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가 투자자를 평가한다! 누구머니의 역습 by 경영지도사 김민지
지난 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핫했던 소식... 제 주관이지만 체감상 ‘누구머니’의 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머니란 무엇인가?]
누구머니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투자사를 평가하는 사이트입니다.
10점 만점 별점 시스템과 창업자가 남긴 리뷰로 투자자를 평가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스타트업 버전 잡플래닛이라고 볼 수 있죠!
처음 이 사이트의 존재를 인지한게 10월 15일이고 그 뒤로 일주일간 지켜보고 있는데 리뷰가 무서운 기세로 추가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마다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됩니다. 리뷰 요청이 가장 많았던 VC들을 따로 메인 페이지에 조명하기도 합니다.
취업하려는 구직자가 잡플래닛에서 기업의 리뷰를 볼 수 있듯이, 투자를 준비하는 창업자들은 누구머니를 통해서 투자사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미 투자사와 접촉한 창업자가 직접 리뷰를 작성합니다. 투자사가 투자 심사하는 과정 중에 창업자에게 어떤 태도로 응대했는지, 각 심사역의 역량과 매너는 어떠했는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쓸 수 있죠. 제 3자인 독자들도 꽤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도로 당시 투자 심사의 현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투자사를 비방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인증 절차를 통과한 창업자만이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했습니다.
사이트에서 투자자 후기를 작성하려면, 우선 누구머니 창업자 리스트에 등록을 신청해야 합니다. 본인 인증을 위해서 반드시 회사 이메일을 기입해야 하며, 링크드인 프로필, 블로그, 개인 웹사이트 등 본인 확인 및 레퍼런스 체크에 이용될 수 있는 자료 또는 리소스를 첨부해야 합니다.
본 필자도 등록 신청을 해봤습니다. 물론 내부 검증을 거치기에 창업자 등록이 되지 못할 것을 알지만, 어떤 프로세스로 창업자 등록이 되는지 좀 더 명확히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제시된 양식에 답변을 제출하면 1~2일 이내에 메일을 통해 연락드리겠다는 메시지가 뜹니다.
이런 과정을 미루어 볼 때, 악의적인 누군가가 특정 VC를 음해하려는 목적으로 허위적인 리뷰를 작성하려는 시도를 미리 차단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현재까지 업로드된 리뷰의 경우, 적어도 창업자 본인이 겪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쓰여진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리뷰를 읽다보면, 결국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한 창업자분들께서 투자자를 텍스트로나마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지곤 합니다... 기본적으로 창업자의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작성된 리뷰지만, 리뷰에서 느껴지는 심사 과정의 냉랭하고 험악한 분위기는 어쩌면 실제에 비해 다소 과장된 묘사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누구머니를 통해 기대하는 것]
이 서비스는 아직까지는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 공유를 타고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진 정도일 뿐이고, 공식적인 언론에서 이제 막 조명하기 시작한 정도입니다. 10월 21일 결국 한국경제에 누구머니를 소개하는 기사가 떴습니다.
하지만 누구머니를 접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사람들은 대체로 이 사이트가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예측합니다.
지금껏 스타트업 생태계에 만연해 있던 투자자와 창업자 사이 기울어진 균형을 맞추는데 이 사이트가 기여할거라는 기대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반응이 페이스북에 계속 누적되고 있는 걸 필자는 보았습니다.
원칙적으로 투자자와 창업자는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는 동등한 관계입니다. 하지만 투자자와 창업자 사이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투자자가 권력 우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투자자는 매일같이 들어오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제안서를 받으면서 어떤 창업자의 아이템을 선택할지 선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자는 투자자만큼의 정보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투자 유치 도전을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암묵적으로 투자자가 갑이고 창업자가 을이라는 인식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그동안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가령 저는 투자자-창업자의 응대법을 다룬 칼럼을 통해 그러한 인식을 피부로 체감했습니다. 창업자 입장에서 IR 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어떤 매너로 투자사를 대해야 할지에 대한 지침은 많이 봤어도, 투자자 입장에서 창업자를 응대하는 글은 상대적으로 접하기 드물더군요. 그나마 매쉬업엔젤스 이택경 대표님이 본인 브런치와 모비인사이드에 기고한 글, <투자자가 피해야 할 것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밖에도 이택경 대표님의 브런치에는 투자자 입장에서 창업자를 어떻게 배려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들어간 글들이 많습니다. 제 이번 뉴스레터의 궁극적인 주제가 투자사-창업자의 힘의 균형을 맞추도록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이기에, 제 뜻과 비슷한 취지 가득한 이택경 대표님의 글들을 이 자리에서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skykyung
<투자자가 피해야 할 것들> 바쁜 사람들을 위해 필자는 이 글을 짧게 요약했습니다.
