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을 만나다 : '포켓서베이'의 회사, '얼리슬로스'
대한민국 국민의 99%가 사용하는 카카오톡.
최근에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온라인 설문조사가 가진 문제점들을 카카오톡과 인공지능을 결합하여 해결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올해로 2년차가 된 얼리슬로스의 ‘포켓서베이’입니다. 포켓서베이는 카카오톡으로 설문조사를 발송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응답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인공지능을 통하여 응답결과를 분석, 맞춤형 리포트를 제공하면서 신뢰도와 편리함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포켓서베이로 성장하기까지는 얼리슬로스 구성원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리얼생존 뉴스레터는 포켓서베이의 이재원 대표를 만나서 그들의 노력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본 인터뷰는 이재원 대표님을 만나서 들은 ‘리얼 인터뷰’와 대표님이 직접 작성해주신 ‘대표의 생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리얼인터뷰'는 얼리슬로스만의 채용에 대한 이야기가, '대표의 생각'엔 사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1. 어제도 밤을 새셨다고 들었는데, 매우 피곤해보이세요.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투자를 받았어요. 그리고 그 투자금을 어떻게 잘 쓸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고 있고, 최근에 채용이 진행되면서 채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있어요.
2. 특히 얼리슬로스 라고 하면 인재채용이 최고의 강점이라고 들었는데요, ‘인재 채용, 이 정도까지 해봤다’라고 하는 것이 있으실까요?
너무 많이 해봐서 뭘 안 해봤는지 모르겠어요. 정기 근무시간에는 조직에 대한 일을 하고, 채용 관련 사항은 그 이후에 진행하다보니 최근 4주동안 새벽 2시 전에 잔 적이 없어요.
저희 조직이 채용 단계가 매우 길어요. 공채로 올려놓고 기다리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제가 헤드헌터로서의 역할도 하죠.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괜찮은 사람의 프로필을 확보하고 지켜보다가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들어온 이력서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검토하기도 하죠. 저희에게 이력서를 보내는 모든 구직자들에게 A4 용지 2~3장에 육박하는 메일을 보내고 그런 메일을 여러 번 주고 받아요. 이메일을 통하여 우리 조직과 결이 맞는지, 저와 생각하는 방향이 같은지 깊이 있는 대화를 해보고, 내가 왜 당신을 만나기 어려운지, 혹은 왜 만나고 싶은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서술한 후에 면접여부를 결정해요.
스타트업에 지원하시는 분들 중엔 대기업 공채에 계속 낙방해서 약간 타의로 지원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근데 그 분들의 공통점이, ‘한 번도 이력서에 대한 답장이나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다’라고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상대방의 이력서를 꼼꼼하게 검토했고, 상대방에 대하여 알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이 느껴질 수 있도록 답장을 해요. 저희 조직에서 네 명을 그렇게 채용했는데 모두들 채용 과정을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굉장히 감정소모가 심하고 저와 상대방 사이에 너무 많은 정이 쌓여요. 제가 굉장히 감정적으로 예민하다보니 채용에도 감정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예요. 당시 아르바이트생 친구가 저보고 구직자에게 연애편지를 쓰냐고 말한 적도 있었죠. 2018년에는 최종적으로 ‘같이 일하기 어렵겠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우신 분들도 계시고, 감사인사를 해주신 분들도 있고, 올해에 자신이 이러저러한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소식을 알려주시게 된 분들도 있어요. 오래 전에 오퍼레이터로 지원했다가 저와의 대화 이후 개발자로 새롭게 커리어를 쌓고 저에게 같이 일하고 싶다고 다시 연락을 주신 분들도 있어요. 면접자와 피면접자의 관계를 깨고 이젠 서로 메일을 주고 받는 관계가 되었달까요?
그러다보니 한동안 이재하 이사님의 추천으로 채용을 많이 진행했었는데, 최근에 다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하니까 많이 힘들긴 해요.
