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하네, 정말.
요즘 아이는 커비라는 캐릭터에 빠졌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매일 읽는 건 기본이고, 책에서 나오는 캐릭터 대사를 직접 연기하며 읽을 정도로 푹 빠졌습니다.
캐릭터에 빠지고 나니, 자연스레 캐릭터가 나오는 다른 것들도 흥미가 생기는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커비에 나오는 친구들을 알고 싶어 하고, 그다음은 커비가 나오는 미디어를 조금씩 접하고. 그리고 결국 게임까지 하고 싶어!!! 가 되었습니다. 이미 집에는 몇 개의 게임이 있었지만, 아이가 하고 싶은 게임은 아닌 모양입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게임은 스타 얼라이즈라고 하는 게임. 이 게임은 커비가 하트를 던져, 적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로 적어보니, 아이가 좋아할 만한 주제긴 하다 싶네요.
거의 한 달 정도 '스 타 얼 라 이 즈'를 외치던 아이는 결국 그 소원을 이룹니다. 금요일 저녁, 아이를 위해서 게임을 주문했습니다. 대신 아이가 가지고 있는 용돈으로 사는 것! 이란 조건으로.
그런데 아주 사소한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하필 금요일 밤에 주문을 했네요... 아이에게 설명은 해줬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상황. 결국 다음날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통곡합니다.
주말에는 쉬는 날이니까, 모두 쉰다! 를 설명하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잠시 아빠가 물건을 파는 사람이 되고, 택배 기사가 됩니다. 주말인데 이렇게 일한다고 같이 못 놀아도 좋으냐고 물어보니, 그건 아니랍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이해를 해줬고, 그렇게 주말이 지나갔습니다.
월요일. 유치원 다녀오면 와 있겠지!? 란 기대로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는 다시 한번 통곡합니다.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 달래고, 설명해 주며 타이르고... 한참을 씨름하다 어찌 하루가 지나갑니다. '내일은 올 거야'란 약을 팔아버렸습니다...
화요일. 제가 초조해서 계속 택배를 조회합니다. 아니,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오늘도 못 올 거 같은데!?!?! 어쩌지!?!!??! 란 상황이 펼쳐집니다. 오늘도 오긴 틀렸습니다...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 어쩌지... 하고 주눅 들어 있습니다. 아내는 아이가 좋아하는 생크림 카스텔라로 유혹해 보자 합니다. 아니면 놀이터에 가자고 하면 좋아할 거라고. 안될 거 같은데.......
아이가 유치원 차에서 내립니다. 아이의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합니다. 오늘도 오지 않았어...라고. 아이는 별말은 하지 않고, 왜? 정도만 물어본 뒤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갑니다. 집으로 가는 길, 아내는 계획대로 '생크림 카스텔라 사줄까?'라고 물어봅니다. 아이는 좋다며 사달라고 합니다! 이게 되네!?
아내는 빵을 사러 가고, 저는 아이와 집으로 들어갑니다. 아이에게 사실대로 상황을 말해줍니다. 또 통곡하겠지... 하며. 그런데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변이 나옵니다.
"어제보다 더 가까이 왔으니까 괜찮아~"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답에 놀라고, 너무 대견스러워 또 놀랍니다. 이해해 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고, 별 탈 없는 평소의 저녁으로 돌아갑니다.
생크림 카스텔라 대신 감자튀김을 먹습니다. 엄마가 메뉴 선택지를 다시 줬는데, 생크림 카스텔라보다 감자튀김이 더 좋다며 메뉴를 바꿨네요.
잠자기 전 책을 읽습니다. 아이는 또 커비책을 고릅니다. 안 읽은 책 가져오면 2권 읽어준다는 조건으로 아이는 책을 바꿉니다. 한 권, 두 권. 그리고 보너스로 한 권 더. 총 3권을 읽어주고 저는 잠시 쓰러집니다. 그리고 잠시 쓰러진 사이, 아이는 웃으며 책을 한 권 가져옵니다. 다시 커비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