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관한 논의 :
①정감과 정애의 구별
제시자와 수용자 쌍방에 다 같이 나타나는 이 심리적 반응이 바로 심리적 정동인 [정념(情念)]이다. 그리고 정념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제시 본성에 따르는〘용질〙의〘우열성〙에 관계되는 자존적 감정이다.〘제시자〙나〘수용자〙는 그들의 용질을 서로 비교 평가하여 나타나는 결과 그 자체에 대해서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결과 자체에 대해 반응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나 상대방과의 비교 평가에 의해 밝혀지는 우열의 결과에 대한 [반응{감정}]과 함께 그러한 우열의 결과를 야기시킨 [대상]들 ┈여기에는 우열의 경쟁자인〘맞잡이〙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포함된 [우리 편]┈ 에 대한 반응이 함께 유발된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이 두 가지 감정은 내용이 비슷하기에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서 일상에서도 이를 잘 구별하지 않는데 이는 이들을 구별해 표현하는 용어가 없는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가 있다. 정동을 꼼꼼히 관찰해 보면 반응자 자신의 내적 감정만이 아니라 결과를 일으킨 대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분명히 따로 발생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내가 어떤 출판사의 저자 뽑기 대회에서 떨어졌다면 나는 그 출판사에 실망하게 될 것이다. 이 실망이 출판사에 관한 [정애]이다. 그런데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집안이 어수선하여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위우치고 집안을 어수선하게 만든 동생에게 원망할지도 모른다. 이 원망과 뉘우침이 나에 대한 정감이다.
이때 자기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 [정감(情感)]이고 정감을 불러일으키게 한 대상에 관해 느끼는 감정이 [정애(情愛)]이다. 정애는 다시 자기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과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구별할 수도 있다.
②대상과 처지에 따라 달라지는 정동
예컨대 시누이와 올캐의 다툼/ 시어미와 며느리의 다툼 경기하는 선수들의 승패 뒤의 정감과 정애
정감과 정애는 비록 발현의 정도가 희미해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혼동될 수도 있지만 모든 정동, 곧 심리적 정동인 [정념(情念)]은 물론 생리적 정동 [정초(情楚)] 및 윤리적[도덕적] 정동인 정조(情操) 등에 다 갖춰져 있다.
정감과 정애는 의식의 대상과 그 대상이 놓여있는 처지에 따라 여러 가지 상태를 낳는다.
의식의 대상에는 제시 용재의 우열에 따르는 맞잡이에 따라, 또 방관 관계나 상관관계의 의지적 경쟁이나 적대성에 따라, 또 그 관계자들이 놓여있는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른 정감과 정애가 일어난다.
❷사회적 교류에 따른 감정인 [맑은정(청정(淸情): 순리적(順理的)정애]과 [흐린정(탁정(濁情): 역리적 정애(逆理的 情愛)]
➀인간관계-순리적 관계와 역리적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4가지의 교류 관계가 있고 그 가운데에 순리적 관계와 역리적 관계사 이루어딘다.
이를 잠깐 다시 초들어 보면
[제1형] 우월 제시의 유쾌 수용 [경애(敬愛)관계]
[제2형] 열등 제시의 불쾌 수용 [혐오(嫌惡)관계]
[제3형] 우월 제시에 불쾌 수용 [질시(嫉猜)관계]
[제4형] 열등 제시에 유쾌 수용 [조소(嘲笑)관계]
가 된다.
여기에서 순리와 역리의 경우를 교류의 측면이 아니라 서로 사이의 감정에 맞춰 다시 설명하면 정감은 제시자와 수용자의 의도에만 관계되는 정념으로서 의도에 상당할 때의 긍정적 감정인 유쾌와 부정적 감정인 불쾌의 두 방향만이 가능했었다. 우리가 용재와 그에 따르는 감정 간의 대응 관계를 허심탄회하게 표상한다면 긍정적 용질에는 긍정적 감정이 촉발되고 부정적 용재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촉발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용질의 상대적인 우열을 다투는 제시 본성적 대상에 관한 정념인 정애는 사정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정애에서 고려되는 요인은 경쟁 주체와 대상의 용질 및 결과뿐만 아니라 경쟁자 서로 간의 관계 ┈경쟁ㆍ적대ㆍ협조ㆍ우호┈ 까지도 포함되는 등 매우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에 촉발되는 정애의 양상도 매우 다양하다. 더구나 긍정적 용질에 대해서 부정적 반응이 야기되는가 하면 부정적 용질에 대해서 긍정적 반응이 유발되기도 한다.