※ 이재원 대표님의 채용에 대한 마음이 드러나 있는 글 '5월의 연애편지'입니다.(궁금하면 클릭!)
https://brunch.co.kr/@nooong/17
3. 가장 길었던, 그리고 혹독했던 밤샘은 언제셨어요?
워낙 밤샘이 흔한 일이라, 최근에도 밤을 샌 게 한두 번이 아니네요. 저희가 3월부터 조직의 IR, 서비스 개편, 채용 이런 이슈를 11주동안 쭉 달렸던 적이 있어요. 그 동안 하루 3~4시간도 못 잤더라구요. 포켓서베이의 브랜드를 다시 정립하고, 기획을 새로 해서 올해 3월을 기점으로 서비스의 결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제 진짜 인공지능 보고서가 되었죠. 올해 투자유치 프로그램 4개에 지원했는데 4건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구요.
4. 만약 3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서 얼리슬로스를 창업한다면 ‘이건 더 잘 하겠다’하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좀 더 여유를 갖고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크게는 제가 잘 못한 두 가지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초기 멤버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컨설팅펌 출신으로서 일을 잘 하는 것과 사업을 잘 하는 건 별개더라구요. 초기 직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던 것이, 제가 제 일에만 매몰되어 있어서 코칭도 방향도 정해주지 않은 채로 ‘하고 싶은 대로 일하세요’라고 했던 것이예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유만 쥐어준 것이죠. 그래놓고 너 왜 이렇게 못하냐 구박만 했고…
그 땐 내가 왜 조직의 일원으로서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죠. 제 자신이 혼자서도 늘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이사님을 통하여 조직 구성원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2019년 5월을 기점으로 전혀 다른 형태로 일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낮 시간에 제 일을 했지만, 지금은 조직원 한 명 한 명을 들여다보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가이드를 주는 일을 하고, 다들 퇴근한 후에야 사업계획서를 쓰거나 IR 자료를 만들거나 개발기획서를 작성하죠.
초기 스타트업에서 투자 자금 유치는 대표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지만, 이 것만 하다보면 조직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요. 방향을 잡아주지 못하니까요.
두 번째는 중간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요. 포켓서베이는 분명 시장성도 있고 좋은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쌓인 자금이 줄어드니까 불안해졌고, 제 자신이 많이 흔들렸어요. 당장 돈이 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회사들이 많은데, 그러다보면 돈은 조금 들어올지언정 조직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는 바닥을 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보면 조직 내부의 신뢰가 붕괴되어요. 대표가 흔들리니까 조직이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1년이 넘게 걸리더라구요.
처음 스타트업에 들어오면 다들 ‘언젠가 창업해야지’라고 하지만, 저희 조직에 들어오고 한 달쯤 지나면 다들 ‘저는 창업 안 할 거예요’라고 하더라구요. 얼리슬로스에서는 농담처럼 이런 말을 해요. ‘(나만 당할 수 없으니) 창업하세요!’ 라고.
1. 얼리슬로스와 포켓서베이에 대하여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얼리슬로스는 게을러지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입니다. 저희 명함 뒷장이나, 저희 사무실 입구에서 이런 저희의 모토 “WORK HARD HARD TO BE LAZY”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희 조직은 현재 ‘포켓서베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포켓서베이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가치를 제공하고 있어요. 조사자 입장에서 보다 쉽게 방법으로 설문을 배포하고, 참여자 입장에서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설문조사 도구와, 설문 조사 결과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주요 인사이트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조사 분석 도구 서비스를 포켓서베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포켓서베이 서비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서비스 론칭 2년만에 대기업 계열사들과 관공서들까지 널리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2. 얼리슬로스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인터뷰를 하면서 창업한 계기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인터뷰를 할 때는 하는 답변과 편한 자리에서 하는 답변이 조금은 다른데, 오늘은 두 가지 답변을 모두 드려보고 싶네요.
