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에서의 질문과 답변을 약간 보충해서
※이 글 "복(福)과 악업(惡業)의 관계"라는 질문은 필자가 네이버 지식인에서 했던 답변을 옮겨 적은 글인데 1이 너무 길어 보시기에 불편하리라 생각해 그 뒷부분을 잘라 "복(福)과 악업(惡業)의 관계 2" 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1편을 읽어 보신 뒤에 흥미가 있으셨다면 2를 읽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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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만약 어떤 평범한 사람이 취미 삼아 어느 날 복권이나 투기 등으로
운 좋게 많은 소득을 올렸습니다.
그러면 이 사람은 전생에 복을 지어 현생에 복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복에 대해서는 따로 논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요행을 바랬기 때문에 다시 나중에 악업으로 이어지는 건가요?
아니면 복을 짓고 복을 받은 행위로 끝난 것이고 다른 공덕을 쌓으면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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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불교적인 세계관에 푹 빠지신 분으로 보이는군요.
전생의 선업ㆍ악업과 현생의 화ㆍ복이 인과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믿음은 그 근거를 확실하게 인식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처럼 전생과 이승, 또는 저승으로 삼생 윤회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것은 종교적인 관념일 뿐이며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것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증거들을 발견할 수 있겠지요. 질문자처럼 내가 이 세상에서 당하는 일마다 그것이 전생의 업보라고 생각하기로 말하면 모든 것이 그 증거처럼 여겨질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업보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에서는 모든 행위가 여호와 신이나 예수님과 연결됩니다. 위의 사례처럼 복권이나 투기 등으로 운 좋게 많은 소득을 올렸다면 기독교도들은 여호와의 축복이라거나 예수님을 철저히 믿기 때문에 그러한 좋은(?) 결과가 왔다는 점을 철석같이 믿을 겁니다.
만약에 같은 사례를 모슬렘[모하메드 신봉자들]교도들이라면 알라신의 축복이라고 믿겠지요.
유가(儒家: 공자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라면 천(天), 곧 하늘의 섭리하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진시황은 방사(方士: 음양오행의 술을 사용하는 사람들)들의 말을 따라 국가 체제나 국사를 철저히 했으나 천하통일 15년 만에 멸망되었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그들의 앞일을 신전의 무녀들이 내리는 신탁에 의지해서 추정했으며 신탁의 예언을 철석처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주관적 관념에 푹 빠져 있었지만 지금 그리스 신전에 가서 앞일을 묻는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질문자시라면 그리스 신전에 가서 신탁을 받아볼 의향이 있으실까요? ]
이처럼 이러한 관념은 그것이 사실임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관념이 아니라 주관적인 상상일 뿐인 것입니다.
사실 선악과 화복을 연결지으려 하는 심리는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며 매우 강력한 심정이어서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관적인 상상[심청이가 공양을 해서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한다든가 흥부가 선량하여 제비가 보물을 가져다준다든가 하는 우리 옛 이야기처럼]에 의지하지 않는, 진실로 증명을 할 수 있는 확고한 증거를 기준으로 한다면 전생에서 죄를 지어 이생에서 그 죄값을 받거나 전생에서 선업을 쌓아 이생에서 복을 받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질문자께서는
“어느 날 복권이나 투기 등으로 운 좋게 많은 소득을 올린 사람은 그가 전생에 복을 지어 현생에 복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라 했는데
-어려서부터 부지불식중에 믿어온 잘못된 관념을 버린다면-
그렇게 볼 수 있는 확고한 근거가 있습니까?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혀 그렇게 볼 수 없는 일인데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고 상상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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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결과는 요행을 바랬기 때문에 다시 나중에 악업으로 이어지는 건가요?
아니면 복을 짓고 복을 받은 행위로 끝난 것이고 다른 공덕을 쌓으면 되는 건가요?
그 사람이 복권을 산 것은 요행을 바란 것이 틀림없을 겁니다[혹은 재미삼아 샀을 수도 있기는 하지요] 그리고 그 요행은 현실로 들어맞았습니다. 그 뿐입니다.
그 사람이 그러한 요행을 바랬기 때문에 그것이 악업으로 이어지리라는 관념은 극히 주관적인 상상입니다.
그가 이승의 현실에서 요행이나 바라는 그러한 낮은 인격 수준으로 인해 곤경을 당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의 행실에 따르는 필연적인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그가 요행이나 바라는 그런 행동으로 처신해서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 행위가 그것으로 끝나고 다른 공덕을 쌓으면 다시 복락이 오는 것과 같은 일은 인과관계의 필연성에서 오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위의 질문에서와 같이 공덕을 쌓으면 요행을 바란 그 심정이 뒤에 복을 받거나 받지 않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도대체 이생에서 막대한 재산을 벌었거나 강국의 대통령이 되었거나 절세미인으로 태어난 것이 전생에서의 선업이 쌓인 덕택이라고 하더라도 공념[속빈 생각]일 뿐이지 그가 언제 어디에서 공업을 쌓은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다행이 이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사람은 어쨌든 이생에서 남들이 부러워 하는 상찬을 받지만
만약에 끼니도 때우기 어려운 사람, 비천한 노비출신, 못생겼다고 기피되는 사람들에게
"넌 전생에 죄를 지어 그리된 것이야!"하고 비웃는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습니까?
도대체 자기가 언제 어디에서 그처럼 못된 일을 했는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데 이런 비웃음이 당하니 말입니다.
선행을 하는 것은 오로지 그것이 선행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복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며[만약 그러한 이유로 선행을 했다면 이미 그것은 선행일 수 없습니다]
악행을 하는 것은 오로지 그 인격이 비루하거나 무명(無明)한 의식의 소치일 뿐 그것 때문에 화나 불행이 오는 것과는 필연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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