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을 설계하는 사람은 ‘설계사’가 아니라 ‘건축사’다.
하지만 보험을 들거나 은행 업무를 볼 때, 직업란에 우리의 직업은 늘 애매하게 자리 잡는다.
건설직으로 분류되기엔 맞지 않고, 전문직이면서도 전문직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일반인들은 우리를 ‘설계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단어는 건축사의 역할을 다 담지 못한다.
대부분의 자격증은 산업인력관리공단 이사장 명의로 발급되지만, 건축사 자격증은 국토교통부 장관 명의다.
이 차이는 단순한 기술 자격이 아니라 포괄적인 책임을 지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건축사법에 따르면, 건축사업을 하려면 ‘건축사사무소’라는 표기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건축사 없이도 사업자등록을 ‘건축사무소’로 하거나, ‘스튜디오’, ‘랩’ 같은 명칭으로 혼선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축사사무소’ 여섯 글자가 없는 경우라면, 정식 건축사사무소가 아니다.
우리는 종종 ‘대표님’, ‘소장님’으로 불린다.
협회에서도 이런 호칭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소장 = 건축사라고 오해하기 쉽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소장이라는 명함만으로 건축사 행세를 하기도 한다.
직접 ‘건축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으니 불법은 아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받아들인다.
건축사를 ‘건축가’, ‘소장’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고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건축사는 기술직, 건축가는 존경받는 사람, 소장은 월급쟁이 정도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법적 용어는 ‘건축사’로 통일되어 있다.
이제는 이런 잘못된 호칭을 정리할 때다.
적어도 ‘소장’이라는 칭호가 건축사의 존칭인 것처럼 쓰이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