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2025년 12월 섬북동의 마지막 발제 책은 일본 추리소설인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되었다. 추리소설을 잘 읽지 않는 발제자는 추리덕후의 추천을 받고 이 책을 발제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발제자의 취향은 아니었다. 함께 나눌 소재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는 발제자는 그래도 이 모임이었기에 책에 대한 기억이 풍성해질 것 같다고 느꼈다. 책에 대한 기억을 풍성하게 심어준 그 순간으로 들어가 본다.
(주의! 책 결말에 대한 스포가 있을 수 있으며, 시간이 많이 지나 대화의 내용이 다소 왜곡되었을 수 있습니다. 참석하신 분들 중에 잘못된 내용을 발견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책 읽은 소감
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원래 추리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반전 결말은 오히려 배신감으로 느껴졌다. 찾아보니까 고정관념을 깨는 장치였다는 것을 알고 배신감을 넘어 불쾌감도 느꼈던 내가 얼마나 고정관념이 심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책을 완독 해서 뿌듯했다.
옥: 이미 불호평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책을 읽었다. 초반에 읽으면서 올드하다고 느꼈는데 나중에 그 이유가 밝혀지면서 알게 됐다. 작가가 우리를 속이려고 의도했다는 것을. 처음엔 짜증 났지만 반전을 알고 나니 오히려 좋았다. 내가 작가에게 놀아났다는, 그런 아이러니를 즐기는 성격이라 재밌게 읽었다. 책에서 다루는 사회 문제도 좋았고, 노인들의 감정을 이렇게까지 살피는 책은 처음이었다.
주: 나도 원체 추리소설을 안 읽는 사람이라 이 기회에 읽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 책에 나오는 건강식품 사기 같은 부분은 우리가 겪어온 현실과도 유사해서 몰입하며 읽었다. 마지막 반전에는 깜짝 놀랐다. 다만 마지막에 너무 많은 설명이 ppl 같이 느껴져서 약간 거슬리기도 했다.
달: 나는 이 책을 추리덕후였던 시절에 읽었는데, 추리소설에서 이런 유형의 반전을 본 적이 없어서, 읽었던 당시 정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제목과의 연관성이 약하고 억지 같은 부분도 느꼈다. 하지만 책의 의도인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깨트리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확실히 전했다고 생각한다.
선: 이 책은 제4의 벽을 허무는 느낌이 있었다. 세계관이 파괴되면서 현실과 연결되는 느낌, 장르의 파괴적인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추리소설의 묘미인 트릭의 완성도가 조금 부족했다고 느꼈다.
경: 나는 반전이 있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전이 있다고 하면 뒤부터 읽는 타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계속 짜증을 유발하게 했고, 결국 제대로 읽지 못했다.
반전 트릭에 관하여, 나이, 선입견, 고정관념 등
- 모임에서는 반전트릭과 나이에 대한 질문이었으나 현장에서 대화의 범위가 확장되며 더 풍성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런 점이 독서모임의 묘미 아닐까?
은: 이 책을 읽고 불쾌함을 느꼈던 나는 내 고정관념이 얼마나 단단한지 깨달았다. 이래서 고정관념이 무섭고, 선입견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됐다.
----- 영포티에 관하여 ------
옥: 40대의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나의 스타일은 내가 20대 입었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그때 입던 옷, 신발, 모자, 사실 나는 천천히 변하다 보니 내가 변했다는 걸 못 느낀다. 남들만 나의 나이를 체감할 뿐이다. 이제는 외형이 바뀌었으니 화장도, 옷 스타일도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늙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에게 나이는 겉모습에 불가하다고 생각한다.
선: 동감한다. 20대들이 생각하는 40대 룩이 정해져 있는 거다. 20대들도 자기네들이 선입견에 갇혀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정말 곳곳에 박혀 있다.
경: 하지만 과하게 부자연스러운 경우도 분명히 있다. 다만 그게 나이에 속한 문제인지, 개인의 취향인지는 구분해야 할 것 같다.
옥: 최근 40대 초반 여성들이 나오는 연애프로를 봤는데, 어떤 여자의 스타일이 내 눈에는 그렇게 안 어울렸는데, 남자 3명이 그 여자를 찍는 걸 보고, 내가 생각하는 어느 정도 수준도 생각보다 좁구나 하고, 내가 가진 편견을 느꼈다.
