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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강이 Dec 11. 2020

리얼생존 뉴스레터 Vol. 6. 12월 2주차

고객의 불만사항, 어디까지 수용할까? by 경영지도사 김민지 

그 고객은 삼양라면 햄맛이 싫다고 말했어 - 창업자는 고객의 불만사항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적은 초기 자금으로 생존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우선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본격적으로 사업을 성장시키고,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참고로 손익분기점 도달 기간은 기업의 규모, 제품의 성격 등의 요소별로 달라서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리는지 말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약 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고, 창업 후 3년간 비용이 수익보다 더 큰 시기를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르지요. 




그래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한 「1인창조기업실태조사」를 기준으로 보겠습니다. 이 통계에 따르자면, 2016년 기준으로 1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도달하는 기업은 고작 18.4%에 지나지 않습니다. 



81.6%의 기업이 손익분기점을 도달하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는 거죠. 3년 이상이 걸린다는 기업도 24.4%나 됩니다. 그 이전까지 기업은 수익이 비용을 넘지 못해 적자입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초기 손익분기점을 빠르게 넘을 수 있도록, 수익 모델을 확실히 잡아야 하죠. 대기업 및 다른 기업들과의 끝없는 경쟁이 가득한 정글 같은 생태계에서 수익을 확실히 얻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금 보시는 표는 마케팅 이론서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제프리 무어의 <기술수용주기 모델>입니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아닙니다.



(캐즘 Chasm : 원래 뜻은 지층 사이의 균열이나, 경영학에서는 ‘사업 정체기’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기존 마케팅 교육은 거의 전통적 마케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하지만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는 스타트업은, 전통적 마케팅과는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해요.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죠. 그래야 생존할 수 있죠. 


[내가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해라!]



바로 철저한 고객 세분화를 통해, 기존의 제품들로 완전히 만족하지 못했던 집단인 틈새 시장,. 아니면 아예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시장을 대상으로 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고객이 필요로 했던 것을 제공하는 것이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대학 전역 이후 이삿짐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김인수 대표. 그러면서 그는 사다리차 소유주와 사다리차를 이용하려는 이삿짐 센터나 가구점 간의 연결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사다리차 소유주와 이용자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발견합니다. 



기존의 사다리차 소유주와 사다리차 이용자는 전화를 통해 연결됩니다. 이 와중에 소유주 별로 이용료가 천차만별이고, 그에 따른 서비스 또한 들쭉날쭉하다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또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시장이라, 사다리차 기사들이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사다리차 소유주-이용자 간의 매칭은 한 달간 약 500건 발생합니다. 분명 시장은 존재하지만, 이 시장에 제대로 접근한 기업은 드물었습니다. 이용자와 사다리차 소유주를 연결해주는 협회가 있기는 하였으나, 가입비, 사용료, 수수료 등에서 이용자에게 과다한 부담을 안겨줍니다.  



김인수 대표는 여기서 착안하여, 사다리차 소유주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사다리쿡’을 개발합니다.  사다리쿡 출시 이후,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이용자가 울며 겨자먹기로 불편을 감내해야 했던 사다리차 매칭 시장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변화했습니다. 



‘사다리쿡’은 기존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감춰진 시장을 발굴하여 창의적으로 접근하였습니다. 이러한 시도로 ‘사다리쿡’은 2016년 학생 창업 프로그램인 ‘SK청년비상 프로그램’에서 경희대학교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경영지도사로서 저는 스타트업의 성공 비결을 철저하게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제 관점은 “고객이 항상 옳다, 고객이 왕이다.” 였습니다.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객의 소리를 듣고, 고객의 불평불만을 깊이 듣고 그를 해결할 솔루션을 제공하라고 말하죠. 




[하지만 고객의 니즈와 창업자의 정체성이 충돌하면?]



그러면 고객의 불편 사항을 전부 다 받아들여서 제품을 바꾸는 것이 옳은 걸까요?

이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은 사례...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웃픈 사례를 소개합니다.

 2006년 9월 1일, 디씨인사이드 면식갤에 어떤 글이 올라옵니다.


(글쓴이는 2020년 12월 9월 시점 아직까지도 욕을 먹고 있다.)


“삼양라면의 햄맛이 너무 강해서 맛이 이상하다, 햄맛을 줄였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맛이 더 좋아져서 만족한다.”



14년 전 글인데 2020년 12월 시점까지 아직도 글쓴이는 욕을 먹고 있습니다. 댓글이 무려 2020년 12월 9일 기준으로 18,460개가 달렸네요. 삼양라면의 햄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이 소비자 때문에 맛있는 삼양라면을 잃었다고 격하게 비난하는 거죠. 



솔직히 저도 그 당시 글쓴이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었죠. 



 "니가 뭔데 니 취향에 제품을 맞추라 말라 난리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급기야 삼양라면 측에서도 사실을 밝힙니다. 2015년 7월 15일 수요미식회에 삼앙라면 담당자가 나와서 증언합니다. 이 시기에 삼양라면의 햄맛이 줄어든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알려진 것처럼 저 글쓴이 1명 때문에 맛이 바뀐 것은 아니고, 햄맛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서 햄맛을 줄였다고 증언했죠.


일단 햄맛의 변화가 삼양라면 구매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자료로 입증해 보겠습니다. 



수많은 라면들 중 베이직한 맛의 봉지라면, 소위 간판상품 별로 비교해보겠습니다. 이 중 삼양라면의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라이벌 제품인 농심 신라면과 오뚜기 진라면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수치입니다. 