저는 제 나름 제 삶의 주도권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제가 원하는 순간, 원하는 때, 원하는 결정을 하면서 살아왔어요. 2013년에 입사한 컨설팅 회사도 제가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만 3년 정도 일했을 즈음, ‘이렇게 일을 하다가 보면 언젠가 창업 당하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조직의 정년이 짧아졌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삶은 조금씩 연장되고 있는데, 사회적 삶은 조금씩 짧아지고 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젠가 퇴사를 하고, 자신의 일을 시작해야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저는 어느 순간 제 의지와 관계없이 은퇴하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을 당하는 것보다는, 시장에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순간에 주도적으로 창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편한 자리에서는 그냥 일이 짱 좋아서 창업을 했다고 이야기해요.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제가 일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 보는 일 없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방향으로 원없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큰 조직에 있을 때는 저에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의 방침을 거스르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는 없었거든요. 창업한 지금은 제 맘대로 막 일을 해보고 있습니다.
3. 지금의 포켓서베이, 어디까지 성장했나요?
포켓서베이는 아니고, 얼리슬로스의 자랑을 먼저 해보자면 그간 단단한 팀을 구축해왔다는 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여곡절이 꽤 있었지만, 이제 얼리슬로스가 끈기 있고 민첩한 조직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저희는 시장의 수요와 맞는 서비스를 빠르게 탐색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해보는데 최적의 조직이 되었습니다. 린스타트업에서 말하는 스타트업 조직이 된 것이죠.
저희는 포켓서베이의 확장성에 대해서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고객의 의견에서 조그마한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발견하면, 서비스로써 제공 가능한 최단 루트를 탐색하고, 실제 서비스를 만들어서 제공합니다. 저희 조직의 비즈니스 모델은 잠깐만 한눈 팔면 순식간에 확장해 있는데, 올해 상반기 까지만 해도 ‘만족도 조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3분기를 마무리해가는 지금은 ‘만족도 조사’ 뿐만 아니라, ‘HR 조사’, ‘온•오프라인 정성조사’, ‘시장 조사’, ‘학술 조사’ 등 다양한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실제로 저희 조직은 모든 고객 문의에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희 조직은 B2B/B2G SaaS의 볼모지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시장에서, 주요한 고객들을 유치해왔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재미있는 사실은, B2B/B2G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담당자들의 구전(mouth to mouth)으로 서비스 홍보가 되고 있다는 점이예요. 예컨대, A시의 담당자가, B시에 서비스를 추천해주고, C시와 D시가 B시에 문의를 해보고 서비스를 도입해보고 이런 식이죠. 어느 큰 조직의 부서에서 저희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한 부서 한 부서 사용을 문의해오더니, 어느덧 전체 조직의 설문조사를 저희 서비스만 이용하는 경우도 벌써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서비스를 만들어오다 정신차려보니, 이제는 정말 자신 있게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저희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해주신 투자사분들 또한 그렇게 평가를 해주기도 했지요. ‘조사를 수집하고 결과를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분야에서 얼리슬로스보다 잘하는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요.
4. 처음에 창업을 한다고 하였을 때 가장 막막했던 부분이 어느 부분이었는지?
사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는 막막하지 않았어요. 제 경우에는 제가 개발을 직접 할 수 있기도 했고, 직장 생활을 통해서 모아둔 돈도 넉넉하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창업을 시작할 때는 막막하지 않았는데, 팀원이 생기고 나니 그제서야 막막함과 조바심을 느꼈습니다. 팀원이 생기기 전에는 언제든 직장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는데, 제 뜻에 함께하는 조직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게 된 거죠.
그 때를 돌이켜보면,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모아두었던 돈은 인간 이재원에게는 큰 돈이었지만, 법인 대표 이재원에게는 굉장히 작은 돈이더라고요. 나가는 돈을 계산해보면, 조직의 런웨이 기간을 어림 잡아 볼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생존 가능한 기한이 다가오는데,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처음,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도 처음, 만든 서비스를 영업하는 것도 처음, 세무 업무도 처음, 행정 업무도 처음이어서 매일 매일이 막막했던 기억이 나네요. 성공한 많은 조직이 동업자가 있었지만, 제 경우는 이러한 일 들에서 오는 고민과 스트레스를 온전히 함께 나누어 줄 공동 창업자가 없었거든요. 주변에 직접적으로 고민을 들어주거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도 딱히 없었고요.
