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집 (Interpreter of Maladies)│줌파 라히리
* 이 글은 발제자 '우'의 시점으로 작성된 글입니다_ 옮긴이의 말
우(발제자): 퓰리처상도 받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샀는데 표 4의 추천사 '그럼에도 뜨겁게 사랑하라' 때문에 책 읽기에 실패했다. 결말 부분을 보면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뜨겁게 사랑하라는 건가 이해가 안 갔다. <비비할다르의 치료>와 <진짜 경비원>은 현대판 전래동화 같은 느낌이었고,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 <센 아주머니의 집>은 뭉클한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었다.
광: 지난주 토요일에 봐서 질문 3~5번 보면서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었다. <일시적인 문제>만 오면서 확인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는 기억한다. 20대 후반에 다녀온 캘커타가 나와서 반가웠고, 전체적으로 못 보던 류의 소설을 본 느낌이다.
은: 재밌게 읽었다. <일시적인 문제>도 재밌게 읽었고 다른 작품들도 전체적으로 재밌었다. 후루룩 잘 읽혔고 묘사가 잘 돼서 그런지 그림 그려진 것처럼 재밌게 읽었다.
영: 원래 책을 빨리 읽는데 이 책은 집중해서 읽어야 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 책이었지만 재밌었고 작가가 인도계 미국인이라 매력적이었다. 센 아주머니가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의 장면들이 거리에 가 있는 느낌이 들게 해 은근하게 매력적인 책이었다.
포: 재밌게 읽었고 완성도 있는 단편들이라 생각된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런던 출신이고 미국에서 교육받았는데도 왜 이렇게 쓸까 궁금했는데, <피르자다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처럼 부모와 주변 사람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더라.
옥: <H마트에서 울다> 같은 책이 생각났다. 외국인들은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김장하는 걸 어떻게 이해할까 싶었는데 이제 이해가 됐다. 이름, 요리, 지명 등이 읽기에 저항을 만들고 단편이다 보니 익숙해진다 싶을 때 끝난다. 이게 힘들면서도 재밌었다. H마트에서 울다에서도 열심히 묘사하는데 외국인들이 저항을 느끼면서도 재밌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 9일 걸렸다. 정말 쉽지 않은 책이었고 내 스타일이 아닌 책이지만 글은 정말 잘 썼더라. 인도계 사람 이름 나오고 성별 안 알려주고 시작하는 거 싫어하는데, 그래도 뒤쪽으로 가면서 언제나 이야기가 끝날 때 마무리를 정말 잘하는 사람이구나 싶다.
광: 1순위는 <일시적인 문제>, 2순위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
일시적인 문제 읽으면서 드라마 연애시대 보는 느낌이었어. 연애시대 보면서 좋았던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다. 작가가 감정의 변화 과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는데, 건조하게 표현한 거 같지만 간결하게 잘 표현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은 할머니 캐릭터가 너무 좋았고, 주인공 아내의 심정도 잘 표현한 거 같다.
은: <일시적인 문제>와 <센 아주머니의 집>
목차를 못 보고 읽어서 일시적인 문제를 읽을 때 이게 축복받은 집인가 싶었다. 부부가 화합한 건 아니지만 좋게 해결이 됐다고 느껴서 이런 집이 축복받은 집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아내가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재밌었다. 센 아주머니의 집은 밀양에서 읽었는데, 장롱면허인 나는 아빠가 운전해주지 않으면 집이 감옥이 된다. 그 상황 때문에 센 아주머니에게 깊이 이입됐다.
영: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도 재밌었는데, 더 재밌는 건 <일시적인 문제>
'은'이랑 같다. 소재가 특이했던 거 같고 저도 이게 축복받은 집인가 생각했어. 유산이 돼서 관계가 멀어졌다가 정전을 계기로 가까워지는가 싶었지만, 부부생활을 이어간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싶다.
포: 재밌기로는 <질병통역사>
카파시 씨의 상상을 어떻게 깰까 싶었는데, 마지막에 종이가 날아가면서 깨지는 게 멋있었다. <일시적인 문제>는 임팩트가 있어서 괜찮았다. 작품들에는 작가의 미국에서의 삶보다 이민자 생활 얘기가 많은데, <피르자다씨가 식사하러 올 때>처럼 그렇게 관계를 맺나 싶다. 강원도에 자주 가는데 거기도 외국인 문화가 형성됐더라. 이 책을 읽고 난 그들의 자식들이 소설을 쓰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쓸지 궁금해진다.
우: 1순위 <축복받은 집>, 2순위 <질병통역사>
재미라는 기준으로 꼽자면 혼외자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카파시 씨의 김축국 마시는 생각이 부정적인 결말을 예상하게 하는 작품보다 재밌었다. 축복받은 집은 좋게 말하면 귀엽고 나쁘게 말하면 철없는 트윙클과 꼼꼼한 성격의 남편과의 갈등이 집들이 때 어떻게 터지나 궁금해하며 봤다.
옥: <일시적인 문제>가 재밌었다.
