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도 여행은 가야 해요

화가 많은 자폐아와 함께 하는 삶

by 셀린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아이의 흥분도를 가라앉히고 다시 일상에 적응하기까지 얼마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적응이 반나절일 수도 있고 하루일 수도 있고 며칠일 수도, 가끔은 몇 달일 수도 있고

얼마나 걸릴지는 사실 아무도 알 수 없다. 낳고 키운 엄마도 모른다.

여행뿐 아니라 방학, 체험학습, 휴일 등 모든 변화가 다 마찬가지다.

아이의 컨디션이 좋을 때면 나이스하게 별 일 없이 별 탈없이 지나가 주기도 하지만

여행이 특히 재미있었거나 아니면 내가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아이의 컨디션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럴 경우엔 가족도 학교도 한동안 둘 다 힘들어진다.

그럼 여행도 가지 말고 그냥 학교와 센터를 반복하는 일상을 지속하면 안 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던 시절도 있었다.

항상 같은 길로만 다니고, 항상 같은 것만 먹고, 항상 같은 곳만 가고,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아이의 루틴을 깨지 않도록 노력하는 생활.

하지만 방학은 늘 돌아오고 익숙지 않은 일들 새로운 사건들은 학교 안에서도 항상 일어난다.

매일 똑같은 하루를 영원히 아이에게 줄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에

아이가 변화에 적응하도록,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는 시간을,

연습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교육이고 나와 남편의 의무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좀 늦더라도 그래도 적어도 삼십 살 사십 살 오십 살이 되었을 때에는

작은 변화에 당황하여 주변에 화를 내거나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교육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아이가 여덟 살 때 다녔던 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은

아이가 유독 떼를 쓰던 어느 날 아침 교문 앞에서 남편에게

이럴 땐 학교에 등교시키지 말고 집에 데리고 있으시는 게 어때요?

라고 했었단다.

일반반도 아니고 도움반에 다니던 중이었다.

남편은 출근해야 하고 나도 워킹맘이라 피눈물이 나던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다.

오전 일찍 일을 팽개치고 학교로 데리러 가던 그 심정.

상처에 불을 지른 것 같은 느낌이었던 무수한 날들의 그 비참한 기분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남들과는 다른 이상한 애는 밖에 데리고 나오지 마세요.'가 아니라

'언젠가는 이 아이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많이 경험하고 연습하는 환경을 만들어봐요.'라고 말해주는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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