세가 호기를 만나면 기쁨과 즐거움이, 위기를 초래하는 상황을 만나면 불안이, 남이 자기를 부정적으로 여긴다고 느끼면, 곧 멸시당하거나 모욕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상황에 처하면, 자아는 “나쁨{불쾌}”의 감정이 생기며 이때 자아는 “기분이 나쁘다.”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특별한 정세 ⸺학계에서 흔히 [정서, 곧 필자가 말하는 정념]의 원인이라고 여기는 상황⸺ 에 맞닥트려 갑자기 촉발되는 감정이 정동, 특히 심리적 정동 ―일반이 정서(情緖)라고 부르는 것― 인 정념이다.      


정동은 기분과 다른 바탕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바로 지속적으로 마음의 바닥에 흐르던 기분이 좀 더 강한 정세로 인해 좀 더 강하게 동요하는 반응일 뿐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정동, 또는 생리적 정초, 심리적 정념, 윤리적 정륜, 성리적 정조이다. 다시 말해 기분과 이들 정동은 같은 것이며 그 바탕은 감정 전체의 구조인 기분이다.      


기분이 감정이 아니라면 희로애락처럼 기분이 일어나는{야기되는} 독특한 상황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분은 그러한 상황을 일으키는 독특한 대상적 상태가 없다. 기분은 감정인 동시에 감정의 바닥[기초]이기에 감정에 특별한 기복으로서의 희로애락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언제나 사소한 감성 자극이 있을 때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때의 감정만을 기분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기분이 감정이라는 점은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경우에 잘 드러난다. 곧 우리는 흔히 “기분이 좋다.” 또는 “기분이 나쁘다.”고 초드는데 이때 이 말에는 학계에서 기분의 정의에 포함시키는 사소한 감성적 자극만을 가리키지 않고 이른바 일반적으로 정서라고 부르는 희로애락  • 공포 • 분노 • 전율 등 본래적인 격렬한 감정을 겪고 나서도 “기분이 좋다.” 또는 “기분이 나쁘다.”고 여긴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기분이 정동이 아니라면 이런 표현은 분명히 잘못일 것이다. 바꿔 말해 기분이 바로 정동으로서의 감정이기 때문에 저런 격렬한 감정을 겪고 기분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마음의 밑바닥에 깔려 잔잔히 흘러가는 감정으로서의 기분은 감정의 뿌리인 동시에 감정 그 자체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특별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 기분을 감정과 나누인 다른 개념으로 여긴다. 곧 기분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자존심이다. 자존심이 높아질 때 기분이 좋고 자존심의 상처를 받을 때 기분이 나쁜 것이다. 이로 보면 기분이 자아와 더 가까운 감정으로 여겨진다     


기분은 인간의 본성인 자기 제시를 크게 반영하며, 따라서 주로 기분의 바닥인 [자존감]과 관계되는데 특별한 상태로는 우울이나 환호 등이 그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다소간의 강한 긍정적인 의식이 지속되면 즐거움이 되고, 강한 부정적인 의식이 지속되면 괴로움이 된다.      


이처럼 모든 감정은 기분이며 특히 즐거움이나 괴로움은 대표적인 격렬한 기분의 하나인 [정동]이다. 기분이란 정세가 어떠한가에 관계되는 의식의 지속적인 반응인 침울함과 우울증은 목적 실현 불가능에 따르는 자존감의 상실에 대한 연속적인 부정적 기분이다.      

기분의 바닥은 “기분 좋다(상쾌하다 • 쾌적하다)”와 “기분 나쁘다.”처럼 긍정적 기분과 부정적 기분으로 나누인다. 이는 기분이 즉각적인 정세의 반응이 아니라 다소간 지속적인 의식에 의해 일어나는 까닭으로 보인다.      