[제1형] 우월 유쾌]나 [[제2형] 열등 불쾌]처럼 긍정적인 용질 소유자에 [경애]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하고 부정적인 용질 소유자에게는 [혐오]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하는 경우처럼 정애의 자극과 반응 사이가 자연스럽게 야기되는 경우 ⎯ 순리적인 교류일 때⎯에 필자는 이를 맑은정[청정(淸情)]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제3형]처럼 우월 대상에 대한 불쾌감(우월 불쾌), 곧 긍정적인 용질 소유자에 질투와 시기심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하거나 [제4형]처럼 열등 대상에 대한 유쾌감(열등 유쾌), 곧 부정적인 용질 소유자에 조소나 경멸 등 긍정적인 반응을 하는 정애, 곧 역리적(逆理的)인 교류에 나타나는 자연스럽지 못한 정념을 맑은정[탁정(濁情)]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청정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적합한 심정이라고 생각되지만, 탁정은 적합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데도 이러한 감정이 분명히 야기되고 있다.
이는 제시 본성의 상대성으로 인해 경쟁 관계나 적대 관계에 있는 교류자에게 제시 욕망ㆍ수용 결과와 이에 대한 감정 등 여러 부면에 걸친 정신적 활동이 각각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구분된다는 점은 이미 초든[언급함] 대로이며 지향하려는 방향이 긍정적 측면이라면 회피하고자 하는 방향은 부정적 측면인 셈이다.
감정이나 태도 또는 작용의 의도와 결과 등 정신적 경향이 똑같은 측면에 지향될 때, 다시 말해 긍정적 제시에 대한 긍정적 반응, 부정적 제시에 대한 부정적 반응처럼, 같은 측면이 짝을 이룰 때 이는 인간관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순리(順理)]라 한다면 지향의 방향이 서로 대극적일 때에는 [역리(逆理)]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곧 부정적 용질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일 때, 또는 긍정적 의도에 대한 부정적 결과, 부정적 욕망에 대한 긍정적 반응 등과 같은 것이 역리적 현상이다. 이 관계를 이해하기 쉽게 도표로 나타내 보자. 그것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교호의 상호작용 관점에 입각한 관계]
*표기된 수용자의 정애는 특별한 예이며 다른 요인이 개재되어 있으면 유발되는 정애가 다소 달라질 수 있다. 촉발 예상 정애의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은 앞으로 분석될 상황에서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일일이 부연하지 않을 것임.
앞에서 초들었듯이 제시와 수용 사이에는 합리적인 사고에 의해 생각하면 응당 순리적이어야 당연할 듯한 관계에서 역리적 현상이 나타난다. 곧 정애 Ⅱ 남에 대한 반응에서, 도표로 보이는 바와 같이 존경(긍정 내용에 대한 긍정 반응)과 혐오(부정 내용에 대한 부정 반응) 같은 순리적 반응만 있는 것이 당연할 듯한 경우에 긍정 용질에 대한 부정 반응인 [시기심]이나 강샘[질투], 부정 용질에 대한 긍정 반응인 조소 경멸 등의 역리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인간의 교류의 많은 부분이 이처럼 역리적 관계로 형성되어 있는 이유는 인간의 심성이 절대적인 가치의 실현 의지가 아니라 서로 간에 우열을 다투는 상대적인 제시 본성에 지배되기 때문으로 생물의 비합리적인 특성을 여실히 나타내 주는 예증이다.
