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장염엔 이유가 있다!

우리 손 씻자...?

by 펠릭스

점심시간. 저와 아내는 점심을 먹기 위해 각자 먹을 것을 준비합니다. 아내와 저 모두 라면을 끓여 먹기로 하고 각자의 라면을 준비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매운 라면을 먹기 부담스러워진 저는 곰탕류 라면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라면을 끓이고 여유 있게 식사를 시작하려는 찰나, 아내의 전화로 전화가 옵니다.



"다정반 선생님"



이 시간에 유치원에서 전화가 올 일은.... 대부분 좋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술도 뜨지 않은 하얀 라면처럼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아내가 통화를 한 뒤, 나지막이 이야기합니다.



"데리러 가자. 토하고 축 쳐졌데."



그렇게 아내와 저는 부랴부랴 옷을 입고 아이를 데리러 출발합니다.


유치원에 도착하고 아이와 마주합니다. 평소 아이는 열도 잘 안 나고, 아파도 아픈 기색이 잘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마주한 아이는 힘이 없고 목소리도 떨립니다...! 다행히 열은 없네요. 그런데 얼굴에 이상한 반점 같은 게 보입니다. 얼른 차에 태우고 가까운 어린이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가는 길에도, 도착한 뒤에도 한 번씩 구토를 하는 아이...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장염으로 확정 지어집니다. 처음으로 수액을 맞으며 회복실에서 잠시 누워 있습니다. 저는 장난치는걸 참 좋아하는데, 아이 기분을 풀어주고 싶어서 아이에게 장난을 쳤습니다. 아프지 않을 때 아이는 작은 것에도 잘 반응해 주는데... 오늘은 반응해주지 않네요. 많이 아픈 모양입니다.




수액을 맞으면서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행스럽게도 쉬는 동안 상태는 좋아졌고, 평소의 장난꾸러기가 되어 시끄러워집니다. 어쩌다 장염에 걸렸는지 너무 궁금해서 역학조사를 시작합니다.



"오늘 간식 먹은 거 있어?"

"아니, 없어!"


"언제부터 아팠어?"

"바깥 놀이터에서 놀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디지털 체험할 때부터 이상했어!"


"어제 점심은 뭐 먹었어?"

"잡곡밥 말고는 모르겠어!"



몇 가지 질문이 오갔지만, 뚜렷한 뭔가를 못 찾던 그때. 아이가 나지막이 자수를 하나 합니다.



"근데, 어제 밥 먹기 전에 손 안 씻었어."



응? 밥 먹기 전엔 뭐 했냐고 하니, 밖에서 놀았다고 합니다. 아마 가장 유력한 후보일듯한 느낌이 드는 상황... 아이는 아직도 손으로 반찬을 집어 먹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이것저것 만지고 노는 걸 매우 좋아합니다. 거의 매일 밖에서 열매, 나뭇잎, 돌멩이 등등 희한한 것들을 주워오곤 하거든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의심이 많이 되는 걸 하나 잡았습니다.



"... 왜 손 씻어야 되는지 알겠지? 그리고 왜 손으로 먹지 말라는 지도 알겠지?"

"응~~"



아이는 듣는 둥 마는 둥 흘려듣지만, 아마 잘 기억하게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겁이 많은 아이여서 이런 일 한번 있으면 엄청 신경 쓰거든요. 평소라면 놀다가 잔다고 할 아이지만, 오늘은 속이 좋지 않다며 일찍 잠듭니다. 이렇게 하루가 저물고, 아이도 우리도 또 하나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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