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투자유치가 스타트업 성공은 아니다 By 경영지도사 김민지
정부지원사업 선정, 투자유치가 스타트업 성공이 아니다.
- 거듭되는 정부지원사업 탈락 및 투자를 못 끌어내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저는 5년차 경영지도사로서 많은 스타트업들과 소통해온 덕택에, 스타트업의 각 단계별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예비 혹은 극초기 스타트업 대다수는 사업 자금 마련에 가장 큰 관심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금수저로 태어난 일부를 제외하면 초기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스타트업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니까요.
스타트업 자금 마련을 위해 선배 창업자 혹은 전문 멘토 등이 추천하는 루트는 지원사업 혹은 투자 유치입니다. 정부나 지자체, 혹은 민간 엑셀러레이팅 기업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상환의 의무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원사업의 경우 자금 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멘토링, 다양한 분야의 동료 스타트업과의 네트워킹 등의 부가적인 혜택도 지원해줍니다. 협업을 통한 생존이 필수인 스타트업에게 네트워킹은 분명 매력적인 기회입니다.
한편 투자 유치의 경우는 대부분 상환의 의무가 없지만, 대신 투자자에게 경영에 개입할 권리를 내어주게 됩니다. 그렇지만 대출과 달리 신용이나 담보 등의 한계가 없다는 점, 상환의 의무가 없다는 점, 무엇보다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것은 나의 사업 아이템이 외부로부터 인정받았음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하죠.
확실히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지원사업에 합격한 사람 혹은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한 대표님들을 선망하고 우러러보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원사업 합격 / 거액 투자를 스타트업의 성공으로 간주하는 풍조를 강화하죠.
[지원사업 합격, 투자 유치는 하나의 과업일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걸 꼭 잊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지원사업 합격, 투자 유치가 스타트업의 성공이 절대 아닙니다.
이것들은 단지 사업 성공을 위한 하나의 과업을 성취한 것뿐입니다. 이러한 과업 성취가 사업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하겠죠. 바꿔 말하자면 거듭되는 지원사업 탈락 및 투자 유치를 못 끌어낸게 스타트업의 실패는 또 아니라는 말이죠.
달콤한 경험만큼 쓰라린 경험도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 거쳐가는 일종의 과업 성취입니다. 본인의 사업계획서를 서면 혹은 대면으로 평가받으면서 각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본인의 비즈니스 모델이 제 3자에게는 어떻게 평가받는지 검증하게 되며, 고객의 일부분인 평가위원들의 피드백을 통해 전체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더 면밀히 분석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은 본인의 비즈니스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그리고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현재의 트렌드에 부합되게 만드는 사고력을 증진시켜줍니다.
사실 저는 투자유치 혹은 정부지원사업 선정을 이미 성공이라고 간주해버리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문화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섣부른 자만감이 지속적인 경영 마인드의 저해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투자유치나 지원사업 합격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들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넘어선 전세계 단위의 경진대회에서 우승했다할지라도 현재는 사업을 접은 대표님도 계십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에게 묻습니다. 사업의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들의 성공 지표는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경영입니다. 정부지원사업이나 투자 유치는 그 목표를 이루게 도와주는 하나의 경로일 뿐입니다.
물론 실제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초조함을 견디는 대표님들에게, 제가 하는 말이 너무 이상론적인 것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여러분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먼 미래의 성공보다 당장의 사업 자금입니다. 그래서 사업 자금을 받기 위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사업이 추구하는 성격에 맞도록 무리해서 바꾸는 경우도 봐왔습니다. 이를테면 AI 특화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창업자 스스로 AI 기반 기술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템에 무리하여 AI를 도입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당장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속이는 경우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위험합니다. 대개 이런 경우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금기로 여겨지는 지원금 사냥꾼들(사업 자금으로만 수익을 채우는)로 악화되기 쉽습니다. 최소한의 선을 지켜 지원금 사냥꾼이 되지 않을지라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동떨어진 형태는 창업자 자신에게도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주지 못합니다.
[지원사업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창업자 여러분들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켜가면서, 매일매일의 자금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재능기부를 합니다.
비록 규모가 크지 않을지언정 지원사업은 생각보다 많이 진행됩니다. 매일 구글링을 하면 적어도 1개 이상의 창업 지원사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소규모의 지원사업은 지역별, 업종별, 창업단계별로 특화시켜 모집합니다. 그러다보면 대개 지원받기 어려운 업종이나 지역, 창업단계에게 딱 들어맞는 맞춤형 지원사업이 매칭되기도 합니다.
저는 다양한 스타트업 커뮤니티 혹은 제 SNS에 해당 지원사업을 홍보하곤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제게 본인의 사업 영역을 설명해주시고 맞는 지원사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해당 지원사업 모집 단계에서 여러분들에게 안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창업자 여러분들이 목표가 아닌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으로 본인의 비즈니스 모델을 세상에 펼치시고, 그로 인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길, 창업자 여러분들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김민지 | 경영지도사, 서울시립대 창업지원단
2015년 경영지도사(마케팅) 자격증 취득 이후 대학교 및 지자체의 창업보육센터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넓게 교류하며 진심으로 소통하며, 각 대표님들의 마음의 불안이나 초조함 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글을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