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면적 5천 제곱미터가 넘는 건축물 중 다중이 이용하는 건축물에 대해서는 대지면적의 10% 이하의 범위에서 공개공지를 조성해야 한다. 공개공지는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며, 반드시 긴 벤치, 파고라, 조경, 미술장식품 등을 설치해야 한다. 도심 속 작은 녹지와 휴식공간을 자발적으로 제공한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법적 설치면적을 충족하더라도 용적률을 1.2배 완화해 주므로 현행 용적률 체계마저 무의미해지는 느낌이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공개공지 안내판을 봤을 것이다. 유심히 보지 않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 잠시 앉아서 쉬었다 가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공간이 주변과 구획된 느낌이어서 들어가기 겁날 것이다. 왠지 그곳에 앉아있으면 건물 내 무섭게 생기신 관리인께서 나가라고 고함칠 것만 같다.
심의 지침에는 공개공지를 주변과 구분되게 보도 및 영역을 구분하라고 돼있다. 차량은 진입하지 못하게 볼라드를 설치하라고 한다. 누구나 알 수 있게 말이다. 하지만 너무 생뚱맞아 보이거나, 너무 주변과 구분되어 있어 쉽사리 공간을 이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공개공지는 외부에 설치한다. 우리나라는 연중 평균 120~130일은 기후 영향으로 외부 활동에 제한을 받는다. 일 년 중 ⅓ 기간을 활용하지 못하는데도 우리는 외부만 고집하고 있다. 활용도가 낮은 이유는 많다.
공개공지는 조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연 60일 이내의 기간 동안 주민들을 위한 문화 행사나 판촉 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그곳에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본 기억은 없다. 그냥 법에서 정해놓은 것이니 활용 계획 없이 공개공지를 만드는 것뿐이다.
유지관리에 대한 명확한 보수나 활용 근거도 부족하며, 관리 행태도 부실하다. 연 1~2회 수시 점검을 한다지만 쓰레기로 방치되거나, 1층 주차장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위치적으로도 문제다. 일반인의 접근성을 이유로 전면도로에 설치하도록 권장하지만 대부분 심의에서 강제한다. 심의 위원들의 머릿속에는 전면도로에 가장 긴 면이 접하지 않으면 하나의 꼼수처럼 여겨지며 엄청난 비난과 수정할 것을 지시받는다.
“그곳은 햇볕이 너무 강하게 들어서 쉴 공간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곳은 골목길이 좁은 공간이니 공개공지를 골목길과 연계해 이용하는 게 맞습니다.” 어떠한 합리적 이유도 심의 위원들에게는 특혜로만 받아들인다. ‘공개공지 설치 가이드라인의 지침’을 이유로 든다.
모두에게 공개된 공지이지만 그곳엔 사람이 없다. 점심시간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 한 잔을 나누더라도 햇볕이 차단되지 않으면 실내로 들어간다. 조성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음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공개공지를 이런 형태로 조성하고 이용하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차라리 조성 비용을 납부하게 해서 도심지 공원사업에 사용하거나, 지상층 실내를 기부채납 받아 공공시설로 활용하는 게 더 낫다. 대형 건축물의 경우는 지하층을 기부채납 받아 미래의 스마트 팜이나 도심 물류창고, 데이터 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이 훨씬 현실적이라 생각한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도, 활용도도 낮은 그곳을 만들어 공개공지라 이름만 붙이면 뭐 하겠는가. 사람들은 그곳을 싫어하는데.
좋은 취지라 할지라도 사용자가 원치 않는다면 더 올바른 방향으로 거듭나야 한다.
“원래 그래요.”는 “나 무책임합니다.”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