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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쓰 Mar 19. 2024

우리 안에도 '에마'가 있다

마담 보바리│귀스타브 플로베르

드디어 읽었다. 제목만 무수히 듣고 심지어 가지고 있지만 어디 가서 아는 척은 못했던 <마담 보바리>! 책꽂이 어딘가에 언젠가부터 꽂혀 있었지만, 표지의 여인 사진만 들여다보고 감히 읽을 엄두를 못 냈던 이 책. 500페이지가 넘는데다 묘사까지 지나치게 빽빽해 모임날 아무도 안 나온다고 하면 어떡하지? 불안감이 들었던 책을 드디어 해치웠다. 예상과 달리 무려 6명이 참여한 성대한 독서 토론이었다. 


노무현시민센터 3층에 있는 카페 커피사는세상과 '사죄의 머핀'

책은 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집에 드나들던 의사 샤를 보바리와 결혼하면서 보바리 부인이 된 에마의 이야기다. 샤를이 에마를 보고 반했을 때 때맞춰 샤를의 첫 번째 부인이 갑작스레 억-하고 죽어버린다. 시골에 박혀 살며 늘 도시 생활을 동경하던 에마에게 결혼 생활은 예상과 달리 지루하고, 성실하기만 한 남편 샤를은 더 지루하다. 그때부터 에마는 자신보다 어린 청년 레옹, 누가 봐도 개쓰레기 바람둥이 로돌프에게 빠져들고, 빚을 내가며 마구 사치를 한다. 어쩌면 예정된 에마의 파멸을 지켜보면서 그래 마땅하다고 속이 시원했지만, 에마를 보낸 뒤 모든 희망을 잃고 시들어가는 샤를을 보면서 설마 작가가 막장 드라마 속 악역이 망해가는 걸 보면서 고소해하는 시청자의 기분을 느끼라고 이 책을 쓴 게 맞을까? 그런데 이 책이 3류 막장 불륜 소설이 아니라 오랫동안 읽히는 고전 명작이 된 까닭은 뭘까 궁금해졌다. ('옥'의 반려인은 왜 불륜 소설을 읽고 있냐며 상처 받은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ㅋㅋ)


실제로 이 책의 주요 키워드는 '불륜' 

1. 마담 보바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작품의 주인공 중 하나다. 에마는 욕먹어 마땅한가?

'광'은 욕 먹을 것까지는 없지만 선을 넘었다고 답했다. 에마는 다만 어리고 경험이 없어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몰랐을 뿐이다. 본인에게도 에마 같은 무모한 면이 있으니까. '진'은 질린다(ㅋㅋ)며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이 질린다고 했다. 극단적인 F의 말로를 보는 것 같았고,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했다. '영'은 이날 아침 기후동행카드를 찍고 버스를 타고 모임 장소에 가다가 그때 에마에게도 서울처럼 편리한 교통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결말까지 가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작은 욕망을 그때그때 해소하지 못하다 보니 극단적으로 치달은 게 아닐까 하고. '옥'은 몸담고 있는 영화계가 보바리즘에 취한 사람들의 집합소라며 그런 세상 속에 있다 보면 에마가 샤를을 무시했던 것처럼 어느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 세련되지 못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게 당연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은'은 에마가 욕먹어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고 했다. 


2. 샤를(보바리) VS 로돌프 VS 레옹, 에마의 세 남자는 어땠는가?

'진'은 셋 다 극혐이지만, 그중 샤를이 제일 극혐이라며 자리에 앉자마자 치를 떨었다. ㅋ 상대가 뭘 원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며. 샤를을 불쌍하게 봤던 영은 뭐 저렇게까지 싶었지만, 얘기하다 보니 보바리 부부의 결혼 생활이 실패한 데 샤를의 책임도 많았구나 둘은 애초에 안 맞는 사람들이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로돌프는 그냥 쓰레기. '은'은 샤를과 코드와 맞다며 그래서 에마가 더 이해가 안 됐다며 또 한번 예상을 깨는 답을 했다. 레옹은 좋은 사람이라 결혼해도 잘 살았을 것 같고, 로돌프는 역시 쓰레기. '광'은 샤를은 결혼정보회사에서 1등급을 받을 신랑감이고, 로돌프는 나쁜 남자, 레옹은 우유부단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영'은 에마가 그 누구랑 결혼했어도 행복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3. 소설의 결말은 맘에 들었는가? + 4. 작가는 결말에서 약제사의 오메의 성공을 왜 강조했을까?

영은 토론 주제를 올리며 결말을 스포일러해버리는 대역죄를 저지르지만, 다행히 다들 너그럽게 ㅋ 봐줬다. 첫 번째 사진 속 머핀 두 개는 소박한 사죄의 머핀. 

그동안 에마가 낸 빚이 걷잡을 수 없어지면서 보바리 집안은 풍비박산난다. 그리고 에마의 극단적인 선택. 

'진'은 희망 한 줄기 없이 끝나 아쉬웠다고 했다. '광'은 샤를이 에마와 불륜 관계였음을 알고 난 뒤 길에서 만난 로돌프를 (죽빵 한번 안 날리고) 그렇게 순순히 보내면 안 됐다고 했다. '은'은 그래도 살아보지 싶었다고 했고, '영'은 그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싶었다. 그리고 지금 시대에 살았더라도 잘 살았을 것 같은 약제사 오메의 성공을 보바리 집안의 불행과 대조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보여줬나 궁금했다. 

5. 이 책은 왜 통속적인 불륜 소설이 아니라 150년 넘게 읽히는 고전이 되었을까?

'옥'은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책의 풍경을 포함한 묘사가 이야기에 꼭 필요한 부분 같다고 느꼈다. '광'은 메인 스토리 아닌 서브 플롯 때문에 이 책이 고전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진'은 욕망은 누구나 가진 부분이고, 지금도 끊임없이 이야기되는 주제라서 그렇다고 답했다. 작품 속 캐릭터들 역시 지금도 여전히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고. '영'은 150년 이상 지났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은 이야기라고 느꼈다.


6. 마담 보바리에서 유래한 '보바리즘'은 '허영과 사치에 중독된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다.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허영심은 뭐가 있을까?

다들 사지 않을/못할 물건을 검색하거나 찍어둔다고 답했다. '옥'은 매년 올해의 백 하나를 정해둔다고 했다. 하지만 명품 하나를 사면 회사를 한 달 더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미친다고. '은'은 여행도 가고 싶고 차도 갖고 싶지만 욕망의 지속력은 짧다고, 또 지적이고 싶은 허영심이 있다고 했다. 섬북동에서 유명한 공연 마니아인 '진'은 괜찮은(비싼) 시계도 하나 사고 싶지만 늘 순위가 밀린다며, 늘 자신의 욕망이 가장 큰 곳에 돈을 쓰게 된다고 했다. 

*보바리즘 참고 링크: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530111&cid=60657&categoryId=60657


7.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다른 작품이 있다면?

'은' 은 <안나>와 <기생충>, '진'은 <박쥐>의 원작인 <테레즈 라캥>, '영'은 <브리저튼>, '광'은 <인형의 집>과 <해피엔드>가 떠올랐다고 했다.



마담 보바리 ㅣ 귀스타브 플로베르 (김남주 옮김/문학동네)

2024년 3월 9일(토) 오전 11

장소: 노무현시민센터 3층 카페 커피사는세상

참석자: 영, 옥, 은, 진, 광, 우 (총 6명)


마담 보바리│귀스타브 플로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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