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전족 Urban-binding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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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loglass

늘 우리에게 내 집 마련은 최대 숙원이다.

집을 갖지 못하면 도태된 인생을 산다고 여긴다.
오랜 친구나 가족을 만나면 집값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쏟아낸다.


이 정도면 국민 절반이 부동산 전문가다.


경기 부양책으로 집 매매를 권유하던 정치권은, 요즘 대출 규제로 집값 잡기에 여념이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잡아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집값을 잡겠다고 나서면, 그 자체로 정의감을 느끼는 듯하다.


그러나 서민들은 집만 없는 게 아니다.


코로나 이후 서민들의 삶은 적자와 빚으로 허덕이고 있다.
장사가 안 되고, 사업이 막혀 돈을 구하려 해도 손쓸 방법이 없다.
이제는 마지막 희망이던 대출마저 막히며 벼랑 끝에 서게 됐다.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원인이 집값 하나뿐일 리 없다.
하지만 정부는 마치 국민 모두가 내 집 마련에 목멘 것처럼 바라본다.
정작 많은 사람들의 통장은 빈 지 오래고, 지갑에는 비상금조차 없다.


어렸을 적, 중국집은 당연히 배달해 주는 식당이었다.
인건비가 오르자, 짜장면 한 그릇 배달을 거절하기에 이르렀다. 서운했지만 수긍할 수 있었다.


배달 시장이 한 기업에 의해 선점되자, 거대 자본을 투자받아 유사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었다.
코로나 시기와 맞물리며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배달이 돈이 되자 너나 할 것 없이 택배를 하던 사람도, 택시를 몰던 사람도, 사무직조차 퇴근 후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


모두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였다.


대기업은 비싼 물건만 팔아 돈을 버는 게 아니다.
가장 서민들이 필요한, 비교적 저렴한 것을 팔아 큰 수익을 낸다.
우리는 이를 박리다매라 부른다.

그 시장이 배달업까지 닿은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자 근절과 집값 안정을 외치며, 다른 문제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 듯 보였다.

쥐를 잡겠다며 사방에 쥐약과 덫을 놓다가, 정작 피해를 보는 건 엉뚱한 고양이와 강아지가 되는 건 아닌가?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이유 자체가 희미해졌다.
이쯤 되면, 누구를 위해 집값을 잡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서민들은 강남에 살 권리가 없는가?
돈이 없다면 공공 임대 주택에 사는 게 당연한 것인가?
그게 복지이자 선진화의 지름길인가?

누가 당신들에게 그런 권한을 위임하였나?


서민들은 주거 비용을 감당할 여력조차 없다.
집을 살 돈은 꿈도 못 꾸고, 생활 자체가 위태롭다.
그런데 정부는 ‘싸게 살 수 있게 해 줄 테니 기다려라,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전에 이미 생활이 무너졌다고, 죽을 거 같다고 아우성칠 것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한다면, 제발 선택은 각자에게 맡겨라.
누구도 잘 살든 못 살든, 집을 사든 말든 그들의 선택이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선으로 둔갑시키지 말자.



Ep.
카페에서 글을 마무리하고 일어서는 순간, 묘한 기분이 밀려왔다.
연재를 시작하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답답함인지, 안타까움인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한 문장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기대는 없었다.
그저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 내가 내고 싶었다.


이 분야에서 오래 보고, 듣고, 겪으며 느낀 것들을 적고 싶었다.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생각이 문장으로 옮겨지고
수십 번 읽어 내려가다 보니 마음 깊숙한 곳까지 맞닿는 것 같다.


어떤 문장은 분노로, 어떤 문장은 안타까움으로 물들었다.
그 마음이 내 안에 스며든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감정을 안은 채 한없이 걸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썼다.


이 감정을 잊지 않고, 계속 쓰기로 했다.



– Celloglass,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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