만약 창업하기 전에 이렇게 막막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창업을 안 하거나 못 했을 거예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창업을 하던 저는 겁대가리가 없어서 혹은 아무것도 몰라서 순진하게 창업부터 해버렸습니다.
5. 초기에 서비스를 홍보하고 영업하는 단계에서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는지
초기 서비스를 홍보하고 영업하는 단계에서는 노하우의 영역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고, 다 실행해 봐야 해요. 최근 저희 얼리슬로스 초기부터 저와 함께 했던 동료 한 명과 과거를 회고하면서 글을 작성해보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론치 했던 2018년 즈음의 제 행보를 지금 와서 보면 ‘짠하다’ 라는 표현이 절로 나와요.
저희 서비스는 2018년 8월, 한국방송공사에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방송공사에서 저희 서비스에 대해서 흥미를 갖고 문의를 먼저 주신 것은 우연이었어요. 하지만 그 우연한 기회를 잡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했던 흔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일화도 굉장히 많지요.
2018년 중순 즈음에 저희는 코엑스에서 주최했던 ‘소프트웨이브’라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전시회에 참여를 했어요. 참여할 예정이 전혀 없었는데, 행사 시작 겨우 닷새 전에 부스 자리가 남아, 무료로 부스를 제공해준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즉시 수락하고, 그 날 밤부터 행사 날까지 밤을 세우면서 행사를 준비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까지 홍보자료도 없었는데, 닷새 사이에 브로셔를 디자인하고, 입간판을 만들고, 부스 콘셉트를 정하고, 출력을 맡기고, 행사에서 사용할 데모 시나리오를 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사이에 한국방송공사에서 부장님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까지 받아, 발표 자료도 준비했어요.
다행히 행사는 준비를 잘 마쳐서 만족할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행사에 방문하셨던 이재하 이사님과 연을 맺어 저희 조직에 모실 수 있게 되기도 했지요. 또, 행사 중간에 다녀왔던 한국방송에서도 부장님들 앞에서 한 시간 정도 프레젠테이션을 했었는데요. 흔쾌히 서비스 이용을 결정해 주셨습니다. 담당하셨던 부장님께서 나중에서 해주신 말씀이, 이렇게까지 준비해서 찾아오는 저를 도와주고 싶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로도 부장님은 전화를 드리면, ‘저희가 도와드려야죠.’ 라고 말씀해주시면서, 가능한 부분에서 협조를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한국방송공사를 전면에 내세운 보도자료를 배포할 수도 있었죠. 그 결과 저희는 B2B SaaS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쉽게 가질 수 없는 레퍼런스를 만들어 놓고 시작할 수 있었어요.
별다른 노하우는 없었습니다. 어쩌다 찾아온 운을 움켜 쥐기 위해서 발버둥을 잘 쳤던 것 같아요.
6. 얼리슬로스의 포켓서베이 서비스를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본 케이스 중 작은 기업들의 사례가 있을까요?
저희 서비스는 대체로 어느 정도 안정된 큰 조직에서 찾습니다. 혹은 이제 막 커지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저희 서비스를 찾는 경우가 있어요.
큰 조직은 저희 서비스를 통해서 얻은 성과를 비교적 잘 공유해 주십니다. 재구매를 하는 과정에서 그간의 성과에 대한 만족을 전달해 주시거든요. 반면, 작은 기업에게 성과를 공유 받은 사례는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저희 서비스를 통해서 성과를 얻는 고객군은 확실합니다. 고객의 의견을 확인하고, 문제점을 도출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수행하죠. 이러한 과정을 수행할 수 있기에 큰 조직이 되었는지, 큰 조직이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수행할 여력이 되는 것인지, 저희는 아직 그 인과를 알지 못합니다. 확실한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몇 되지 않는 대기업들이 대다수에 속하는 작은 기업보다 더 저희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문의를 주신다는 것입니다. 대기업들이 저희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그리고 그를 통해서 어떻게 성과를 만들어가는지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작은 기업도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온전한 형태로 전달하는 것이 저희가 가져갈 도전과제라고 생각해요.
