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꼭 해야만 하겠습니까? by 더와플 주식회사 고태영 대표
저는 대한민국에서 1996년 이후로 지금까지 쉬지않고 IT, 제조, 하이테크 관련한 창업을 지속해왔습니다.
2015년 친구가 운영하던 팹카페 인수 이후 2019년까지 창업을 목표로 하는 많은 분들을 돕는 일도 병행해 왔었습니다. 대학에서 창업 관련한 특강도 하고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기업이 운영하는 창업캠퍼스도 운영을 도왔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전형적인 창업가 선배의 행보로 인식되어져 왔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틀린 인식은 아니었지만 저의 목적은 성공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인 창업을 말리기 위한 창업지원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창업을 말리기 위해서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십니다. 아니 정부도 지원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하는 일을 왜 반대로 말리려고 하는가 하고 말이지요.
제가 창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였습니다. 하나는 청년 실업률 해소를 위해서 창업이라는 형태로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 정부의 행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30~50대 경력자 분들이나 할 수 있는 하이테크 창업은 말 그대로 업계의 경험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연구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면 청년창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초창기 창업은 크라우드 펀딩 기반의 소량생산 다품종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아이디어 상품들이 주류를 이루거나 공유경제 기반의 서비스업이나 이를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 서비스들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들 중에서 유니콘 기업도 나오고 나름 성과도 이룬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로 창업을 말리는 이유는 청년실업에 대한 정부의 해결책으로 시작한 창업지원이라는 것이 수많은 실패자를 만들고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업률은 해결할 지 몰라도 결국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또다른 부실을 양산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마치 태평양 한가운데에 생존 도구들과 고무보트를 제공하고 등 떠미는 것과 같은 행위는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청년창업이 아닌 경력 창업에 대한 부분을 예로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경력자 창업은 허울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39세가 넘어가면 청년창업 지원대상도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융자프로그램에서도 대부분의 IT 및 기술직 중장년 기능인들은 1억원도 지원받기가 힘들 것이 현실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유니콘 기업의 창업가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이 나이대의 초기 창업가를 찾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제도권의 바깥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대로 대학 재학중이거나 졸업한 청년창업의 경우 너무나도 쉽게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지원을 받는 청년창업가들이 실패하고 무너져가는 것도 부지기수라는 것입니다. 등 떠밀고 밀어는 주는데 과정을 포함해서 성장하는 단계까지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는 것이 청년창업의 현실입니다. 수많은 창업지원 센터와 프로그램이 있지만 1년 단위로 졸업을 시킵니다. 사업을 1년 정도 인큐베이팅 하면 어느정도는 자립할 수 있는게 아닌가라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입니다만, 이 프로그램을 다루고 운영하시는 분들은 실제 사업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 거의 다라고 봅니다. 사업을 안해봤으니 이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반년 혹은 1년 단위로 평가하는 사업 보고를 위한 일이 주업무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보여주기 식 사업이라도 있으니 다행이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첫 법인 사업을 하던 1996년에는 이런 프로그램조차도 없었으니 지금의 환경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창업하는 당사자들도 준비없이 떠먹여주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익숙하고 너무나도 당연시 하는 태도 또한 문제라고 봅니다. 창업은 본인이 결정해서 한 것입니다. 자신이 책임을 지고 해야 하는 일임에도 적극성과 절실함이 없이 창업에 임하는 청년창업가들을 상대하다 보니 정부의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만 문제가 아니라 창업가 본인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되더군요.
저는 지난 5년간 창업지원 프로그램들을 통해 제법 많은 창업가를 도울 수 있었는데 그 과정을 모니터 하는 동안 많은 이들이 창업 실패를 하게 되는 이유와 원인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5년간 직접 관리하던 30개 창업팀 중 10개 팀만 생존해서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의 경우는 처음부터 선별되고 특별 관리되었던 특수한 경우여서 그나마 성공률이 높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직접 관리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관계를 유지해온 50여개 팀 중 생존한 팀은 불과 2팀이 전부였습니다. 차이점은 기업운영의 기본이 되어 있는가와 아닌가에서 크게 갈리게 되더군요.
우선 대부분의 창업기업들이 본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기초 회계, 법무 등에 대해서 문외한인 경우들이었습니다. 기본적인 회사운영에 필요한 지식과 운영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부실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본인들이 창업의 시작점으로 삼고 있는 아이템에 대해서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는 데서 많은 혼란이 발생하게 되기도 합니다. 다이슨과 같은 브랜드도 하나의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 천 몇 백 번의 프로토타이핑을 해야만 했습니다. 흔한 홈쇼핑 히트 상품들도 제품 설계 변경을 열 댓 번 하게 됩니다. IT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들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정식 서비스 릴리즈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진행되는 동안 필요한 자금운용 계획과 인력확보 및 지적 자산에 대한 정리 그리고 투자자와의 관계 등 고려하고 판단해야 할 요소들이 넘쳐납니다. 그럼에도 아이러니하게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해서 창업지원 멘토들과 프로그램 관계자들도 제대로 아는 사람도 드물고 끝까지 책임을 지는 사람들도 드물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과적으로 창업가도 지원시스템도 어설프게 어느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창업현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창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더더욱 창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은 더 냉정하고 차분하게 기본을 갖추고 자세를 다듬고 각오를 다지고 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창업. 결국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팀웍을 다지고 시스템을 만들고 문화를 이루고 성공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최소한의 회계, 법무, 특허 등 행정에 필요한 지식은 갖추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계사, 법무사, 노무사, 변호사들이 대신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스스로 작성하고 파악을 하고 있어햐 이들의 전문적인 도움도 극대화해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창업은 단순하게 해보고 안되면 마는 그런 놀이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창업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모여서 일을 이루는 것이 창업이라면, 창업가들은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더 깊게 성찰하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합니다. 내가 만든 제품 혹은 서비스, 기술들을 사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사람이 이루고 사람이 모여서 하는게 창업이라면 그 창업이 성공하는 것도 실패하는 것도 결국 사람 때문에 생기는 일이 됩니다. 그 첫번째 준비는 스스로가 준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신중하게 해야만 합니다. 부족한 기술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더해지고 이어져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준비가 안된 당신! 그럼에도 창업을 해야만 할까요?
고태영 대표 | 더와플 주식회사 대표이사
양자보안통신 기술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특수 소재 사업 및 IT개발 등을 주업으로 27년 째 사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팹카페 디.플래이 운영. 경기콘텐츠진흥원 창업지원 프로그램, 기술장인 네트워크 등을 운영해왔으며 SK텔레콤의 ‘청년비상’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했습니다. 현재 디지털트윈, 의료기기 관련 멘티 회사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