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당

이렇게 심심했었지, 음음.

by 펠릭스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어린이 도서관이 있습니다. 부산이라 그런지 도서관이 산 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덕분에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높고 멀며, 대중교통으로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image.png 네이버 지도로 보면 이런 위치. 금련산이라는 산 진입로에 위치해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려고 주말에 도서관을 찾았었는데, 이제는 아이 없이 평일에 다녀오고 있습니다. 아이와 가면 매번 같은 책을 읽어달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어린이 도서관 가는 날은 외출하는 날.


어김없이 어린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때. 그냥 가긴 조금 아쉬워서 식당을 찾아봅니다. 근 10년 넘게 자주 가는 돈가스 집이 하나 있는데, 오늘은 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아내가 이리저리 뒤져보다가 완당을 한번 먹어볼까?라고 이야기 합니다.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요. 완당.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머니와 함께 남포동에 놀러 와 완당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셨는데, 저는 무슨 맛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건 어머니께서 맛있다며 잘 드셨다는 거 하나. 그래서 완당을 으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께서 좋아하는 음식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완당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아내는 호기심에, 저는 추억에 이끌려서 완당집을 찾아갑니다. 생각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완당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이 근처를 돌아다녔는데 완당집이 있는지도 몰랐네요.



20260211_131531.jpg 완당면이라는 메뉴를 먹어봤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완당은 제 추억 속의 모습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한입. 아, 그래 이 맛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 이렇게 심심했었지... 다시 추억이 조금 보충됩니다.


어머니와 함께 완당을 먹었지만, 맛있지 않았습니다. 아마 기억나지 않는 게 아니라 기억할 정도로 맛있지 않았던 듯합니다.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셨기에 그것만 기억났던 모양입니다.


조금 더 먹어봅니다. 한입, 한입. 그렇게 전부 비웁니다. 심심한 맛인데 묘하게 술술 들어가는 맛입니다. 멸치 육수 국수인데 양념이 없는 국수에 가까운 맛? 만둣국인데, 간을 거의 하지 않은 맛?


아내는 '내 입맛엔 별로'로 요약해 줍니다. 그리고 저도 '심심한 맛이다'로 요약합니다.



그렇게 아내의 호기심이 채워졌고, 저의 추억도 채워졌습니다. 여전히 맛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추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면 또 먹게 될 듯합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먼 날, 아마 다시 찾아서 먹고 있을 듯합니다. 지금보다는 자주. 그때는 아이에게도 한번 먹여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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