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뒷 Book

안진진의 선택은 모순이지만
결코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양귀자의 <모순>

by 이요

1) 감상평


[다우]

두 번 읽으니 안진진이 나영규를 선택할 것이란 복선이 눈에 들어오더라. 이모 딸 주리랑 얘기할 때 결혼은 사업이다라는 것 등. 안진진이 나영규랑 결혼을 해도 불행할 것 같지는 않지만, 김장우를 선택했어도 욕구를 충족해가면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을 텐데 왜 불행을 선택했을까 궁금했고 두 번째 질문으로 뽑았다. 그리고 이모의 자살이나 반대되는 인물들의 설정이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선영]

난 반대로 초장에 나영규랑 결혼하겠다 생각했고 이모 나올 때부터 자살하겠네 생각했어. 그리고 어느 날 이대로 살아서는 안 돼 라고 결심하는 순간부터 유치하고 올드해서 읽기가 힘들었어. 옛날 시대물에 대해 내가 너무 약해. 포스트잍 4개인가 5개밖에 안 붙였어. 아버지에 대해 그렇게 낭만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나는 별로인가 봐. 그래도 이런 생각은 했어. 이 책이 나온지 20년 뒤에 읽는 건데, 내가 이 책을 10년 전에 읽었으면 좋아했을 수도 있겠다고.


[유정]

(이 책이) 98년도인가 완전 IMF 한중간이 나왔는데, 그때 재미없었고 그냥 대충 읽고 넘겼었다. 지금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두 남자 사이에서 한가하게 연애 고민을 하고 있다고? 그랬거든. 이거 읽는 내내 맨 마지막 선택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뒤쪽 편에 김장우를 선택하라고 싹 몰아놨는데, 딴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글 쓰는 기법으로도 너무 말이 안 되고 상당히 무책임하다. 어쨌거나 이모가 너무 나영규 같은 사람하고 살다가 자살을 했는데 나영규를 선택했다는 게 난 이해가 안 되더라.

[효진]
저는 이 책 되게 오래전에 사서 옛날에 읽었는데 거의 기억이 안 나는 상태에서 다시 봤다. 저한테는 이 내용이 거의 고전 수준이었다. 지금으로선 이런 얘기가 되게 유효한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읽었다. 대학로에 있는 연극 중에 <통속소설이 뭐 어때서>가 떠오를 정도로 현실감 없는 고전 수준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다 읽고 나니 사는 게 지금 이 상황과 뭐가 다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는 두 남자를 두고 이렇게 하지는 않습니다만) 마지막에 제일 깜짝 놀란 게 이 모든 일이 1년 사이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25살, 26살이 겪기에 너무 가혹한 일들 아닌가 이런 생각도 했다.


[승은]

요즘 나온 소설이 이런 내용이었으면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90년대 소설이라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읽으니 재미있었다. 어릴 때 이 책을 읽었으면 별로 재미없었을 것 같다. 등장인물을 가족들을 포함해서 이 사람 저 사람 자꾸 대입해서 읽게 되기도 했다.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안진진이 동생을 묘사하면서 미묘하게 비꼬고 빈정거리는 부분이나 엄마의 불행의 과장법을 묘사하는 부분, 나영규를 보면서 ‘이것도 인생 계획표에 포함된 부분이겠지’ 상상하면서 보는 게 재밌었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예측을 하면서 봤다. 예측대로 되는 줄 알았다가, 아닌가 싶다가, 마지막에 예측대로 됐더라. 그렇군, 그렇지 생각이 들다가도 안 좋은 느낌도 들었다.


[경영]

통속적이긴 하지만 지금 20대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시대적인 상황들만 다르지 지금도 여전히 통하는 주제들인 것 같다. 여전히 결혼하거나 연애할 때 이런 부분을 고민하니까. 안진진이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분도 되게 흥미로웠는데, 저는 이모랑 엄마랑 서로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그 부분이 되게 흥미로웠다.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들은 다 결핍이 있다.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성인이 될 때까지 끝까지 결핍으로 남아서 뭔가 관계를 맺는데 발목을 잡고, 어떤 사람은 결핍이 있을 만한 상황인데 그걸 건강하게 헤쳐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모가 엄마의 불행한 부지런함을 부러워하는 것을 되게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또한 이해할 수 있는 이모의 삶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인 것 같다.


[매옥]
이 중에서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제가 30대 때 방황을 좀 했었는데 그 시절 생각들이 많이 났다.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훨씬 공감했을 거다. 20년도 더 넘은 얘기라 좀 전형적이기도 하고 또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캐릭터가 되게 재미있었고, 에필로그에서 작가가 모순이라는 주제를 왜 선택했는지에 얘기해주는 부분이 되게 좋았다.