그런데 앞에서 도시한 4종 정애의 분화는 사태를 용재와 정념 사이의 관계만으로 정리한 가장 단순한 경우이며 실제로는 이미 지적했듯이 여러 요인에 의해 더욱 잘게 나누어진다. 우선 앞에서의 도식에서 내세운 용재는 개체가 소유한 결과적인 내용인바, 생명체의 더욱 근본적인 내용인 행위의 원인 개념으로서의 의지는 이와 별도의 차원에서의 정애의 촉발 요소이다.
한편 정애 촉발의 또 하나의 중요한 변인은 용재 소유자(제시자)와 제시자 사이의 관계이다. 우리가 제6부 [교류]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제시 본성적 관점에 의할 때 대상과의 교류는 상교 상태와 방관 상태로 구분되고 상교 상태는 다시 우호적 교류와 대립적 교류로 구분된다*.
방관 상태에서는 대상의 의미가 평가자의 주관적인 왜곡에 따라 휘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 수용자는 방관적 대상의 의미를 허심 탄회하게 받아드릴 수가 있는 것이다. 방관 관계에서는 상대방과 자기를 상대적으로 비교 평가하는 경쟁의 의식과 무관하여 공정한 태도를 취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는 정취가 그러하듯이 단순한 순리적 정애만이 촉발된다. 그러나 대립적 상교 상태에 진입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때에는 자기와 상대방과의 용질을 비교하여 상대적인 우위를 차지하려는 제시 본성적 평가 태도와 자기가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여기려는 제시 본성적 자존심의(의미) 간섭 때문에 우열의 실질이 어떠하거나에 불구하고 의식은 ┈사실의 반영에 따라서가 아니라 교란 상태에 빠져┈ 탁정이 촉발되는 것이다. *상세한 내용은 졸저《인성론》 제5부 교류 참조.
앞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교 상황에 놓여있는 제시자와 수용자의 정애에서는 우수한 용질의 소유자에 대해서 반드시 긍정적 반응이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 감정이 지향될 수 있는 것이며 같은 이유로 열등한 용재의 소유자에 대해서도 이를 부정 감정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쾌적 감정인 쾌재를 외치는 일이 가능하다. 즉 그들의 서로 간의 관계에 따라서 제시의 용질에 관한 수용자의 반응이 순리적으로이거나 역리적으로 촉발된다.
먼저 수용자에게 촉발되는 정애를 예견해 보자. 수용자와 제시자의 관계가 방관적 관계라면 수용자에게 촉발되는 정애는 순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제시자와 수용자의 관계가 대립 관계라면 제시자의 용질이 우월할 때 수용자의 정애는 부정적일 것이고 제시자의 용질이 열등하면 수용자의 정애는 긍정적일 것이다.
즉 양방의 관계가 대립 관계일 때에는 수용자의 정애는 역리적일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타당성이 높은 것이다. 우월한 사람에 관한 역리적 정애에는 심술(心術)을 동반하는 일이 많다.
이를 도표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 방관 관계에 있는 제시자의 용질이 우수하면 수용자는 만족하게 느끼며 제시자를 애호하게 될 것이다. 곧 방관 관계에서 나타나는 정감은 거의 맑은정이다.
◆ 우호 관계에 있는 제시자의 용질이 우수하면 수용자도 기뻐하며 제시자를 경애할 것이다.
◆ 대립 관계에 있는 제시자의 용질이 우수하면 수용자는 불쾌할 것이며 제시자를 시기할 것이다. 곧 대립 관계에서 나타나는 정감은 거의 흐린정이다.
◆ 방관 관계에 있는 제시자의 용질이 열등하면 수용자는 혐오감을 느낄 것이다.
◆ 우호 관계에 있는 제시자의 용질이 열등하면 수용자는 안타깝게 생각하여 제시자에게 연민을 느낄 것이다.
◆ 대립 관계에 있는 제시자의 용질이 열등하면 수용자는 쾌재를 부르며 제시자에게 조소를 보낼 것이다. 수용자에게 제시의 결과에 따르는 제시자에 대한 정애가 촉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시자에게도 결과에 대한 정감과 함께 이를 수용하는 수용 태도에 대한 대(對) 수용자적 정애가 촉발된다.
이를 도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다른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렇게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