설문 조사라는 것이 조사까지는 쉽습니다. 그것을 정량화하고 분석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요. 얼리슬로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핵심가치는 누구나 쉽게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저희 서비스를 통해서 인프라를 갖춘 큰 기업만이 아닌, 시작하는 작은 기업들도 성과를 낼 수 있게 계속 해봐야죠. 언젠가 동일한 질문을 받았을 때, ‘자, 이제 우리의 쩌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하며, 성과를 줄줄 읊을 수 있도록 말이예요.
7.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포켓서베이. 특히 작은 조직에서는 인재채용이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었던 얼리슬로스만의 노하우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밸런스 게임’을 알고 계신가요?
‘자 당신에게 15달러가 있습니다, 이 예산으로 팀을 만들어보세요.’ 아마도 슬램덩크를 보신 분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상상을 해볼 수 있는 테이블입니다. 농구라는 게임은 센터 다섯 명으로 게임을 할 수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포인트가드 다섯 명만 모아 놓는다고 잘 하는 팀이 될 수도 없지요. 스타트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가지 포지션에서 한정된 예산을 잘 활용해야 좋은 팀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밸런스 게임처럼 15달러를 갖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2달러, 혹은 1달러로 시작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1달러 예산을 가진 사람은 4달러 예산이 필요한 사람을 영입할 수 없습니다. 대표가 한 번 EXIT을 경험해서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매우 높거나, 대기업을 다니다가 뜻이 일치하는 동업자를 만나서 공동 창업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다수의 스타트업이 초기에 만날 수 있는 인재는 소위 말하는 S급 인재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습니다. 예산도 없을 뿐더러, 인재들이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지요.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S급 인재라면 이미 자신이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할 예정이거나, 창업을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직장 생활을 잘 하고 있지요.
스타트업 인재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1달러짜리 인재지만, 회사와 함께 성장해서 4달러, 5달러짜리 인재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 지금 잘하는 사람보다는 앞으로 잘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만 노력해서 되는 건 아니예요.
저희는 이런 사람을 채용하고, 함께 하기 위해서 정말 혼신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예산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미래의 가능성을 함께 고려합니다. 그 방법은 저를 갈아 넣는 것이었습니다.
인재 채용에 대한 이야기는 하자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혼을 갈아 넣는다 정도로 소개하고 싶네요.
8. 벌써 얼리슬로스도 11명이 갖춰진 조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원이 효율적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조직의 시스템이나 문화, 신규입사자의 적응 등 HR부분에서 가장 힘을 쓰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이러한 일들을 잘 몰라서 2019년 상반기까지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동료가 저를 신뢰하지 않았고, 저도 동료를 신뢰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전혀 상반된 상태가 되었지 만요.
스타트업 같은 작은 조직이 효율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순하게 조직의 시스템, 조직의 문화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이라는 것은 큰 조직이 효율을 추구하기 위해서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스템 도입보다는, 개개인이 어떠한 배경을 갖고 있는지, 어떠한 목적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이해를 바탕으로, 개개인이 갖춘 장점과 성향이 잘 반영되면서도 우리 조직에 꼭 맞는 방법과 형태를 찾아가는 거죠.
역설적이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시스템도, 문화도, 신규 입사자의 적응 과정도, 업무 프로세스도 다 중요해요.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일일이 타사의 사례를 보고 도입하면서 가면 피로도가 높아집니다. 자의적으로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로 결정하신 분들의 성향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틀에 박힌 시스템을 하나씩 도입해가면서 가면 반발이 심하기도 하지요. 시스템이란 곧 적은 자유를 뜻하니까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큰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굳이 ‘우리의 시스템’, ‘우리의 문화’, ‘우리의 규칙’이라는 것을 명문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맞춰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직원 모두가 공감하는 가치관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가치관이 온전하고 자연스럽게 공유되기 위해서 대표자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입니다. 일관성을 잃지 않는 것. 만들고자 하는 조직의 문화와 시스템을 관통하는 핵심 판단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을 대표자가 일관성 있게 지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조직의 시스템이나 규칙, 문화 공유 과정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써보니까 모든 질문의 대답이 ‘대표가 잘하면 된다’네요….
