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건축인허가를 진행하게 되면 협의 할 각 부서별로 필요한 서류와 도서를 서류철에 담아갔다. 개별적으로 협의부서를 돌며 서류와 도서를 전달하고 협의를 면담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걸 ‘문서 수발’이라고 불렀다.
방대한 양의 도면과 서류를 출력하는게 낭비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절차를 없애겠다고 행정프로그램을 만들었었고, CD에 모든 도면을 저장해서 제출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늘 협의도서는 기존과 동일한 방법으로 제출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들이 스스로 출력을 해야되니 불편할 것이다. 민원인 입장에서는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야 빠르게 처리될 거라는 믿음으로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문서를 전달했다.
정부의 원스톱 행정처리의 기조로 세움터라는 웹 서비스가 도입되었다. 초창기 각종 오류와 동시접속시 다운되는 시절을 거쳐 현재는 웹클라우드 방식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세움터를 통해 민원인과 공무원들의 만남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여전히 출력해서 협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모든게 전자 문서로 되다보니 보고용 판넬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말단 공무원들을 탓할 문제는 아닌거 같다. 여전히 과거 방식을 고집하는 윗선들이 원인일 것이다. 무엇보다 담당 공무원들의 역할은 가중되는데 인원 충원이 안되는 것이다. 제도가 바뀌고 형식이 바뀌었는데 정작 실무자는 여러동을 한명이 담당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명이서 도면도 출력해서 검토해야되고, 보고용 자료를 만들어서 보고하기까지는 일과 중 처리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가끔은 주말을 이용해 허가가 완료되는 경우가 있는 걸 보면, 본인 당직일에 업무를 처리하는 것 같다.
웹 클라우드의 좋은 행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초창기에 비하면 견줄 수 없을 만큼 성능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의 숫자는 동일하다. 2~3개동과 각종 행정 업무에 민원 상담까지 한명이 담당한다.
비접촉을 위해 세움터를 만들었지만 담당자와 통화는 하늘의 별따기다. 답답하고 급한 나머지 늘 내가 먼저 구청으로 시청으로 달려가게 된다.
현실적으로 완전 비대면은 어렵다. 모든 상황이 동일하지도 않고 서로의 견해 차이로 법 해석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럴 경우는 대화로 직접 서로의 논리를 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은 비대면을 원한다. 그렇다면 행정처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록 인력을 충원해야되지 않나 싶다. 언제까지 전화기만 붙들고 받을 때까지 같은 번호를 누르고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