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야전침대를 들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지만 시원한 바람과 살랑살랑 흔들리는 풀소리가 좋았다. 저 멀리 달은 기울고 있었고, 곧 해가 떠오를 듯 붉은빛이 산란하고 있었다.
이곳의 일출은 일품이었다. 숨은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나 혼자만 눈에 담는다는 게 큰 행복이었다. 야전침대에 누워 기분 좋은 산들바람과 햇볕을 온전히 몸으로 느꼈다. 우연히 찾아온 곳이지만 누군가 나를 이곳으로 이끈 것 같았다.
리모델링은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하나는 원형을 최대한 살리며 최소한의 정리로 이뤄지는 방법이다. 외부는 복원에 가깝지만 내부는 새로운 레이아웃으로 새로움을 창조한다. 다른 하나는 처음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한다. 겉으로 보기에도 신축처럼 보이며 내부 역시 완전히 새롭다.
나는 이곳에서는 새로움보다 과거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원형을 살렸다. 창은 모두 새롭게 교체하며 공간 구획에 변화를 줬다. 숙박시설에 맞는 새로운 공간 연출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우리의 1호는 완성이 되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협동조합도 설립됐다. 1호의 임차인은 가장 연로하신 분홍신 할머니 명의로 등록했다. 모든 수익은 협동조합으로 귀속되며, 많든 적든 일정 부분 투자비 회수를 제외하고 마을 구성원 모두에게 배분된다.
나는 틈날 때마다 고랭지 밭의 제초 작업을 했다. 요령이 없어 매일 풀독과 사투를 벌이며 살아가고 있다. 된장을 바르기도 하고 살뜨물을 끼얹기도 하면서. 똥냄새난다고 놀림을 받지만 그 자체가 나에게는 행복이었다.
숙박업의 예약은 대기업의 플랫폼을 활용하기로 했다. 각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했고,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가 주는 선물들도 담아 소개글에 첨부했다. 서툴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 가고 있었다.
홍보는 SNS 계정을 이용했고 반응은 뜨거웠다. 여행 유튜버들을 초청해 시범 운영 중 이용 영상을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상업적인 시설이지만 우리의 취지를 듣고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다.
지금은 첫 단추를 끼워 맞췄을 뿐이다. 이 시작이 변화의 씨앗이 되어 시골을 살리고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오늘도 제초 작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