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열대 과일 총 정복!
우리 남편이 한국에서 즐겨보던 TV 프로그램 중에 '서민 갑부'란 프로그램이 있다. 자신만의 철학과 부지런함으로 성공을 이룬 평범한 사람들을 다룬 프로그램인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한 베트남에도 <베트남판 서민 갑부>가 있다. 그 중 한 사람을 뽑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빨간 모자 아저씨'를 꼽는다.
'빨간 모자 아저씨'는 한국사람이 많이 사는 동네 중 '미딩'이라는 곳에서 과일을 파는 아저씨인데, 매일 빨간 모자를 쓰고 과일을 팔고 있어 붙은 별명이다. 그 아저씨가 언제부터 그곳에서 과일을 팔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2년 전, 내가 하노이에 입성했을 때부터 "과일은 빨간 모자 아저씨에게 사면된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아마 그 훨씬 전부터 과일을 팔았으리라.
(아저씨가 주로 영업을 하는 곳이 내가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아저씨의 영업 방식은 이렇다.
아저씨는 매일 아침 8시 전후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다른 아파트 입구에 과일을 실은 오토바이를 세운다. 그때가 보통 아이들의 등교시간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학교 버스에 태우러 내려온 아줌마들을 타깃으로 삼은 것인데, 예상대로 아줌마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과일을 사 갖고 올라가는 것이다. 그 후, 아저씨는 원래 장소로 돌아와 작은 좌판을 깔고 과일을 판다. 아저씨가 파는 과일은 대형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가격도 싼 데다, 외국인인 우리는 베트남 과일 중에 어떤 과일이 맛있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과일을 살 때 실패할 일이 종종 있는데, (한국사람들을 많이 상대한 덕에) 빨간 모자 아저씨의 과일은 당도와 모양, 신선도 등 모든 면에서 대부분 한국사람들이 딱 좋아할 만한 것들을 판다.
게다가 베트남 열대 과일만 파는 것이 아니라, 복숭아, 사과, 배, 귤 등 한국에서도 즐겨먹던 제철 과일을 구비해 놓기도 해 아저씨 좌판 앞은 평일 오전이고 주말이고 할 것이 항상 문전성시다. 나 또한 그 동네에 나갈 일이 땐 대부분 아저씨 과일가게에 꼭 들르고, 때로는 오직 과일을 사기 위해서만 그 동네에 갈 때도 있다. 최근에 나는 아저씨네 복숭아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요즘엔 고구마도 파는데 그것도 맛있다고 한다. 곧 먹어봐야지~
얼마나 장사가 잘 되는지... (실제 아저씨의 월 수익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아저씨에 관한 소문도 무성하다.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과일 판 돈으로 4층짜리 건물을 샀대~"
"누가 봤는데... 집에 돌아갈 때는 BMW를 타고 간대잖아~"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한동안 아저씨가 원래 장사하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과일을 판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아저씨가 자리를 이동한 것도 모르고 아저씨가 원래 있던 곳에 갔는데 다른 아줌마 둘이 과일을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저씨가 배달을 가셨나~', '다른 친척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간 김에 그 아줌마에게 과일을 사 갖고 왔는데 며칠 뒤, 이런 소문이 났다.
"아저씨가 돈을 많이 버니까 아저씨 주변에 과일을 파는 사람들이 모여 들었는데, 손님들이 여전히
아저씨 과일만 사가는 거야~ 그래서 상인들이 돈을 모아 폭력배(?)를 고용해 아저씨를 흠씬 팼고,
아저씨는 다른 곳으로 옮긴 거지,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졌게?
사람들이 아저씨가 있는 곳을 알고는 원래 있던 곳은 들르지도 않고 아저씨한테로 바로 가는 거지~ "
빨간 모자 아저씨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장사를 할 때는, 사람들이 그곳에 왔다가 아저씨가 없거나, 혹은 아저씨 가게에 없는 과일이 있으면 온 김에 주변에 있는 과일을 사기도 하면서 주변 상인들이 반사이익이라도 얻었는데, 빨간 모자 아저씨가 자리를 옮기자, 원래있던 쪽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그래서 얼마 못가 상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아저씨를 원래 있던 자리고 데리고 왔다는 것이 소문의 내용이다.
뭐, 진위 여부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아저씨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고 지금은 몇몇의 상인들과 함께 평화롭게 과일을 팔고 있다.
항상 발 빠르게 움직이는 아저씨는 언제부턴가 배달 서비스도 하고 있다. 아저씨는 간단한 과일 이름 정도는 한국어로 알아들을 수 있는데, 전화를 걸어 '복숭아 2킬로!' 이런 식으로 과일 이름과 원하는 양을 말하고 문자로 주소를 보내면 주문 완료. 물건은 그날 바로 올 때도 있고, 바로 못 올 경우엔 주문한 고객이 사는 아파트에 일하러 오는 '메이드' 편에 보내기도 한다. (아마도 몇몇 아파트에 일하러 다니는 '메이드'들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듯 하다) 정말 발이 넓다~
이렇듯 다양하고 질 좋은 품질, 친절한 서비스, '빨간 모자'라는 본인만의 확실한 브랜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활용도 등 훌륭한 사업수완 등... 이만하면 '베트남 서민 갑부' 될 만하지 않은가.
