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타임 (UNRIL THE END OF TIME)│브라이언 그린
(*이 글은 발제자 '광'이 올린 후기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_옮긴이의 말)
물리적으로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린 엔드 오브 타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물리적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로 우리의 시간은 은존재하지 않았고, 후기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라는 삼단 논법에 의한 세 줄 후기를 보내려 했지만, 회장님께선 후기를 남겨야 한다는 섬북동(독서모임)의 시간을 제시했기에 빠르게 휘발되는 기억 속에 서둘러 감상평 위주의 후기를 남깁니다.
먼저 참석인원은 넷입니다. (누군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단서는 주어졌고 변수는 한 명이라 추리하기 쉽습니다.)
책을 읽은 소감은 크게 둘로 갈리었습니다. (그렇게 기억합니다.)
우주의 시작과 끝을 다룬 저자의 전공 부분이 좋았다는 둘과 생명과 진화를 인문학적까지 접근해 다룬 부분이 좋았다와 (아직 그 부분을 다 읽지 못해) 기대된다는 소감이었습니다. 아울러 참석한 넷 모두 문과이기에 이과의 감상은 어땠을지 궁금했으며, 그들은 우리와 달리 좀 더 이 과학적 이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지 싶었습니다. (혹시 이과 전공이신 분이 계시다면, 부디! 이 책을 읽고 이과의 기본적 이해는 이 정도다!라고 알려 주시길 바랍니다.)
섬북동에서 이전에 했던 역사학자가 본 우주의 시작과 인류 역사를 다룬 <사피엔스>나 양자역학을 다뤄 우리의 직관을 핵분열보다 더 강하게 붕괴시킨 <떨림과 울림>과 비교하여 연결해서 생각해 보는 재미도 주는 책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이 책을 읽고, 혹은 이전에 관심을 갖게 된 과학 분야는 진화와 엔트로피, 그리고 다중우주론이었습니다.
진화는 우리가 섬북동에서 했던 <암컷들: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로 진화의 기존 관념을 한번 뒤집는 시간을 가졌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린 결국 진화 역시 예측할 순 없지만, 그 결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주 진리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모든 것은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의 증가에서 우린 벗어날 수 없습니다.
엔트로피의 증가란 우주를 관통하는 물리법칙입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이기도 하죠.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양자역학은 불신했지만, 이 엔트로피만큼은 가장 뒤집기 어려운 물리법칙이 될 거라 했습니다. 다중우주론에 대한 관심도 나왔습니다. 우주는 무한하기에 어쩌면 SF영화처럼 우리의 선택에 따라 다른 내가 존재하는 멀티버스의 우주가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엔트로피의 증가에는 역행하는 희귀한 확률이지만, 무한이란 희귀한 확률을 존재하게 하는 마법이니까요. 니체의 영원회귀를 공통적으로 함께 떠올렸는데, 우린 지금의 삶의 10의 몇 승만큼 반복해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간이란 무엇일까요?
물리학자들은 실험과 관측을 통해 알아갑니다. 보통의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시간이 있냐고 묻는 실험을 하고, 시간이 없다는 대답의 관측을 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아인슈타인은 말했습니다. 빛의 속도만 일정하고 중력과 시간은 변한다고... 그렇다면 변하는 건 존재하는 걸까요? 시간은 우리의 기억과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기억이 없다면 과거란 시간은 존재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고, 우린 점점 알 수 없는 미궁의 시간(기억?)을 보내게 됐습니다.
생명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우린 요즘 유행하는 쇼펜하우어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죽음은 삶의 원동력이라는 쇼펜하우어의 해석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 회원도 있었고, 불행이 기본값이니 행복을 당연시하지 않고 살다 가끔씩 찾아오는 행복을 맘껏 즐기자는 태도의 회원도 있었습니다. 쇼펜하우어를 회원분의 배우자께선 친구는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맞나?? 시간은 변하고, 기억도 변합니다.)
감성적인 접근에도 우린 공감했습니다.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이란, 남겨진 사람들에게 슬픔의 입자들을 남겨주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어머니께 자신보다 하루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해 등짝 스매싱을 당한 일화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의 시작에 대해선
앞에서 시간이란 기억이란 등식을 생각해 봤기에, 최초의 남에게서 들어 변형되지 않은 기억(이라 확신하는)으로 시작했습니다. 인상적인 건 가출의 시간이었습니다. 가출의 시간에서 목격한 박쥐가 무엇보다 변형되지 않은 기억의 증인이었으나, 당시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은 듯합니다.
주위에 책을 읽는 사람이 없던 회원은 최초의 독서에 대한 기억을 변형되지 않은 최초의 기억으로 인식합니다. (네. 서점도 드물고 방문판매로 책을 팔던 시대에 살던 사람입니다.)
진화는 많은 회원분들이 섬북동에서 맞이하였습니다. 진화라기엔 거창하지만, 섬북동의 시간을 통해 삶의 태도가 변화한 분들이 참석회원 한 명을 제외하고 전부였습니다. 다시 한번 섬북동의 영향력에 감탄합니다. 특히 한 회원분은 '서'회원님의 말로 진화를 했다고 실토(?)했습니다. '서'회원님이 돌아와 섬북동의 진화를 더 많이 함께해 주길 바랍니다.
끝에 대해선 다들 생각이 많아 보였으나 말을 아꼈습니다. (배고픔의 시간이 찾아와서일 수도 있습니다.) 우주의 끝이 존재하듯, 우리의 끝이 존재하는 건 시간의 존재보다 분명하지만, 우리 감정이 느끼는 패턴도 분명하니까요...
이 책을 통해 우린 우주의 시간을 알았고, 그간 자기계발서에서 말한 시간만이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거짓에 대해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의 증가에 따라 흐르는 우주 시간에 비해, (일시적으로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찰나의 시간을 살지만, 시간이 기억으로 존재한다면 누군가의 기억에서만큼은 우주에서 가장 환한 빛보다 밝게 빛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을 빛보다 환하게 기억할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으면 합니다. 우주의 시간에 비해 보잘것없는 찰나의 삶이지만, 우주의 어떤 행융합보다 빛나는 삶을 맘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 이상 케플러의 갈릴레오란 곡을 들으며, 이과가 보면 무슨 헛소리냐 싶은 후기를 마칩니다.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 엔드 오브 타임
2024년 1월 20일 AM10:30
참석자: 광, 옥, 효,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