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마음 - 가온새로(처음부터 다시)
최근 몇 주 동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대학 시절 교과서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공간은 인간을 이롭게 한다.”
그 말은 잊고 있던 초심을 다시 붙잡게 해 주었다. 한 기자의 질문이 계기가 되었고, 나는 마음을 다시 다잡고 싶었다.
무작정 노트북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걷다 보면 무슨 생각이라도 정리되겠지 싶었다. 발걸음이 향한 곳은 광화문. 주말에 봤던 그 풍경이 떠올라 시장 골목으로 들어가 점심을 해결했다. 포차에 앉아 김밥과 떡볶이를 먹는데, 한 할머니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공사를 하다 말다 하니 먼지 날려 죽겠어. 차라리 원상복구라도 하던지.”
주말에 보았던 폐허 건물들을 가리키는 듯했다. 순간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여전히 낡은 점포와 사무실 몇 곳이 문을 열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공실이었다. 오래 버텨온 이들만 남아 있는 듯했다.
현재 상황이 궁금해 길가의 부동산을 찾았다. 사무실을 지키던 할머니는 손님이 끊긴 지 오래라며, 재개발이 멈추니 매매도 끊겨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셨다. 잠시 뒤 일을 보고 돌아오신 공인중개사 할아버지는, 20년 전 재개발을 기대하며 건물을 샀지만 공실만 남았고, 지금은 1층만 사무실로 쓰고 있다고 하셨다.
그 얘기를 들으며 생각이 복잡해졌다. 재개발은 공공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원주민과 건물주를 구속한다. 개발호재를 노리고 들어온 외지인들은 원주민의 탈을 쓴다. 그 후 그들이 다수가 되면서, 다수결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이들까지 강제한다. 정작 평생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다. 다수결이 정말 민주적인가, 다수가 동의하면 공공성이 충족되는가. 늘 의문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제안을 드렸다. “혹시 건물을 일부 고쳐 사용하게 된다면, 공사비를 고려해 3개월간 무상임대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부모님이 떠올라서였을까, 아니면 그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자책감 때문이었을까. 다만 그 순간, 무언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내 자신을 밀어붙인 것 같다.
이 건물은 도로에 접해 있다. 작은 시작일지라도, 이곳을 기점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컸던 것 같다.
망설임은 시간을 늦출 뿐이다. 나는 오늘, 이 거리에 생명을 불어넣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