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서는 보이는 경계와 보이지 않는 경계가 존재한다.
보이는 경계는 건축선, 벽면한계선, 벽면지정선, 건축후퇴선, 건축지정선 등이 있다. 이는 건축물이나 보도블럭의 형태로 구분해 표현된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경계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정북방향 일조권 사선제한 선이다. 이 경계는 대지의 형태나 건축물의 형태를 따르지 않는다. 옆집이나 도로 경계 반대편, 도로 중심선에서부터 정북 방향으로 이격되는 경계다. 뉴스에서는 자주, 일조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인 제공자가 남쪽 일조를 확보해주는 개념으로 설명되곤 한다.
하지만 이 경계는 눈으로 확인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검증하기 어렵다. 정북으로부터 건축물 각 부분의 이격거리와 높이를 함께 측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경계는 도면상에서만 검증이 가능하다. 육안으로는 파악이 어렵고, 감리자도 여러 가지 거리 측정 값으로 정확성을 추측할 뿐이다.
측량을 하더라도 건축물 각 부위의 높이와 거리만 확인 가능할 뿐, 정북방향 기준선으로부터의 이격거리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즉, 설계한 건축사의 양심과, 감리하는 감리자의 현장 경험에 의해 올바른 시공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선진화된 나라 대부분은 일조량을 계산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우리도 아파트 설계에서 주로 적용하지만, 모든 건축물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 방식으로 적용할 경우 건축물의 위치와 높이만 확인해도 설계대로 준수되었는지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북방향 일조권 사선제한은 대부분 사선 방향과 도로 경계·중심선으로부터의 거리 측정만으로는 현장에서 파악이 어렵다.
정북방향 일조권 사선제한은 70~80년대 고층 아파트 증가와 건축물 높이 규제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 이후 현실을 감안해 저층부 이격거리와 높이를 일부 완화했지만, 근본적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술의 발달로 검측이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와 같은 방식이 적용되어 주거지의 일조권을 확보하고 있다.
검증이 되지 않는 방식 때문에, 모든 주거지에 동일한 일조권을 보장하기 어렵다. 인접 건축물로부터 일조권을 확보하더라도, 건너편 큰 건물이 들어설 경우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 요즘처럼 공공성을 이유로 주거지역의 종상향이 무작위로 이루어지면, 이면도로 주거지의 일조권 확보는 사실상 어렵다. 종상향이 이루어진 경우, 일조권 시뮬레이션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지만,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원래 그곳은 주거지역이었으므로, 현실적 한계를 피하기 어렵다.
보이지 않고 누구나 검증할 수 없는 규제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대지 경계로부터 이격거리만 확인해도 뒷집 일조권이 올바르게 확보되는 방식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그림자 길이를 계산해 일조권을 규제하고 있다.
우리의 일조권 보장 방식이 선진화되어야 한다. 과거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하면,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누구나 줄자 하나로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