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허전함
얼마 전 형님네가 내려오셨습니다. 8살 남자아이와 4살 여자아이와 함께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집으로 오셔서 며칠 묵었다 가셨죠. 저희 가족도 아이와 함께 찾아가 정말 폭풍 같은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정말, 폭풍 같은.... 그런 나날들이었습니다.
평소 아이는 혼자서 놉니다. 저와 아내가 함께 놀아주긴 하지만, 대부분은 아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저희가 맞춰주는 형태가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는 함께 노는 법을 잘 모릅니다. 조금씩 조금씩 다듬어는 주지만, 갈길이 먼 느낌. 초조하지는 않지만, 조금 안쓰러운 느낌으로 늘 걱정 반 살아가네요.
아이는 사촌 형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름이 '시우'인데, 아이가 가끔 '시우 형 보고 싶다!', '시우 형 언제 와?' 같은 말을 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그런데 막상 같이 놀면 아이 혼자 삐져서 안 놀거나 데면데면 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촌 형의 장난 때문에 마음이 상하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데로 못 놀아서 삐지거나... 그러면 살짝 거리가 멀어지고. 그러다 또다시 살 가까워졌다가, 또 멀어지고의 반복. 그리고 대부분 원인은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빨리 보고 싶다!'에서, '흥~~'으로 끝났습니다. 처음엔 같이 노는 둥 했지만, 마지막에는 각자 놀기로. 아이에게 물어보니, 형이 장난감으로 때렸다고 하네요. 아마 장난치다 부딪힌 거 같은데, 그걸로 마음이 상한 듯합니다.
저희는 남자아이만 키우다 보니,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면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여서 그런지 아니면 여자아이라서 그런지, 성장 속도가 놀랍습니다. 저희 아이는 네 살까지 말을 잘 못했는데, 다릅니다. 말을 곧잘 합니다. 그리고 잘 가리는 거 없이 잘 먹고 잘 놉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합니다. 남자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러 가는데, 여자아이는 사람에게 다가옵니다.
아내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오빠가 맨날 나만 버리고 놀러 갔어!
그리고 아이들을 봅니다. 남자아이 2명은 장난감을 숨기며 놀고 있고, 여자아이는 쫓아가지만 남자아이들은 아무도 흥미를 주지 않네요. 음... 저런 모습이었나 봅니다.
개발을 하다 보면 어려운 주제 중 하나와 마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동시성 문제라는 문제인데, 하나를 여러 명이서 쓰려고 할 때 생기는 문제예요. 가령, 카메라 앱에서 카메라를 쓰고 있는데 다른 앱이 카메라를 쓰려고 하는 문제 같은... 그런 경우.
아이는 3명인데 놀 사람은 한 명이면 이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마침 제가 이 세명을 지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모두 각자 다른 질문과 놀이를 저에게 쏟아 붓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동시성 문제의 해결 방법은 한 번에 하나만 허용하는 겁니다. 이미 카메라를 쓰고 있다면, 다른 앱은 카메라에 접근을 할 수 없게 막는 거죠. 제 상황에 비유하면, 아이 3명 중 한 명 하고만 노는 거예요. 아, 그리고 해결에 필요한 내용이 하나 더 있네요. 다른 앱들은 저 상황이 해결되기까지 기다려야 됩니다. 맞아요, 기다려야 해요.... 하지만, 아이들은 기다리지 않네요.....
폭풍이 지나고, 이제 평화가 찾아옵니다.
형님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날. 형님네는 경기도 파주에 살고 계십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올라가셔야 하죠. 아이는 유치원에 가고 저와 아내는 형님네를 마중 갑니다. 짐을 한가득 실은 형님네 차는 떠났고, 저와 아내도 집으로 돌아옵니다.
씨끄럽던 공간들이 조용해졌습니다. 온기가 가득하던 공간이 텅 빈 공간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평화롭다는 느낌보다 허전하다는 느낌이 먼저 드네요. 또 하루 지나며 적응하겠지만, 새삼 옛 어르신들의 말씀들이 이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