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게 살고 싶다

화가 많은 자폐아와 함께 하는 삶

by 셀린

엊그제 아이 수업을 갔다가

강사 선생님과 잠시 나눈 대화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된 이후에 암에 걸리는 부모님들이 많더라고요~

라는 이야기.

내 가슴속에도 벌써 사리가 백만 개쯤 있는 걸 보면 그 말이 맞겠네요~라고 맞장구를 치면서도

내내 찜찜했던 마음 한 구석.

집에 와서 남편에게 그 얘기를 하니 어이없어한다.

하지만 그도 나도 알고 있다.

이렇게 스트레스받다가 우리 진짜 큰 병 걸리는 거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이미 여러 번 나눴으니까.


무언가 핀트가 나간 후로 아이와 내 사이가 틀어진 지 이틀 째다.

하루 종일 붙어있어야 하는 방학이라 더 그렇다.

내가 너른 마음으로 이해하고 아이를 붙잡아 일으키고 인도해야 하는데

이번엔 그게 잘 안된다.

내 마음속 화가 지금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어떤 느낌이라고 해야 사람들이 이 심정을 이해할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해봤는데

표현이 잘 안 된다.

원래 경험은 설명하기 어렵지..

음. 그나마 쉽게 설명하자면

나는 가만히 일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쌍욕을 하루 종일 소리 지르며 반복하는 느낌?

그런 느낌이랄까.

그 정도의 파장이 가슴에 인다고 해야 하려나.


아이는 며칠 째 눈을 뜨는 새벽부터 화를 내며 일어나서

화를 내며 밥을 먹고

화를 내며 공부하고

화를 내며 티브이를 본다.

나쁜 말 하지 말자 하면

네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죽을죄를 지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라고 말하며 사이사이 쳇쳇 거린다.


인지가 좋은 아이라 오해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런저런 일들을 겪었다 보니

밖에 나가서 그러면 안 된다는 강박이 생긴 우리도 아이를 많이 다그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또 반복되는 악순환인 듯싶다.


아이의 삶을 잔잔하게 유지하면 별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아이는 (적어도 내가 보기엔) 평화로운 순간에도 화가 나나보다.


가슴속 장기가 녹아내리는 감정을 겨우 가라앉히고

나는 엄마다 나는 이러면 안 된다를 되뇌며 아이를 불렀다.

화와 짜증으로 인해 오늘 아침 공부도 못하고 엄마 마음도 이렇게 상했으니 앞으로는... 이라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역시나 말을 뚝 끊고 엄마 때문에 마음이 상했으니 이제 엄마와 절교를 하겠다네.

하.. 그래.. 얘랑 무슨 대화를 하겠나..

오늘은 뭘 해도 의욕이 안 난다.

업무도 많은데 더 이상 스트레스받기 싫고 더 이상 애쓰기 싫다.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이렇게 또 하루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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