경: 요즘엔 60대, 70대도 연애하고 80대도 새롭게 연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편견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선: 아무래도 돈이 걸리면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재산이 있으면 돈 때문으로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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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동거에 대해서도 편견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어떤 분은 성실하고 좋은 사람으로 봤던 누군가가 동거하는 사실을 알고 불쾌해지며 그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했다. 동거는 이제 선택의 문제이지 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결혼하면 번거로워지는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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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나이가 들면 외로워지고, 외로움이 깊어지면 알면서도 속는 것 같다. 저 사람이 나한테 사기치고 이용하려는 걸 알지만, 그 순간 외로움이 싫어서 그냥 기대고 붙잡게 되는 거다. 보다 보면 약 팔아줄 수밖에 없는 거다. 내 앞에서 재롱부리고 웃어주는 게 좋고, 특히 가진 게 돈 밖에 없다면 더 알면서도 당하는 것 같다.
옥: 이 책에도 마지막에 복수하려고 외뢰했다고 나오는데, 그 여자가 야쿠자들을 죽이고 불을 지르려고 했던 이유는 노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젊으면 그렇게 못하지만, 그 여자는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막무가내로 할 수 있는 거다. 노년의 감정을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한 책은 처음 봤다. 그런 부분이 재밌게 느껴졌다.
경: 전에 본 영화 <사람과 고기>도 노년의 삶을 다룬다. 노인 3명이 나오는데 돈을 내지 않고 음식점을 나가는데, 계속 무전취식을 하다 보니 스릴을 느껴서 삶을 즐겁게 보내는 스토리다. 세 사람은 그전엔 혼자 살고 가족도 없고 외로웠는데, 이제 친구도 생기고 스릴 넘치는 일이 생긴 거다. 그 영화를 보며 노년에 누려야 할 삶의 질을 생각하게 됐다.
거짓말에 관하여 (선을 넘는 진실 vs 선의의 거짓말 등등)
달: 결혼 전날 친구의 애인이 바람피운 걸 봤을 때 친구에게 말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런 경우엔 나는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 진실이 그 사람의 모든 걸 바꿔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날 원망할 수도 있고, 하지만 이 책의 상황이라면 솔직하게 얘기했을 것 같다. 일단 그 사람이 의뢰를 한 것이니까.
거짓말할 걸 후회한 기억은 없지만, 말하지 말걸이라고 생각한 순간들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게 아니다. 나는 예전에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했다.
옥: 내가 사실을 말했다가 한 명과 인연이 끊어졌다. 누군가 나한테 상의해서 얘기해 주라 한 건데.. 오히려 그 남녀는 잘 살고, 친구관계만 안 좋아졌다..
주: 예전에 이혼변호사가 한 말이 있다. 이혼의 1순위는 외도가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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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나는 끝까지 말할 수 없으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 말한다. 친구가 거슬리면 말해야 하고, 그게 조율이 안 되면 친구를 잃을 각오로 말한다. 아직까진 대체적으로 잘 조율됐다. 다만 친구가 다른 친구에 대해 뒷담화한 얘기나 생각은 전달하지 않는다. 나중에 그 둘이 사이가 좋아져서 서로 그때 그렇게 욕했었다고 고백해도 나는 들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끝까지 아는 척 안 하고 말하지 않는다.
달: 그건 나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들은 험담은 얘기 안 한다. 이건 플러스될 게 하나도 없다.
옥: 그래도 어느 정도는 얘기해 주는 게 좋지 않나. 말해주면 고칠 수 있는데, 그 친구는 몰라서 그 행동을 하는 걸 수도 있는데,, 알려주지 않으면 그 친구는 계속 욕먹는 거니까, 친구 관계를 위해서 어느 정도는 얘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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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뭔가 다양하고 풍성한, 더 많은 얘기를 한 것 같은데, 분명 그 잔상은 있는데,,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정주행 시키려고 했는데, 16시간 드라마를 2시간으로 요약한 요약본처럼 기록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쉽다. 이래서 후기는 바로 쓰는 게 좋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한번 깨닫는다.
무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고정관념이라는 무게를 다시 한번 알게 됐고, 나이는 숫자에 불가할 뿐이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임 후 우리는 우리만의 송년회를 가졌다.
일시: 2025년 12월 13일 11시30분
참석자: 은, 옥, 주, 달, 선, 경, 옥, 우(그는 책을 읽지 않아, 말없이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장소: '정'이 참여하지 않은, '정'의 작업실에서 (송년회는 함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