예측 가능한 결말로 가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일시적인 문제는 비틀어주는 것들이 있어 재밌었다. 센 아주머니의 집은 이민자들의 우울감과 정서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음식 준비 과정이나 그 문화의 사람이 미국에 가면 그런 걸 원하게 되는구나 등 생생하게 그려지는 게 좋았다.
정: <질병통역사>가 제일 재밌었다.
뭔가 딱 떨어지는 단편이랄까. 다른 것들은 대체적으로 열린 결말인데 나는 싫어한다. <축복받은 집>도 괜찮았다. 나도 깔끔한 사람은 아니지만 남자한테 너무 이입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여자가 이쁘게 꾸미고 나와서 맛있는 요리를 마술처럼 해내고, 손님들을 다락방에 끌고 올라갔다가 보물을 찾아 내려오는 순간에 남자가 반하는데, 아, 얘네들 잘 살겠네 싶더라. 이런 식으로 적응하면서 시작하는 게 결혼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시적인 문제>는 여기에 나오는 상황을 100% 이해했지만, 드라마 <연애시대>를 볼 때는 마지막화에 남편이 사산된 아이를 끌어안고 있었던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일시적인 문제에서는 서로 얘기를 전혀 하지 않다가 정전으로 처음 하게 되는데, 나는 이걸로 해소됐으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제자 '우') 나는 쇼바의 비밀 교환 게임이 나쁜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별거하자는 얘기가 남편에게 큰 상처가 될 테니 미리 작은 상처를 주고받자는 의도라고.
이에 대해 '옥'과 '영'은 의도가 있었다기보단 얘기를 하려고 하다가 못하고 또 못했는데 정전 기간을 계기로 대화를 하게 됐고 별거 얘기가 자연스레 나온 것이라 이해했단다.
'포'는 쇼바가 지금껏 자기 혼자만 아프다고 생각했었는데 남편도 같이 아픔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면서, 부부가 화해할 수도 있고 갈라설 수도 있는 거라며, 만약 떨어져 살아도 둘은 좋게 만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정' 역시 서로 계속 회피하다가 이번에 얘기하게 됐고 그 뒤가 잘 됐을지 안 됐을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화해를 하고 전보다 훨씬 나은 상태가 된 게 아니냐며 이 정도도 극복을 못하면 이게 부부일까 싶단다.
'광'은 이 일이 극복해야 하거나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알았기에 견딜 수 있으면 견디는 것이고 못 견디면 헤어지는 거라고 해석을 주었다.
'옥'은 부부기 때문에 7년 동안 이런 관계를 견딘 거라며 길어도 너무 길었다, 남편이 진실을 얘기해 줬어도 그걸로 해결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옥'은 비밀 교환 게임은 우리는 여기까지라고 남편에게 알려주는 아름다운 마무리('영'은 이별의식)였다고 생각한다고.
얘기의 핵심은 비밀 교환 게임이 부부 관계의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냐 안 될 것이냐를 추측해 보는 과정이었는데, 나는 얘기의 결론이 '정'이 말한, "여자의 성격에 따라 다른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말이라 생각한다.
(발제자 '우') 나는 릴리아가 사탕을 버린 이유가 사탕을 보면 피르자다씨가 생각나서 그의 부재와 그리움의 감정이 다시 떠오르니까 버린 거라 생각한다. 나도 그런 슬픔 감정은 애써 외면해 버리며 살아왔는데, 점점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구나 느끼는 요즘, 이런 감정의 처리 방식(?)이 나의 성숙에 도움 되지 못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질문을 하게 됐단다.
섬북동 친구들은 대부분 피르자다씨가 고국에서 가족들을 만났기에 이제 매일 밤 사탕을 먹으며 그를 기원해 줄 필요가 없으니 버렸다는 해석이었다.
'영'은 사탕을 계속 보관하고 있으면 아저씨가 잘 지내고 있는데 무슨 일이 생겨 다시 기도를 해야 할 거 같아서 버린 거라 생각한단다.
슬픔을 어떻게 해소하냐는 억지스러운 질문에도 답을 잘해주셨다.
'광'은 해소하려고 하지 않고 원인을 분석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면 괴롭다고. 잘못이라고 느꼈다면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한단다.
'영'은 어떤 종류의 슬픔이냐에 따라 다를 거 같다며, 이유 없이 드는 슬픔이나 우울감은 몸을 움직인다든가 일상에 집중하고, 사별 같이 긴 시간이 걸리는 건 피하기보단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적극적으로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은'은 슬픔이나 그리움을 해소시켜야 할 정도의 감정을 못 느낀 거 같다며,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를 예를 들어, 슬프면 슬픈 만큼 울고 지내다가 또 생각나면 또 운단다.
(발제자 '우') 5번은... 질문이 억지스럽고 대화 내용도 정리가 어려워 생략하겠습니다. 노오력해도 평범하게 살기 어려운 요즘 서로 응원해 주며 올 한 해도 잘 즐겨봅시다!
축복받은 집│줌파 라히리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2024.2.17 (토) AM 10:30
참석자: 우, 정, 포, 광, 영,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