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回歸
사용승인 접수를 한 달쯤 앞둔 어느 날,
투자운용사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 문제 제기했던 그 가설기둥, 결국 철거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구조보강이 맞다고,
그게 정답이라고, 그렇게 우기던 곰.
아무 상의도 없이 그냥 철거한단다.
실수는 할 수 있다.
누구나 한다.
근데, 실수 이후의 태도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인다.
공사 중 잘못된 걸 감리나 시공사가 아닌,
제3자가 지적하면 그게 ‘방해’인가?
곰은,
내가 괜히 일을 키운 사람처럼 말했단다.
별거 아니고,
사용승인 때 처리하면 되는 걸 왜 유난이냐고.
결국 철거하면서도
자기가 선심 쓰듯 처리한 거라고
말했나보다.
그날,
투자운용사에서 전화가 왔다.
“죄송합니다.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이 많아서
제가 최대한 순화해서 전달해 드립니다."
지하 4개 층 높이의 철골 기둥이다.
그걸 자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 됐든 바로잡는다니 다행이긴 하다.
근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임.의.시.공
시행사랑 투자운용사의 승인 없이
자재를 바꾸고,
설계도 없이 진행된 공사.
공기 맞추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계속 같은 얘기만 반복한다.
근데 이들은 안다.
시간만 끌면,
시행사도, 투자운용사도
결국 어찌하지 못한다는 걸.
그걸 정확히 알고 있다.
나도 안다.
절대 자기 잘못 인정 안 할 거라는 거.
그저 “구두로 말씀드렸다”고 우기겠지.
공사비 절감된다느니,
자재 발주하면 1년 걸린다느니,
근거도 없는 말로 설득했을 거다.
그래 놓고 “다 설명드렸다”고 말한다.
그래서 난 늘 서류를 달라고 한다.
승인 서류.
내가 전문가적으로 접근할수록
이들은 나를 멀리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전체 메일에 설계자만 빠져 있다.
늘 그렇다.
익숙한 수법.
‘뭣도 모르는 놈’ 취급.
그게 편하겠지.
사용승인 접수 일정이 다가와도
곰한테는 전화 한 통 없다.
대신 공무과장, 공사 직원들, 본사 직원들까지
돌아가며 전화를 한다.
업무를 마비시켜버린다.
일부러 그럴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그래서 나도 생각했다.
이번엔 나도 좀 돌려줘야겠다고.
전체 이메일을 보냈다.
“승인 없이 임의 시공된 부분이 포함된
사용승인 도서에는 설계자 날인을 거부합니다.
임의시공 경위서를 본사 정식 공문으로 보내세요.
대표이사 날인이 없을 경우,
사용승인 접수 자체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나는 전화 한 통 안 받은 채
사무실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