당연한 말이지만, 무슨 일을 하든지 제대로만 한다면, 성공의 길은 어디든 열려 있는 것 같다.
베트남 와서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과일이 싸고 맛있는 것. 게다가 종류도 많아 과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은 과일을 '원 없이' 먹고 있다.
깨끗이 씻어서 잘라먹는 것도 좋지만 덥고 습한 나라다 보니 특정 과일이 많이 나오는 시기에 잔뜩 사서 청을 만들어 두었다 탄산수나 시원한 물에 타서 먹기도 하고, 베트남 사람들은 '소금 과일'이라고 불리는 소금 (라면 수프 같은 맛이다)에 찍어서 먹기도 한다. 호안끼엠에 빨간 라면 수프 같아 절인 과일을 엄청 많이 볼 수 있다.
감 같은 것은 건조기에 말려두면 아이들 간식거리로 그만이다.
그래서 오늘은 요즘 마트나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을 중심으로 베트남 과일을 한번 정리해 보겠다.
1. 꽈 나(Qua na)
'석가'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석가라는 이름은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으로, 생김새가 석가모니의 머리 모양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란다. 베트남에선 이 과일을 '꽈나'나 '망 꺼우'라고 한다. ('꽈나'는 하노이에서, '망꺼우'는 호찌민에서 부르는 말) '꽈'가 과일 앞에 붙은 말이니, 이름은 '나'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보이는 것을 살짝 잡고 벌리면 하나하나 쉽게 떨어져 나가는데, 생각보다 달콤하고 맛있다.
참고로 손으로 눌렀을 때 살짝 물렁하면 알맞게 익은 것이다.
2. 두리안 (sầu riêng)
베트남 과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두리안이다.
'천국의 맛, 지옥의 냄새'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냄새가 고약한 것이 가장 큰 특징. 냉장고에 잠시만 넣어둬도 그 냄새가 냉장고에 가득할 정도다.
하지만, 또 다른 별명으로 '과일의 왕'이라 불릴 정도로 그 맛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내 베트남 선생님은 자기가 돈을 버는 목적이 두리안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두리안에 빠진 사람들은 멀리서 그 냄새만 맡아도 그 맛이 상상이 돼 지나칠 수 없을 정도라는데... 맛도 맛이지만, 필수지방산, 항산화, 항염 물질 등 영양소도 풍부하다.
베트남엔 두리안으로 만든 음식이 정말 다양하다.
말린 과일은 기본이고, 크레페, 빙수, 떡, 피자도 있다.
혹시나 냄새가 너무 강해 쉽게 도전하지 못하겠다면, 먼저 이런 음식들로 '천국의 맛'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3. 만 (man)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로즈 애플'이라고 불리는 과일로 하노이에선 '만'이라고 부른다.
'말레이 애플'이라고도 하는데, 원산지가 말레이 반도라서 그런가 보다.
내가 처음 이 과일을 맛 본건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던 베트남 학생들을 통해서였다. 그들이 공부하러 올 때 이걸 잔뜩 사 와서 중간중간 배가 고플 때 먹다가 나에게 하나를 건네주었는데, 이름은 애플이지만 사과 맛보다는 배 맛 같은 시원한 맛이 더 많이 난다.
칼로리는 적지만, 단백질과 당분, 철분, 칼슘 같은 영양소가 많아 다이어트를 하는 베트남 여성들이 즐겨먹는 과일이다.
이것 역시 색이 진하거나 밝은 색을 띤 것일수록 잘 익은 것인데,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해 뒀다가 더울 때 하나씩 꺼내먹으면 갈증해소에 좋다.
하지만, 꼭지 부분에 개미가 많으니 반드시 깨끗이 씻은 후 잘 보고 먹어야 한다.
이외에도
-.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chanh leo' (패션후르츠),
-. thanh long (용과, 속 안이 흰색인 것과 빨간색이 있는데, 우리 아이의 말에 따르면 흰색이 좀 더 달다),
-.đu đủ (파파야), bưởi (자몽, 특히 빨간 자몽이 더 맛있다), 애플 망고 같은 과일도 요즘 맛있다.
특히, 파파야나 망고 같은 과일의 경우, 베트남엔 초록색이 있고 노란색이 있다. 달달한 맛을 찾는다면 노랗고 살짝 잡았을 때 말랑말랑한 것을 고르면 되고 상큼하게 먹기를 바란다면 초록색에 좀 딱딱한 것을 고른다면 취향껏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초록색 파파야나 망고의 경우, 샐러드로 해 먹어도 맛있다.
(꽌안응온 같은 베트남 식당에서도 '그린 망고 샐러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