특히, 챕터마다 앞에 한 줄씩 빼놓은 문장이 너무 좋았다. 그동안 딱 이거다 싶었던 책이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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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진진의 선택 - 진진은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패는 되풀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진진의 선택은 결국(?) 행복하지 못한 삶일 텐데, 여러분이라면 그 길을 가겠습니까?


[다우]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행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그 길을 가는 것일까? 실수인 걸 알면서도 왜 선택했을까?


[선영]

같은 상황에 같은 캐릭터라면 같은 결과가 나오지만 상황은 같은데 캐릭터가 바뀌었다. 이모부 같은 캐릭터의 나영규지만 안진진이라는 사람은 이모랑 다르니 결론도 다르다.


[매옥]

나는 ‘이런 이런 게 있었기 때문에 이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게 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너는 나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는 이런 선택을 했어.
그리고 나는 이걸 살아갈 거고 그 와중에 나는 탐구를 계속할 거야.’라는 그런 자세. 그러니까 그 선택이 불행이라고 동의는 못하겠어요.


[선영]
안진진 캐릭터가 되게 재미있는 것 중에 하나가 뭐냐면, 동생이 교도소에 가고 아버지는 노숙자가 되고 어머니가 우악스럽게 삶을 사는 아주 불행한 조건인데, 이걸 희화 하고 객관화하는 능력을 가졌어. 나영규라는 캐릭터를 만나도 얘는 불행을 이야기화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지.


[효진]

불행할 줄 알면서 그 길을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그렇게 살아도 얘는 어쨌거나 엄마와 이모를 반반씩 합친 인물이다. ‘왜 사랑하지 않는 사람하고 살지?’하지만 거기서도 나름 자기의 행복을 찾아가면서 살았을 것 같다. 나라면 정말 아무도 선택 안 하고 그냥 살았겠지만.

안진진이 제일 사랑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완전 나르시시스트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뭐 뭐 하는 나 안진진’ 이거는 좀 그만하셨으면 좋겠어)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랑하는 캐릭터라서 누구랑 살았든 불행하게 안 살았을 것 같고, 불행이 와도 자기 나름대로 헤쳐나갔을 것이다. 그래서 굳이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았다.


[승은]

안진진이라는 캐릭터에 엄청 공감했다. 나라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 고민했고 중간에 계속 왔다갔다 했었다. (옛날 같았으면 무조건 김장우인데 지금 보니 너무 왔다갔다 하더라)

저는 이 스토리 상에서 나도 나영규를 선택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유는 세 가지다.

1) 내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나, 없나

2) 진진이 생각한 것처럼 안 살아본 쪽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

3) 엄마처럼 살고 싶지도 않고 이모처럼 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안진진이 선택한 삶이 불행한 삶일지는 사실 알 수 없다. 엄마를 닮았고 아빠도 있어서 이모처럼 포기하거나 순응하지 않을 것 같다. 나영규의 인생 계획표를 이행하면서 살지 않고 반항도 하고 다르게 살지 않을까.


[유정]
그래서 내가 <머티리얼리스트> 얘기를 한 거야. 그 여자가 나를 설득을 할 수가 없는 게 객관적으로 사람들이 나와서 막 연기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거는 글이잖아. 글은 충분히 설득할 수 있고 그런 식으로 설득을 했단 말이야. 마치 김장우에게 갈 것처럼 해놓고 이렇게 배반을 하는 게 너무 이상하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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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유정]
(내용과 아무 관계가 없지만 너무 내 마음 같아서 적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사람이다.”

[효진]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단조로운 삶 역시 단조로운 행복만을 약속한다. 지난 늦여름 내가 만난 진리가 바로 이 진리의 표본이었다.”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준 주리였다.”

[승은]

(효진과 같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하나식은 필히 사로잡힐 수 있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경영]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다우]

“궁핍한 생활의 아주 작은 개선만을 위해 거리에서 분주히 푼돈을 버는 것으로 빛나는 젊음을 다 보내고 있는 나.”

[선영]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매옥]
“해질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 저켠으로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육체의 균형감각을 잃기 전에 언제나 먼저 정신의 균형감각부터 무너지는 사람이 아버지였다.”


<모순> 발제 정리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1~3번 질문에 대한 내용으로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일시: 2026년 1월 31일(토) 11시 30분

○장소: 앤트러사이트 서교점

○참석자: 다우, 경영, 효진, 선영, 유정, 매옥, 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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