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학동 철거 현장 붕괴 모습을 전 국민이 봤다. 그날 이후 모든 철거 현장은 규모에 따라 심의를 받아야 하고, 허가와 신고를 통해서만 철거가 가능하다.
해체공사 기간에는 일정 시간 교육을 이수한 해체감리자의 입회하에 공사가 진행된다. ‘빨리빨리’만 외치던 현장이 더 느려졌다. 해체공사는 해체계획서를 작성해 심의위원 확인과 해당 구청의 허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후 감리자가 선정되면 해체계획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본인들이 심의도하고 허가도 해놓고, 마지막에 검토하는 감리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구조다.
한남동에서 있었던 일이다. 가설비계 설치가 끝나고 철거 준비가 끝나면 감리자가 현장을 점검한다. 이후 구청 안전센터 점검을 받는다. 구조기술사와 담당 공무원이 안전점검을 나와서 하는 말이 “가설비계 도면이 2면밖에 없는데 어떻게 확인했냐”며 따지듯 물었다.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되물었다. “그럼 도대체 뭘 보고 심의도 통과시키고 허가를 내줬습니까.”
우리의 행정은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다.
철거공사는 철거 순서가 중요하다. 어느 부분부터 전도를 시켜 철거하느냐가 관건이다. 광주 학동 현장도 그랬다. 도로 부분의 외벽을 한꺼번에 철거하려다 일시 붕괴되었다. 위층부터 외벽을 모두 철거했었다면, 도로에서부터 철거를 시작했었다면, 그날의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도로 쪽, 구조적으로 가장 약한 부분부터 철거를 해야 한다.
최근 한 현장에서 해체계획서를 검토하다가 철거 순서가 반대로 된 걸 확인했다. 건물의 코어 역할을 하는 계단실부터 철거를 시작해, 도로변 외벽을 마지막에 철거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 계획서가 심의와 허가를 모두 통과했지만,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오직 내 눈에만 보였나 보다.
감리자가 철거 순서를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돌아온 답은 “심의부터 다시 받아라”였다. 철거 기간이 고작 3~4일인데 누가 한 달을 기다려 재심의를 받겠는가. 해체공사를 지도해야 할 감리자에게는 변경 권한은 없다. 책임만 있다. 그러면서 해체계획서를 검토하라고 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