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대중교통을 이용해 청계천으로 향했다. 늘 가까이 있으면서도 쉽게 찾지 못했던 곳이다. 오랜만에 오니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천변을 따라 걷다 시장 입구가 눈에 띄어 길 위로 올라섰다.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상점들이 즐비했고, 가운데에는 포장마차가 행렬처럼 늘어서 있었다. 과거 이곳에서 어울리던 기억이 스쳤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풍경이 반가웠지만, 어른이 된 나는 이곳을 잊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주하는 순간, 잊었던 추억들이 밀려왔다.
시장 거리를 빠져나오자 인적 드문 길이 이어졌다. 길가에는 공사용 가림막이 성처럼 둘러쳐져 있었고, 펜스 사이로 보이는 건물들은 맞벽으로 붙어 있었지만 활기가 없었다. 꼭 죽은 것처럼.
뒷골목으로 들어서자 길 사이로 폐허가 된 상가들이 이어졌다. 문을 열었던 흔적만 남은 채, 버려진 도시 같았다. 시장에서 느낀 온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냉기가 몸을 파고들었다.
더 깊숙이 들어가 걷다 보니, 골목길 사거리 상가 2층에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경축 재개발 확정. 00동 재개발 상가 협의회.”
색이 바랜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아래 적힌 날짜는 15년 전이었다.
이곳은 그 오랜 세월 재개발에 묶여 있던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너무 뜻밖이었다. 이 노른자 땅이 재개발에 멈춰 흉물로 남아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늘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다 보니 눈에 담지 못했다.
골목을 빠져나오자 다시 활력이 살아났다. 펜스가 없었다면, 아니 재개발이 없었다면 이곳 역시 활력과 온기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차갑고 날카로운 펜스가 삶을 두 동강 내고 있었다.
맞은편 골목길 작은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노트북을 열었다. 검색해 보니, 수십 년 전 지주들의 담합으로 세 들어 살던 철공소들을 내쫓고, 조합이 설립되었으나 내부 분열과 건설사 선정 비리로 좌초한 상황이었다. 건물주들의 이권 다툼으로 지분 정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탓에 다른 시행사나 건설사도 섣불리 달려들지 못한 채 방치된 것이다.
우리나라 재개발, 재건축은 민간 주도로 진행되다 보니, 시나 구청에서도 간섭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은 끊겼고, 버티던 상점들마저 하나둘 문을 닫았다.
도시 한복판에서 온기는 사라졌고, 차갑기까지 한 이 길은 그저 흉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