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독서] <언카피어블> by 린스프린트 김정수
‘만약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시장에 당장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이 진입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수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걱정하는 작은 기업이 마주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케이스에서 당당히 대기업의 공세를 물리치고 시장의 확고한 리더가 된 기업이 있다. 대기업의 공세를 물리쳤기 보다 그들 스스로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졌다는 표현이 더 알맞겠다. 왜냐면 그들은 대기업의 공세에 철저하게 ‘무대응’으로 임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바로 미국의 오프라인 간편결제 솔루션 회사 스퀘어(Square)의 사례다.
스퀘어는 2009년 설립 후 소상공인들이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 결제 솔루션으로 사랑을 받고 있었다. 이런 시장의 성장을 눈여겨 보던 아마존(Amazon)은 2014년 자체 간편결제 솔루션을 출시했다. 스퀘어의 수수료(결제액의 2.75% 수취)보다 훨씬 저렴한 수수료(결제액의 1.95% 수취)를 무기로 스퀘어를 거세게 공격했지만,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은 솔루션은 스퀘어였다.
스퀘어의 공동 창업자 짐 매켈비(Jim McKelvey)는 강력한 브랜드와 막강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아마존의 공세를 물리친 후 ‘우리는 어떻게 Amazon의 공세에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복기하면서 그 결론을 ‘혁신 쌓기 전략 (Innovation Stack)’ 덕분이라고 내렸다.
<언카피어블>은 대기업과의 직접 경쟁에 살아 남은 작은 기업들의 성공 비즈니스 전략인 혁신 쌓기 전략에 대한 가이드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책이다. 그럼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작은 기업의 생존 비책인 혁신 쌓기 전략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한다.
혁신 쌓기 전략(Innovation Stack)은 체계적인 전략 프레임워크로 설명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혁신 쌓기 전략은 일종의 회사의 우선순위 행동지침이다.
통상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목표 고객의 문제나 니즈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써 그 가치가 있어야 한다. 고객이 지니고 있는 문제(또는 니즈) 중 가장 우선순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파생된다. 그리고 파생된 문제를 해결하면 그와 연관하여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이렇듯 기업의 혁신 활동은 문제 발견과 해결의 꼬리 물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실제 스퀘어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카드 결제를 받지 못하는 소상공인이나 대형 가맹점보다 불리한 계약 조건으로 기존 카드 결제서비스를 쓰는 소상공인들이 보다 쉽고 저렴하게 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제공했다.
첫 번째 스퀘어의 결제 솔루션은 스마트폰 3.5mm 이어폰 잭에 꼽기만 하면 바로 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는 Square Reader였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제품이었지만, 사용자에게 가장 편리한 경험,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꼬리의 꼬리를 물듯이 발생하는 문제들을 순차적으로 해결하다보니 아래와 같이 스퀘어의 카드결제 솔루션은 14가지 혁신 요소를 갖추게 됐다.
혁신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바로 경쟁자의 ‘모방’이다. 어렵게 혁신 아이디어를 실현해도 우리보다 많은 자본을 가진 거대 기업이 우리가 만든 것보다 더 잘 모방한다면 이보다 더 큰 위험 상황은 없으리라 흔히 생각한다.
<언카피어블> 저자 짐 매켈비는 책에서 모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오히려 거의 모든 비즈니스 문제의 답으로 ‘남을 모방하라’고 조언한다. 모방은 언제나 거의 최선의 선택지다. 하지만, 모방의 유일한 한계는 모방만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아직 완전한 해결책이 없는 문제(니즈)에 집중하는 경우 발명이 필요할 때가 있고 이때에는 모방이 아닌 발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의 언급했던 스퀘어의 14가지 혁신 요소 대부분 기존에 모방할 대상이 없어서 스스로 발명한 것들이었다. 즉,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스퀘어는 고객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일련의 혁신 요소들을 갖춘 스퀘어의 제품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2014년 아마존은 막강한 자원 들여서 그 중 ‘제품(3.5mm 잭에 연결해서 쓸 수 카드 결제 단말기)’을 모방했다. 오히려 스퀘어 보다 더 잘 모방했다(보다 낮은 수수료, 실시간 고객서비스 등).
그런데 아마존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스퀘어의 핵심가치제안은 소상공인이 쉽고 편하게, 그러면서 기존 VAN가 취하던 폭리와 불합리함을 개선시켜주는데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14가지 스퀘어의 혁신 요소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아마존이 14가지 요소 중 ‘놀라운 하드웨어’ 한 부분을 따라할 수 있었겠지만, 나머지 13가지 혁신 요소를 모두 다 따라할 확률은 혁신 요소 하나당 복제할 수 있는 확률 80%를 기준으로 봐도 4%에 불과하다(0.8^14 = 0.04398…).
이마저도 14가지 혁신요소 모두 독립 관계일 경우의 확률이고 실제로는 시스템 내에서 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퀘어의 제품 시스템을 완전히 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아무리 자원이 많고 브랜드가 막강한 대기업이라도 잘 구축된 ‘혁신 쌓기 전략’을 따라할 수 없는 이유다.
스퀘어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운영에 대한 수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이 모든 결정이 고객과 직원들을 염두에 뒀으며, 하나의 결정을 내릴 때마다 또 다른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됐기에 모든 결정이 서로 연관돼 있었다. 이렇게 하나를 바꾸면 다른 것들에 영향이 가지 않을 수 없게 됐고, 이것이 스퀘어의 ‘혁신 쌓기 전략(Innovation Stack)’으로 완성되어 천하의 아마존도 결국 복제 못하는 회사의 핵심 역량이 됐다.
그렇다면 스퀘어와 같이 대기업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혁신 쌓기 전략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답은 이미 앞에 다 나왔다.
스퀘어는 시작부터 해결이 시급한 완벽한 문제를 찾았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방이든 발명이든 필요한 대로 수행했다. 해결책을 찾는데 있어서 유일한 기준은 ‘고객’이었다. 오직 고객에게만 집중했다.
그런데 문제라는 것이 하나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해도 이윽고 다른 문제가 파생된다. 이렇게 파생된 문제는 곧 고객에게 불편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되어야 한다. 이렇게 문제 발견과 해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경쟁자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우리 회사만의 Innovation Stack를 갖추게 된다.
이것이 <언카피어블>이 생존을 고민하는 작은 회사들에게 주는 수많은 인사이트 중에 핵심이다.
우리의 고객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들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모방이든 발명이든 그 때마다 필요한 것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혁신 요소 다수가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혁신 쌓기 전략이 완성된다.
2020년을 마무리하고 2021년 사업계획을 한창 세워야 할 시기에 생존과 경쟁우위에 대해 고민하는 작은 기업에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언카피어블>의 일독을 추천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김정수 | 린스프린트 대표 | jskim@leansprint.kr
스타트업 육성기관 및 액셀러레이터, 사내벤처 프로그램 운영을 원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예비창업/초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는 ‘린스프린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1인 기업 대표로서 작은 기업들에게 생존에 관한 영감을 줄 수 있는 양서를 발굴/소개하고자 합니다.
린스프린트 홈페이지 | http://www.leansprin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