9. 얼리슬로스만의 문제해결 원칙이 있다면?
제가 일관성 있게 지키고 있는 방침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원칙이라 함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죠.
-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것
-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려고 하지 말 것
- 뭐가 되었던 일단 실행할 것
10. 최근에 국가에서도 대학생과 청년들의 창업을 많이 장려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라든지)
국가의 일은 제가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 아니어서 답변이 어렵습니다. 창업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의견만 작성합니다.
창업에 대해서는 두 개의 생각이 공존합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이 창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절대 창업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창업을 결심하면, 결심한 순간부터 끊임없이 불확실성과 싸우게 됩니다. 저는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어느 순간에서 실수를 했던 것인지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순간 실패를 마주하게 될 때마다, 과거의 어느 한 순간으로 돌아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창업을 시작하고, 깊게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실패에 두려움은 커집니다. 금전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돌아갈 곳이 없어지거든요.
지금 이 순간 잘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스타트업의 대표는 내일의 불확실함을, 그리고 그 다음의 불확실함을 준비해야합니다. 제가 창업을 통해서 배운 것은 불확실함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최악의 형태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알게 되기까지,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은 아닌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한 것인지, 혹은 지금도 잘못하고 있고 다른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적지 않은 밤을 고민해왔어요.
그러한 고민 덕분에 저는 2017년 퇴사를 결심했던 서른두살, 이미 잘하고 있다고 자신하던, 실무적으로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고 자만하던 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사고 방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만약 커리어적 성장을 갈망하며, 대표로서 갖춰야할 마땅한 책임감이 있으며, 수많은 고민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할 용기가 있다면 창업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까지 말하는 저는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에 비해서 비교적 실패를 적게 해왔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지원했던 온갖 지원사업에서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서비스 제공에 대한 결과도, 투자 유치 과정도, 각종 지원 사업도, 실패의 경험보다는 성공의 경험이 훨씬 익숙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성공의 가능성보다 실패의 가능성을 훨씬 더 많이 고려합니다. 이러한 삶이 편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요.
그렇기에 저는 이 고난의 길을 강요하거나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 조직을 밖에서 관찰한 분들은 저희가 꽃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으며, 빠른 시기에 좋은 레퍼런스를 얻을 수 있었고, 투자도 성공적으로 유치했으며, 성장이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희가, 혹은 제가 걸어왔던 길은 밖에서 보았을 때는 꽃밭이었더라도 걷는 제 쪽에서 보았을 때는 가시밭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저와 함께 해왔던 사람들이 언젠가 자신의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성장에 대한 열망을 가진 제 동료들이 저와 같은 길을 걸으며 크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기도 하고, 저를 앎에 제 동료들이 걷게 될 가시밭길이 저처럼 험난하지는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먼저 같은 길에서 불확실함을 인내하며 방향을 찾아본 제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바른 길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니까요.
어쨌든, 불확실함을 대하는 태도가 올바르다면, 창업은 해 볼만 합니다. 혹은 창업을 하면 불확실함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얼마나 올바른 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11. 마지막으로, 올해가 이제 4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올해의 얼리슬로스의 목표는?!
제가 편하게 잘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음 좋겠습니다…
이재원 대표 | 얼리슬로스 CEO
IBM왓슨을 거쳐, 지금은 고속성장하는 '얼리슬로스'의 대표이자 CTO로 일하고 있는 이재원 대표는 중학교 시절 블리자드의 게임 디아블로의 맵핵을 만드는 데에서부터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대표는 조직에서 가장 일을 잘 해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일하는 이재원 대표는 장난스럽게 '(나만 당할 수 없지) 창업하세요~!!' 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얼리슬로스의 성장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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