기분에는 미약하기는 하지만 감정의 여러 상태와 아주 비슷한 상태들이 모두 들어 있다. 기분은 희로애락의 상태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기분이 심리적 감정인 정념{정서}이고 정동이 기분이기는 하지만 특별히 기분이라고 표현할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리킨다.   

   

기분과 정동의 차이 

감정에는 긍정적인 감정이나 부정적인 감정의 두 부분이 있고 그에 관한 별도의 이름이 있다. 그러나 기분에는 긍정적인 경우인 [좋다: 기분이 좋다]와 부정성[나쁘다: 기분이 나쁘다]의 2방향에 딸린 표현밖에 없다.


기분의 긍정성과 부정성, 곧 좋다[호(好)]와 싫다[혐(嫌)]를 결정하는 요소를 다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자기 동류들의 상태도 모두 포함되는데 아래의 여러 항목에는 겹치는 부분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생명과 생활의 긍정적인 상태를 유쾌하게, 그리고 이에 부정적인 경우에 불쾌하게 반영된다. 

[정신 기능의 상태] 정신적으로 사유(思惟)하거나 생각하기에 지장이 없는 상태, 현재나 미래의 전망이 희망적인 경우, 진행하던 일이 성취된 상태. 만족한 상태. 의식이나 의지 감정 등이 긍정적으로 흘러가면 [기분]이 좋아지고 부정적으로 흘러가면 [기분]이 나빠진다. 

[신체의 상태] 신체적으로는 활동하기에 쾌적한 상태를 가리킨다. 날씨가 알맞다든가 아픈 곳이 없고 행동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신체가 부드럽고 힘차다든가. 생리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한다든가 하는 경우가 긍정적인 상태이며 그와 반대되는 상태는 부정적이다. 신체가 긍정적인 상태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쇠약해지거나 불편함으로 나아가면 [기분]이 나빠진다.      

[과거나 현재미래의 역정(歷程)과 전망지난날을 되돌아 생각하거나 미래에의 전망이 긍정적이면 [기분]이 좋아지고 부정적이면 [기분]이 나빠진다.


기분이 감정 자체가 아니라 별개의 감정이라면 다른 감정과 배타적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처럼 기분은 정념에 속하지도 않고 정취에 속하지도 않고 그 모두에 속하는 상위의 기초적인 감정이다.     

긍정적인 기분 위에 긍정적인 감정을 바꿔 얹어 놓아 보자. 만약에 기분이 감정과 나란히 맞선 반응이라면 기분 위에 다른 감정을 바꿔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기분 위에 다른 감정을 바꿔놓아도 전혀 이상 없이 기분과 잘 융합된다. 그것은 감정이 바로 기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포(恐怖){[두려움]과 [무서움]} 

위기가 닥치는데 아무런 대처가 없을 때에 따른 부정적〘정초〙

     

[두려움{공포}]

앞날에 닥칠 것으로 여겨지는 죽음 등 부정적인 그림자를 미리 어림할 때 느끼게 되는 정초. 이 어림은 그 대상도 때와 장소도 이유도 할 수 없을 때 생긴다. 다만 그 어림의 고비가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느끼면 “고소 공포증”, 아무 기댈 곳이나 사람이 없는 넓은 곳에서 느낄 때 “광장 공포증”, 꽉 닫쳐있어서 빠져나갈 수 없는 막힌 곳에서 느낄 때 “폐쇄 공포증”, 어두워서 깜깜하여 위기에 대처하기 어려운 곳에서 느낄 때 “어둠의 공포”라고 부른다.      


[무서움]

죽음의 그림자가 눈앞에 닥쳤을 때 느끼는 정초. 두려움이 간접적인데 견주어 눈앞에 위험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상태라는 차이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감정이란 특별한 정세의 의식에 의해 야기되는 [기분]이다. 의식에 흐름이 있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과 같이 감성적 반응인 [기분]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는 흐름으로서의 감정, 곧 정동이며 기분이 정동이 아니라 오히려 정동이 특이하게 격렬한 기분의 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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