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ep.1 첫 관문

by Celloglass


누구나 건물을 짓고자 하면 첫 관문은 건축위원회 심의, 일명 건축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수도권이라면 거의 피해갈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행정절차 간소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여러 심의를 한날에 묶어 처리하는 것일 뿐 줄어든 적은 없다.

건축심의 외에도 각종 심의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수없이 생겨났다.

지하붕괴나 싱크홀이 잦아지자 ‘지하안전영향평가’가 도입됐다. 구조안전이 문제가 되자 ‘구조안전심의’를 만들었다. 철거공사 중 사망사고가 빈번해지자 ‘기존 건축물 해체공사 심의’도 만들어졌다. 굴토심의, 성능위주심의 등등…

심의라는건 공무원 및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이 계획안을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심의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게 늘 문제다. 심의위원의 말 한마디가 법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법정 주차대수보다 120% 이상 확보를 요구하거나, 지하주차장 경사로의 폭과 경사도를 법적 기준보다 더 넓고 완만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그렇다. 가끔은 공법 변경을 요구하기도 한다.

심의를 준비한 모든 이가 국가에서 인정한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누구도 부당함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부당함을 주장하기 보단 심의위원 의견을 수령함으로서 사업기간을 단축시키는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심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법, 시행령, 시행규칙, 국토부 지침, 지자체 가이드라인과 심의기준까지 모두 숙지해야 한다. 심지어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고 담당자를 통해서만 받을 수 있는 지침도 있다. 수많은 법부터 지침 내용들을 충실히 반영했음에도 재심의나 보완을 요구하면 사업은 한두 달씩 지연된다.

분양형 건축물의 사업지연은 금융비용이 증가 하고, 그 부담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 이것만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분명히 발생한다. 사업적으로는 모든 게 악순환이다.

심의 과정은 법과 조례에서 정한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심의 기준이 필요하다면 내용이 명확해야 하며, 심의위원들은 그 기준 안에서만 판단해야 한다. 규정에 명시된 사유가 아니라면 재심의를 결정해서도 안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시작부터 불확실한 상황에 놓인다.

불확실성과 비일관성으로 얼룩진 심의라면 그 존재는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