필자는 이 글에 ‘투자자에게 드리는 시무 5조’라는 별칭을 붙였습니다.
투자자에게 드리는 시무 5조 - 스타트업 배려하기!!
(1) 잦은 30분 이상 지각 반복하지 맙시다.
(2) 스타트업 설명을 들으면서 졸지 맙시다.
(3) 스타트업 설명을 먼저 듣지 않고 설교하지 맙시다.
(4) 이 사업 무조건 망한다고 말하지 맙시다.
(5) 투자후 사전준비 없이 포트폴리오사 미팅하지 맙시다.
잠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지만, 이택경 대표님의 글이 눈에 띈다는 건 그만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창업자가 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맞춰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걸 말해주죠. 필자는 이러한 작금의 행태에 늘 걱정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창업자 입장에서 투자자를 평가하는 사이트가 나오면서, 투자자 또한 창업자의 평가를 신경써야만 하는 것이죠. 이러면서 창업자와 투자자의 권력 균형이 맞춰질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다만, 누구머니에 우려되는 점]
일단 이 사이트는 정확히 어떤 곳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전부터 스타트업 생태계의 불균형을 체감하던 익명의 창업자가 기술을 발휘해서 만들지 않았나 짐작할 뿐...
그래서 이 사이트가 본래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투자자를 비난하고 견제하면서 음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또한 리뷰 작성자의 주관이 너무 많이 반영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뒤이어 리뷰를 쓰는 분들이 앞의 리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밴드왜건 효과라고 하죠! 결국 긍정적인 리뷰를 처음 받은 VC는 갈수록 긍정적인 리뷰만 받고 부정적인 리뷰를 받은 VC는 계속 부정적인 리뷰만 받게 될 것도 우려됩니다.
그밖에도 “일방적으로 투자사가 명예훼손을 당할 수도 있다,”, “익명으로 나오는 말들은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신 분들도 계시고요.
[그래도 누구머니의 탄생은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러한 불안 요소들을 안고 있는 ‘누구머니’이지만, 이 사이트에 많은 리뷰 작성자들이 참여하면서 각 VC의 입체적인 면모가 부각되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밴드왜건 효과 때문에 초반에 긍정적인 리뷰만 받은 VC는 계속 긍정적인 리뷰만 받고, 반대로 부정적인 리뷰를 받은 VC는 계속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이 찎히는 편향이 발생할 거라는 우려와는 달리, 일단 5일간이지만 특정 VC마다 별점의 폭은 다양했습니다. 직전 리뷰 참여자가 1점을 준 최악의 VC는 다른 창업자에게는 10점 만점의 최고의 VC였던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 사이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용할 것을 권유합니다.
‘누구머니’의 리뷰에 너무 과몰입하지 말고 투자 준비 전 어떤 투자사가 나와 성향이 잘 맞을지 가늠하는 용도로만 리뷰 내용을 참고해 보아요.
아직은 베일에 싸여 있는 사이트 ‘누구머니’
이 사이트가 본래의 취지대로, 스타트업 업계 내 창업자와 VC간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건전한 역할을 꾸준히 수행할 수 있길, 스타트업 생태계의 많은 분들이 ‘누구머니’에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김민지 | 경영지도사, 서울시립대 창업지원단
2015년 경영지도사(마케팅) 자격증 취득 이후 대학교 및 지자체의 창업보육센터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넓게 교류하며 진심으로 소통하며, 각 대표님들의 마음의 불안이나 초조함 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글을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