우리 나라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으로 1963년 9월 출시한 삼양라면은 1960년대에는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하였으나, 이후 농심의 등장으로 삼양라면의 입지는 위태로워집니다. 1983년 출시된 안성탕면이 1987년 점유율 12.9% (매출 442억원)으로 1위를 탈환하고, 이후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이 1991년부터 시장점유율 1위를 석권하여 현재까지 1위 자리를 30년째 유지중입니다. 



 2019년 매출액 기준으로, 농심 신라면의 시장점유율은 삼양라면의 약 4.5배입니다. 


(출처 : 식품산업통계정보)


이러한 상황에서 삼양라면은 맛의 변화를 끊임없이 줘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후레이크에 햄을 뺀 건 사실입니다. (알려진 것처럼 그 디씨인 1명을 위해서 뺀 건 아니지만...) 그러다 햄맛을 부활시켜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2016년 4월 삼양라면에 햄맛을 추가하여 리뉴얼했죠. 



점점 떨어지던 삼양라면의 매출액은 2016년 3분기를 기점으로 상승 추세를 보입니다. 

당해연도 시장점유율도 2017년부터 조금 상승했고요. 



(출처 : 식품산업통계정보)
(출처 : 식품산업통계정보)


그리고 2019년 11월, 삼양라면은 또 한번 햄맛을 강화시켜 리뉴얼을 하겠다고 발표했지요. 

2020년 이에 따라 삼양라면의 시장점유율은 상승했을까요?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라면시장 매출 TOP10 제품>입니다.



즉, 소비자들은 삼양라면의 햄맛을 삼양라면의 정체성으로 여겼던 거예요. 그래서 일부 소비자들의 불편을 받아들여 삼양라면의 햄맛을 없애니, 오히려 경쟁사 라면보다 매력이 없는 이도저도 아닌 라면으로 느끼게 된 거죠. 



저는 삼양라면의 사례를 통해 제품의 차별화란 약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약점을 없애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제품의 강점을 저해하는 것이라면 고객보다 제품을 우선해야 합니다.



김재영의 <독점의 조건>에도 비슷한 논지가 등장합니다. 제품들이 경쟁하면서 강점을 살려 차별화가 강해지기보다는, 약점을 없애면서 다같이 평준화된다는 겁니다. 



이 책에는 하버드대학교 문영미 교수의 <디퍼런트>에서 빌려온 사례가 등장합니다. 자동차 브랜드 중 볼보는 내구성에, 아우디는 디자인에 강세를 보입니다. 즉 볼보는 디자인이 투박하고, 아우디는 내구성이 떨어지죠. 이 브랜드는 경쟁하면서 약점을 보완하는데 치중하면서 각자의 강점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자동차 시장은 비슷비슷한 기능의 개성 없는 붕어빵 제품들로 채워지는 거죠. 


(출처 : 김재영 <독점의 조건>)

기존 시장은 이렇게 비슷비슷한 제품들로 채워진다 할지라도, 스타트업은 살아남기 위해서 철저하게 하나의 강점만을 파고든 제품을 지향해야 합니다. 그것이 기존 제품을 통해 만족을 얻지 못했던 고객들을 빠르게 포섭하는 비결이니까요. 



스타트업 창업자는 소비자의 불만사항을 늘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하지만 그 불만사항이 기존 제품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거라면, 그건 흘려버리세요. 일단 자기 제품이 확고한 강점을 가지고 있을 때, 소비자들의 편익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2020년 8월,  카카오톡이 ‘무거운 카톡’을 고수한다는 결정 방침을 밝혔습니다. 

기존 소비자들이 그동안 카톡에 기능이 너무 많아서 부담된다고 몇 년 간 불만사항을 제기해왔는데, 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거예요. 



 “카톡 안에 서비스가 너무 많아 톡이 ‘무겁다’. 

메신저 기능만 갖춘 라이트(Lite) 버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딱 잘라 라이트 버전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카톡에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할 거라는 방향을 밝혔죠. 



김택수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카카오톡이 지속 가능하려면 ‘관계 관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만 한다. 채팅 외 다양한 혁신을 내놓는 게 숙명”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성에 이용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품질과 편의성을 높여가는 게 과제”



저는 카카오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카톡 유저인 저는 카톡이 사진 파일도 공유할 수 있고 금융 기능도 되어서 씁니다. 이런 기능이 없었으면 안 썼을 거예요. 



카카오의 방침을 보면서 저는 삼양라면의 슬픈 사례를 떠올렸답니다.... 



삼양라면 햄맛이 너무 강해서 아쉽다는 소수 소비자의 비판을 곧이곧대로 듣고 제품을 리뉴얼했다가 햄맛 때문에 삼양라면을 선택한 충성소비자층을 잃어버렸던 삼양을 기억합시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유독 많은 사례들이 조명되었네요. 이 사례들을 통해 저는 스타트업 대표님들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창업자는 항상 고객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고객의 필요사항이 내 제품의 정체성과 충돌하면, 그 때는 내 제품의 정체성을 선택해야 한다.”



이번 글도 창업자 여러분들게 충만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기를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김민지 | 경영지도사, 서울시립대 창업지원단 


2015년 경영지도사(마케팅) 자격증 취득 이후 대학교 및 지자체의 창업보육센터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넓게 교류하며 진심으로 소통하며, 각 대표님들의 마음의 불안이나 초조함 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글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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